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岐路)에 선 개미군단…M&A 전문가 영입 내민 삼성전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6만전자라는 별명이 붙은 삼성전자가 5만전자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고민에 휩싸였다. 매 분기 이어지는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자 손절매(損切賣)에 나서고자 했으나, 삼성전자 임원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에서 반등의 신호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놓아야 할까 버텨야 할지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깊다.
대만 TSMC & 미국 인텔(intel) 등 글로벌 최대 경쟁사의 광폭 투자
증권가, 2분기 클라우드 중심 데이터센터 등 실적 상승 호재 전망
삼성전자는 지난해 279조6000억 원이라는 연매출을 달성하며 3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7~8만 원 사이를 오가던 주가가 해를 넘기며 하락세로 전환된 후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7만 원대 선에서 방어하고 있었으나, 4월로 넘어오면서 7만 원선이 무너졌다.
주가가 6만 원대로 내려서자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 주식을 손절해야 할지 쥐고 있어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다. 6만 원대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차례 6만 원대로 하락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이내 반등하며 정상궤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흐름이 다르다. 지난해 12월24일 8만800원을 기록한 이후 해를 넘어오며 하락을 시작해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식 매매의 기본 원칙대로라면 손절에 나서는 것이 맞지만, 이를 막는 또 다른 이슈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가하락 방어에 나섰다.
지난 3월을 끝으로, 7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하락세가 이어지자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식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임원은 총 21명이다.
올 들어서만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 21명의 삼성전자 임원들은 우선주 2000주를 포함해 자사주 총 5만4353여 주를 매수했다. 임원들이 나서서 주가 방어에 나서는 등 책임 경영의 의지를 드러내자 개미들이 손절을 주춤하게 된 것.
글로벌 반도체 전망… 삼성전자에 불리한 지형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삼성전자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망도 좋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지난 4월26일 반도체 분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19.8% 증가한 1287억8400만 달러(약 163조2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더불어 전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판매 1위인 대만 TSMC의 올해 글로벌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이 전년 대비 3% 증가한 5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역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TSMC와의 차이가 크다.
지난 1분기 TSMC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한 4911억 대만달러(약 21조10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48.7% 상승한 2238억 대만달러(약 9조6000억 원), 순이익은 2027억 대만달러(약 8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총 매출은 26조8700억 원, 영업이익은 8조45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 매출은 7조 원대로 TSMC의 순이익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매출은 전 세계 1위지만,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분야 매출은 TSMC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점유율로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6%로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반도체 분야를 통틀어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2위를 달성한 인텔(intel)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월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약 6조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오하이오주(州)와 애리조나주 등에 각각 200억 달러(약 25조3800억 원)씩, 유럽에 800억 유로(약 106조68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TSMC 역시 연간 4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앞뒤로 압박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 돌파구는? 투자전략 및 이재용 사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 1위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29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증가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기 보다 5% 수준 상승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양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가는 현재 다운 사이클에 들어섰지만,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이 양호할 것 등을 고려해 하락세를 늦춰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출하가 74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MX/NW 부문 실적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반도체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고위직에 고용한 것으로 외신들이 전했다.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M&A) 전문가를 고용하며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이후 2030년까지 10년간 170조 원을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는 TSMC의 투자계획 대비 절반 수준이며 인텔과도 비슷한 규모다. 이에 삼성전자가 쌓아둔 130조 원의 현금성 자산이 향후 M&A 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위한 자본으로 쓰인다면 훨씬 더 빠르게 상승 궤도에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마코 치사리 영입의 이유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재용 리스크’도 넘어서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가석방을 얻어냈으나, 5년간 취업제한이 전제되면서 공식적인 경영참여는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무보수 상태로 지난해 11월경부터 삼성전자의 전략 구사를 위한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석가탄신일(5월8일) 사면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출소와 함께 ‘뉴 삼성’을 약속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허가하라는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서 나온다. 총수 자리 회복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로 글로벌 M&A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바람에서다. 5월8일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사면 기회가, 오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내건 이재용 부회장의 구상안이 실현될 기회를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4월29일 삼성전자 주가는 4%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폭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7만 원대 회복을 바라는 개미들의 간절함 속에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과 인수합병 전문가 영입,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및 경영일선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작용한 것이란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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