등산의 방식
등산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 행위를 등산이라고 규정할 때, 산이 주는 다양성으로 인해 그 안에서 펼쳐지는 행위는 매우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 다양성의 인자로 산, 사람, 계절을 꼽을 수 있다. 산의 높이나 험난한 정도에 따라 등산의 방식이 달라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의 능력이나 태도, 선택에 따라 등산의 형태가 달라진다. 계절과 기후도 산을 다양한 환경으로 바꿔 주며,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처하는 등산의 방식도 달라진다.
이렇게 수많은 다양성의 요인들이 조합되어 나타나는 등산의 방식은 등산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 영향을 주게되므로 우리는 등산을 계획하기에 앞서 이러한 다양한 등산의 방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등산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 기간에 따른 분류
당일 등산
산에서 야영이나 숙박을 하지 않고 하루중에 등산을 마치는 것을 등산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등산의 형태이다. 등산시간이 짧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대상지를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는 장비도 적어 짐도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이 지니고 있는 위험성과 돌변하는 상황등에 대비하여 비상식, 해드램프, 그리고 비박(bivouac;비상노숙)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무박 등산
가이드 전문 산악회들이 단체로 등산객을 모집하여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등산을 하는 무박산행은 저렴한 비용으로 먼거리의 산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토요일 밤10시에 출발하여 잠은 버스에서 자고, 새벽에 등산을 시작한다. 일부 가이드산악회는 서비스가 미흡하거나 참가자들의 가이드를 소홀히 하여 조난등의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1박2일 등산
당일 등산으로는 시간이 부족한 비교적 먼 거리나 등산코스가 다소 긴 경우에 산에서 1박을 하는 등산을 한다. 야영을 할 경우, 야영장비와 취사장비가 추가되므로 짐이 많아지고, 야영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야영을 하지 않고, 출발지점 주변의 산장이나 민박같은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등산코스 중간에 위치한 산장을 이용할 수 있다.
단기 등산
보통 며칠간의 등산을 말한다. 산에서의 야영일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장비도 많아지고 특히 식량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당일이나 1박2일 등산보다는 장비와 식량계획은 물론 운행계획까지 더 치밀하게 수립해서 준비해야 불필요한 짐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없고 등산의 효율의 높일 수 있다.
장기 등산
보통 1주일이 넘으면 장기등산으로 분류한다. 1달이상을 산에서 지내는 장기등산도 있다. 이런 장기 등산은 보통 베이스캠프를 정해 두고 하루 하루 계획한 등산을 하는 방식을 많이 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종주와 같이 캠프를 계속 이동하며 중간에 식량과 장비를 지원받는 형태도 있다. 장기등산의 경우, 등반대원들이 1주일분 이상의 식량을 운반하는데 무리가 있어 식량과 소모품의 지원계획에 유의를 해야 한다. 특히 균형있는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며, 비타민 결핍도 고려한다. 장기등반에 따르는 정서적인 면까지 고려하여 오락과 휴식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원정 등산
주로 해외의 높은 산을 대상으로 하는 등반을 말한다. 규모가 큰 등반이 보통이기 때문에 시간적 경제적인 투자가 많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원선발에서 부터 훈련, 준비, 수송, 등반, 철수, 보고 등 가장 어렵고 종합된 역량이 발휘되어야 하는 등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정등산은 보통 장기등산의 형태를 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상지에 따라 단기 등산으로 원정을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
2. 인원에 따른 분류
단독 등산
단독등산은 보다 많은 등산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나, 풍부한 경험과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좋은 체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특히 혼자 조난을 당했을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에를 들어 발이 골절되어 걷지 못하는 경우, 구조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때문에 단독등반은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파티 등산
파티(Party) 등산은 몇명의 소규모 그룹이 하는 등산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친구, 산악회, 모임 등의 구성원이 모였으므로 서로 호흡도 잘 맞아 등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아무리 작은 모임이라도 리더가 필요하게 되고, 구성원의 능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주어야 한다.
