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그리피스 산으로 간다.
진사님 뒷 마당이다.
가볍게 몸을 푸는 목적이란다.
간만에 포장께서 오셨다.
아이스랜드 탐험대로, 명희님은 워싱턴 주로 원정을 떠나다 보니 세가 많이 허약하다.
송화에서 8명이 자리를 떴다.
허약한 세를 보충하려고 기장부부가 일정을 변경해서 참석한 것은그 렇다 치고
포장님이 또 그러한 마음을 함께 갖고 오셨다.
송화는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할 일을 찾아서 메꾼다.
8명이 되어서 출발한다.
산행후 씨즐러에서 점심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짐이 가벼워 모두 간편한 배낭을 지고 오른다.
오직 기장만 그 큰 배낭에 뭘 그리 많이 넣었는지 보는이로 하여금 무거운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요령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고지식함이란.
그러니까 여편네 한테 맨날 핀잔을 듣지.
어제 저녁에도 점심도 없으니 가벼운 배낭을 메고 가라는 분부가 있었는데도 큰 배낭을 메고 왔다.
집에 가서 매맞을 걱정이 앞선다.
맞아도 싸다, 싸
솔향기님
반바지 차림으로 나오셨다.
송화에서 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반바지 입은 것을 처음본다.
여자 남자를 통털어서.
아이스하우스 새들 산행에서 웃통도 벗어졌치고 운동팬티 하나만 걸치고 달리는 젊음은 본 적이 있지만 처음이다.
솔향기님 손자 자랑도 곧잘 하신다.
분명 할머니인데 그런 젊은이 보다 더 건강함이 폭발하고 있다.
가장은 버마의 밀림에서 만났던 현지인의 모습을 느낀다.
대감은 아프리카 타험에서 만났던 리빙스턴 박사의 모습을 겹쳐서 그려본단다.
그간 열심히 송화에서 산행으로 닦아던 건강이 종아리를 타고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촌장님은 참 좋겠다.
진사님 댁은 지난 달부터 집 수리가 시작되어 써니님이 집을 지키고 있다.
내일은 유리창을 바꾸어 끼는 날인데, 오늘까지 유리가 배달되어야 일하는 사람이 내일 와서 작업을 할 수 있단다.
오전에 유리가 배달되면 오후에는 씨즐러에 모여서 함께 식사할 수 있을 것으로 계획을 잡으셨다.
연경님이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자기집에 세들어 사는 분이다.
세들어 사는 따님이 집 주인이다.
아드님도 오셨단다.
아들 딸들이 드나들 기 편하게 자기 차는 안쪽에 주차해 놓는다.
아풀싸!
아침에 배낭을 메고 나와 시동을 걸때야 딸의 차가 가로 막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차주를 불러서 빼내게 하고 그제야 출발할 수 있으니 10분 정도 예상치 못한 지체가 있었다.
연경님이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피크닉 테이블로 모여서 출발전 목을 풀고 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오랫만에 부흥집회가 열리고 그 열기가 뜨겁다.
불같은 성령 임하소서...
이어지는 진사님의 찬양에 모두 은혜 충만이다.
연경님 더 늦어도 좋겠다.
늦으면 늦을 수록 더 좋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곳이 송화다.
아까맹크로 그리고 출발이다.
피크닉 에어리어에서 소방도로로 연결되는 문을 지나자 마자 진사님 길도 아닌 곳으로 들어선다.
아니 길두고 뫼로 가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따라 간다.,
진사님이야 뒷뜰이니 어련히 알맞게 하시려나.
그래도 시작부터 너무 가파르다.
길도 아닌데만 골라서 간다.
반바지 솔향기님 가쁜가쁜 앞서 간다.
허둥지둥 기장이 뒤따른다.
혜경궁 힘든가 보다.
포장님은 뒤에 쳐저 오지만 지형 지물을 훤히 알고 있어서 자신의 분량에 맞는 목표지점과 속도가 정해진다.
