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 인권단체인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MHG)이 자국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해 해산 위기에 처했다.
2015년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받은 류드밀라 알렉세예바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대표와 활동가들. 단체 누리집 갈무리© 제공: 한겨레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은 20일 단체 누리집에 성명을 게시해 “러시아 법무부 모스크바 본부가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을 해산하고 러시아 영토에서의 활동을 금지해달라고 모스크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러시아 법무부는 이 단체가 모스크바 지역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공공단체에 관한 연방법을 위반해 모스크바 지역 외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위반 행위가 심각하고 법적으로 구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이 단체를 해산해 러시아 영토에서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헬싱키 그룹은 성명에서 “해당 법에 따르면 모스크바 외 지역에서 재판 방청, 지역 당국에 호소, 지역 파트너에 대한 행사 참여가 모두 금지된다”면서 “수십년동안 우리 단체의 회원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은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나라의 법률 문화를 형성하고 보존하기 위해 일상적인 업무를 계속해왔다”고 반발했다. 이어 단체는 자유의 통로가 매년 좁아지고 있다며 “국가는 비정부기구(NGO)의 인권에 대한 활동 기회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 단체를 폐쇄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보르쇼프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공동 대표는 통신에 “당국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제기했다. 모스크바 외 지역에서 인권 옹호 활동은 늘 해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류드밀라 알렉세예바 대표를 별세 한 해 전인 2017년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 통신© 제공: 한겨레 1976년 소련 지도부의 인권유린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며 설립된 이 단체는 해마다 러시아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단체의 공동 설립자 류드밀라 알렉세예바 전 대표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인권운동가로 2018년 별세하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차례 만났다. 헬싱키 그룹은 “우리는 러시아 시민사회 강화를 위해 모든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에 대한 해산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도 지난해 12월 러시아 대법원에 의해 해산 결정을 받은 뒤 지난 2월 해산됐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