단체 등산
20여명이 넘게되면 바람직하지 못한 등산의 형태를 이룬다. 대규모로 이동하면 자연훼손이 심해질 뿐만아니라 구성원의 능력차이에서 비롯되는 사고유발의 가능성도 높아 진다. 리더와 서브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되고, 대열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하며, 사고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3. 운행방식에 따른 분류
횡단 등산
출발지에서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올라 주능이나 산정에 올랐다가 출발지와 다른 지점(주로 반대편)으로 하산하는 등산방식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기 때문에 교통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사전에 교통수단과 소요시간, 요금, 배차간격, 막차시간 등 체크해야 한다.
원점회기 등산
횡단 등산과는 달리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등산방식이다.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주능이나 산정을 올랐다가 다시 올랐던 코스나 다른 코스로 출발지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최근 자가용을 교통편으로 많이 이용하면서 일반적인 등산방식이 되었다.
종주 등산
이것은 봉우리와 능선을 연결하는 능선코스를 따라 등산하는 방식인데, 노고단에서 천황봉까지의 지리산 종주, 십이선녀탕에서 화채봉까지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주능 종주 등이 대표적인 종주등산코스이다. 종주등산은 장쾌한 능선등산의 즐거움을 얻는 등산이다.
캠프 등산
베이스캠프를 정해두고 하루 하루 계획한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등산방식으로 가볍고 여유있는 당일등산을 이어서 할 수 있고, 캠프생활의 즐거움도 함께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극지법 등산
극지법(Polar Method)은 원래 북극과 남극의 탐험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히말라야 고산등반에 활용되고 있다. 베이스캠프를 두고 정상에 이르기 까지 전진캠프(캠프1, 캠프2...)를 설치해 가며 식량과 장비를 수송해 가며 올라가는 방식인데, 대원들은 이과정을 통해 서서히 산소가 희박한 고소에서의 적응능력을 높여가는 장점도 있다. 극지법 등반방식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기간도 1달이상 소요되므로 많은 물자를 수송해야 하며, 비용도 많이 든다.
알파인 스타일
극지법 등산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능력이 탁월한 등반가들이 극지법으로 올라가던 히말라야의 고봉을 유럽의 마치 알프스지역에서 등반하는 것처럼 소규모의 등반대가 간단한 등반장비와 식량을 등을 자신이 짊어지고 정상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방식을 말한다. 이 알파인 스타일은 극지법에 비해 능력있는 등반가들의 발전된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4. 계절에 따른 분류
하계 등산
원래 하계등산은 여름철의 등산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겨울철의 동계등산을 제외한 등산을 하계등산이라고 한다. 하계등산과 동계등산의 구분은 기온 0도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기온이 온화한 하계등산은 보온을 위한 장비나, 눈과 얼음지대를 등반하는 장비들이 필요없어 동계등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고 편한 등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의 기후변화는 기복이 심하여 하계등반이라고 소홀히 대비할 경우, 오히려 동계등반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동계 등산
동계등산은 필연적으로 눈과 얼음을 접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곳에서 생활하고 등반하는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영하의 기온은 등반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하며, 장비는 그 만큼 많아지게 된다. 위험요소가 하계등반에 비해 더욱 많은 만큼 좋은 등반기술과 체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안전한 등산을 할 수 있다.
해발 3000미터 이상에서 형성되는 만년설이 있는 고산에서는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과 얼음이 있어 동계등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만년설에 뒤덮인 곳도 좋은 날씨의 한낮에는 강한 자외선과 태양 복사열로 여름과 같이 기온이 올라가기도 한다.
5. 대상지에 따른 분류
워킹 등산
워킹(Walking) 등산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암벽등반이나 빙벽등반과 같은 전문등산과 구별하여 보행으로만 산을 오르는 것을 그냥 흔히 워킹이라고 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한 명칭은 힐 워킹(hill Walking)이라고 해야 한다. 힐(Hill)은 언덕, 구릉이란 뜻도 있지만 작은 산이란 뜻도 있다.