천천히 오랫만의 그리피스 산을 즐기며 뒤에서 오신다.
라디오도 켜 있으니 연락할 일 있으면 연락하랍신다.
대감님이 뒷처리 담당이 되어 챙긴다.
그러다 보니 소방도로에 옮겨 선다.
목마른 자 목 추기라고 수도 꼭지가 보인다.
Thanks a lot, Mr. Griffith.
덕분에 좋은 곳도 어려운 곳도 모두 수월하게 다닌다오.
여기서 모두가 다 모일 때까지 땀을 닦는다.
이번에도 A Cup은 돌아가고, B Cup은 비켜서 물탱크까지 가서 C Cup을 돌아서 온다.
물탱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출발이다,.
다시 출발이라기 보다 또 다른 가파른 길로 접어든다.
또 고생길이다.
진사님은 쉽고 재미있어 하신다.
기장 투덜댄다.
쉽기는 커녕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산 하면 포장이다.
턱 하시는 말씀.
산행에 쉬운 곳은 없어요.
진사님이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고, 그말을 문자 그대로 듣는 나를 쑥맥이려니 일깨워 주신다.
그러고 보니 연경님도 쑥맥
혜경궁도쑥맥일세.
간신히 물탱크에 도착했다.
이 물탱크가 아니란다.
더 위에 있는 물탱크란다.
포장님이 늦다.
포장님은 아래 물 탱크까지만 올랐다 알맞는 길을 돌아 내려 가신다는 교신이 왔다.
두번째 물 탱크에 올라섰다.
바로 발 아래 넓은 공터가 있다.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양이다.
헬기가 떳다 내렸다 하기도 한다.
소방대원의 소방훈련도 이곳에서 한다.
대감님은 회상한다.
처음 미국으로 이민오던 그때에 이 곳은 쓰레기를 매립하는 골짜기였다.
메탄 개스를 뽑아내는 굴뚝이 이곳 저곳에 많이 있었는데 지금의 그때의 그 지저분하던 모습은 다 없어지고 보기 좋고 넓디디한 부지로 변하여 누워 있단다.
난지도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아파트 숲이 되어 있지만 매립지 그때의 그 퀘퀘한 냄새는 신촌 로터리에서도 속을 메시껍게 했었는데.
저 부지 밑에도 수만가지의 사연이 누워있으렸다.
또 다른 소방 도로에 다다랐다.
평상이 놓여있다.
느티나무 밑에 있는 평상이 생각난다.
그 위에 모시 바지를 입고 천천히 부채질 하시던 고향 할아버지가 떠 오른다.
장기 두던 할아버지께 훈수두다 곰방대에 얻어 맞은 밤알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나 만져본다.
아마 그 때의 그 할아버지 보다 지금의 내가 나이는 더 들지 않았을까?
세상 참 좋아졌다.
나는 청춘이요, 그 분은 할아버지.
대감은 한 밤에 원두막에서 더위를 식히던 때를 그리워한다.
개골 참외가 참으로 부드럽고 달았다.
혜경궁을 닮은 개골참외
한편 구석에 봉숭아가 몇 송이 꽃 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연경 아가씨가 반겨 놀던 봉숭아.
한국에서 씨앗을 가져왔는지 손끝에 물들이던 바로 그 봉숭아다.
따서 물들여 보고 싶다.
백반을 깨 부수어 함께 묶어 두면 채색이 영롱하다.
사내 아이는 새끼 손가락에만 물 들여야 했다.
엄지 손가락에 물들이면 그게 떨어진다고 하던 그 봉숭아다.
엄지 발가락은 꽨 찮다 했지만 그는 싫었다.
그 옆으로 옥수수 밭이 보인다.
찰 옥수수
추측컨데 한국 사람이 뿌리고 싹티워 물주며 가꾸어 왔으리라 쉽게 생각이 든다.
수수깡 울밑, 꽃 밭의 그림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전에는 이곳 이 장소에는 수많은 선인장이 각양각색으로 자라는 꽃 밭이었는데 그렇게 꽃 밭을 개인의 취향대로 가꾸는 것은 불법이라며 모두 제거 시켰단다.
멀찌감치 몇 그루의 선인장이 그때 함께 자라던 녀석들을 대표해서 그 때의 일을 설명해 주고 있다.
기장 같은 이에게는 옛 향수에 젖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는데 이러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니 참으로 법은 이해하기 힘든 놈이다.
동물원 원숭이 우리에 달려있는 팻말도 생각난다.
Don’t feed, you are Killing them with Kindness.
With Kindness라는 문구가 지금도 뇌리에 맴돈다.
네 생각이 아무리 선한들 무엇하리, 상대가 좋아야지.
종아서 준 과자를 받아 먹는 원숭이가 죽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
그도 그러려니와 공유지를 사유화 한 것이 불법일 것이라는 대감의 법해석이 따랐다.
진사님의 작전과 계획에 딱 맞게 우리는 주차장에 닿았다.
4시간 반짜리 산행을 계획하셨구나.
포장님은 알맞게 뱃살을 줄일 정도만 산을 타고 혼로 외롭지만 내려 왔단다.
오랫만에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단다.
사색, 정신 건강에 사색이 최고지.
육신의 건강엔 등산이 최고이듯이.
그렇지, 이도 좋고, 저도 좋은 송화맨이니까.
유리는 얄밉게도 오전중 배달이 되지 않았다.
최진사 댁에는 딸이 셋있다.
첫째 시내, 둘째 에릭 그리고 셋째 써니.
그중 셋째를 제일 잘안다.
그러나 써니님은 시즐러에 올 수 없다.
기장은 칠복이가 되어 진사님 옆에 바짝 다가 앉았다.
아침 부흥회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다.
시즐러에서 살아나 지글 지글 타고 있다.
칠복이는 7개 복중에 하나가 맞았지만 우린 8개의 복을 받았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
하나님의 아들이면 어떻고,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으면 어떠랴!
따지면 복 못 받는다.
그걸 따질 시간이 없다.
복준다고 할 때 얼른 받아야 한다.
준다는데 못 받으면 쪼다다.
쪼다, 어느 나라 말인지 몰라도 써도 안되고 되어도 안된다.
연경님 말씀하신다.
너는 소나무, 나는 선인장.
엄연히 다른데 너는 어찌 같다고 하는고.
어찌 너는 내가 되려 하지 않고,
나더러 너되라 하나.
너는 선하다 우기나 나는 죽어간다네
우리 안의 원숭이 처럼.
네가 내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가 나 된것만 알아다오.
안 알아 주어도 좋다.
내가 네가 되어주리라.
기장 아직까지 이 간단한 사실을 몰랐네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너 되면 화평하단다.
참 쉽다.
뭐, 그럼 그렇게 한번 해보지.
복 준다잖아.
복 받기가 이렇게 쉬운 줄을 진사님 아니면 누가 설파할 수 있으랴
길 두고 뫼로 갔다가 팔복을 찾았네
어려운 길을 가도, 모로 가도 팔복은 만날 수 있구나.
우리 8명은 모두 8복을 품에 안고 내일로 떠났다.
첫댓글 아쓰라 아쓰리
나도 갔음 9복을 받을찐데...
아깝아라
와 길 놓고 뫼로 갔능교?
진사님 미워
기장님 고생 시킬락고...?
스케쥴 재키고 마눌님도 참석 시켰는데
우찌 그리 무심하시데요
그나저나 시즐러 잘 묵었능교?
제가 송화를 아직도 잘 몰랐네요
그리피스 산 으로 가신다는 소식에 반바지를 입고 나섰는데
제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 마른풀에 종아리를 내주고 고생했습니다
그날의 교훈은 언제나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는것 입니다
짧은 코스 지만 운동 제대로 했어요
진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