트레킹(Trekking)
등산의 범주에 들어 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산을 대상으로 주로 행해진다. 원래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끌고 새로운 정착지로 이동하는데서 비롯된 용어로 오염이 안된 자연을 찾아가 즐기며 천천히 도보로 여행하는 것이다. 히말라야지역의 트레킹은 무거운 짐운반과 캠핑, 취사등을 도와주는 포터를 고용해 가벼운 차림으로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고, 뉴질랜드의 밀포드트렉은 풍광이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구간별로 캠핑/숙박시설이 잘 갖춰져있어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히고 있다.
암릉 등반
가파른 바위가 많이 노출된 날카로운 능선을 오르는 것을 암릉등반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릿지(Ridge)등반이라고 한다. 릿지는 원래 능선이라는 말이므로 정확한 용어사용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굳어져 있다. 릿지등반은 능선을 걷기도 하고, 짧은 암벽구간이나 암봉을 올랐다가 로프를 사용한 하강을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암벽등반을 시작하기 전단계로 많이 즐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짧고 다소 쉬운 암벽구간이라도 정확하고 올바른 암벽등반기술, 장비, 그리고 경험없이 시도할 경우 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런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암릉등반중에 많은 사고를 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암릉등반코스로 북한산의 만경대릿지, 원효릿지, 설악산의 용아장성, 천화대등이 있다.
암벽 등반
암벽등반은 등산의 발달과정중 보다 험난한 루트의 도전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즉 처음에는 암벽등반만을 목적으로 오르지 않고, 험난한 루트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만나는 암벽을 돌파해 나가다 보니 암벽등반기술과 장비가 발달하여, 이제는 암벽등반만의 장르가 생기게 된것이다. 암벽등반의 역사가 이렇듯이 등산을 하다가 점차 암벽등반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암벽등반에도 다양한 어려움과 종류가 있으며, 기본 등산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암벽등반기술을 익혀서 암벽등반을 해야 위험하지 않다.
빙벽등반
빙벽등반도 암벽등반과 마찬가지로 등산의 발달과정에서 생긴 등반의 형태로 만년설의 눈이 굳거나 흘러내려 생긴 빙벽이나, 폭포가 겨울철에 얼어붙어 생긴 빙벽을 대상으로 등반을 하는 것이다. 발에는 흔히 아이젠이라고 불리는 크램폰을 착용하고 손에는 피켈/아이스바일/아이스햄머을 사용하여 얼음을 찍고 오른다.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맨손으로 오르는 암벽등반보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장비도 매우 고가인 편이다. 빙벽등반의 특징상 암벽등반보다 더 많은 쾌감을 맛 볼 수 있다.
고산등반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을 오르는 등반으로 주로 해발 3,000~4,000미터 부터 형성되는 만년설지대를 포함하는 등반이다. 이와같은 고산등반에는 워킹, 암벽등반, 빙벽등반 등과 같은 등반의 모든 분야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체력과 기술이 좋은 전문산악인들에 의해 행해진다. 최근에는 이런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업등반대의 안내로 일반 워킹산행만 하던 사람들 가이드비를 지불하고 오르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 (Sports Climbing)
인공암벽등반을 포함하는 의미의 스포츠 클라이밍은 암벽등반의 요소중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으로 주로 짧지만(20여m내외), 매우 어려운 난이도를 지닌 코스에서 행해지는 것을 말한다. 난이도 이외의 위험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에 등산의 기본정신인 알피니즘이라기보다는 스포츠적인 요소가 더 많다. 인공암벽은 원래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판넬에 돌가루를 뭉쳐서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홀드를 부착하여 만들었으며, 세계 월드컵 경기나, 우리나라의 전국스포츠클라이밍대회등 여러 대회가 인공암벽에서 치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