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고기 한근 !
지금이야 별거 아니지만 , 삼십여년 전만해도 어른들 하루 일당쯤 되었습니다 !
돼지 고기가 비쌌다고 보기 보다는 인건비가 쌌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인건비 !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 " 고 지 먹 었 냐 ? " 란 말이
저희 때는 흔하게 썼던 말입니다 .
그 " 고 지 " 란 말은
춘곤기( 이를테면 보릿고개 )에 미리 품삯으로 곡물을 빌려 먹는 일 !
지금 말로는 " 가불 " ---- 곡물로 받는 가불 !
쌀 한말에 사흘은 기본이고 ..... 흉년에는 닷새까지 품으로 갚었다고 하니 !
얼마나 ! 인건비가 싼것입니까 !
---------------------------------------------------------
국민학교 5 학년때 일이니 ..... 이제 삼십오년전 이야기 입니다 !
저희 집은 설날이 조부님 기일이기도 합니다 .
보통은 어머님이 미리미리 제수를 준비하셨는데
그 날따라 " 산적 " 할 고기 챙기시는 것을 ..... 잊어버리셨나 봅니다 .
( " 소 고 기 산 적 ? " 부잣집 이야기고 ..... )
점심 먹고 진잠 정육점으로 고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
서울에서 누나가 부쳐준 오천원짜리 전표 ? 를 동내 아저씨한테 들려서 ....
우체국에 가서 바꿔 ..... 느티나무 옆에 있는 고깃집에 가서 ..... 돼지 고기를 사고
그 때만 해도 .....공포스런 진잠 골목을 부리나케 빠져 나왔었습니다 .
산징이 고개를 넘을 때는 땀이 흥건 할 정도 였으니 ..미루어 짐작하시고 .....
달리다 싶이 웃 서낭 ... 가운데 서낭 .... 아랫 서낭 .....그 때는 혼자지나는 서낭이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 이해되지 않지만 ..... 토강을 지나 정문거리까지
쏜살같이 다녀 왔읍니다 .
그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달리게 한 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
혼자 산징이를 넘어 온 것이 잘 했 다 ! 싶어 ...밝은 표정으로
" 엄 마 ? 고 기 사 왔 어 ! "
부시럭 부시럭 ..... 세멘포대종이를 펼치시더니 이내
" 야 ~ 이 ! 이 놈 아 ? 이걸 고기라고 사왔어 ? 바 꿔 와 ?
" 왜 ~ ~ ~ ~ ~ 에 ? "
" 비계 퇴 배 기 잖 어 ! " ( 비계 덩어리 잖어 ! )
" 아 이 참 ! 또 갔다 와 ~~~아 ? "
가고 오는 것보다 .....
정육점에 가서 바꿔 달라고 하기가 두렵 ~ 고 .... 창피할 것 같아서
뻣팅겼읍니다 !
성격 급한 우리 엄니 ! 부짓갱이가 춤을 출 찰나 ......
사정조로
" 어떻게 바꿔 달라고 해 ~~~~~~~~~~~~~ 에 ? "
" 제사에 쓴다고 바꿔 달라고 해 ? " ( 엄칭이 큰 소리로 )
" 안 바꿔 주 문 ? "
" 이 빌어 먹을 놈이 국민 학교 5 학년이나 돼서 ..... 밥 빌어다 죽 쒀먹을 놈 ? "
갔다 와라 ... 안간다 ... 아니 못간다 .....그람 밥을 안준다 ..... 흠 칫 !
안주문 안 먹는다 ..... 저런 놈을 믿고 사는 내가 한심하다 ..... 뻘 쭘 !
가기가 싫었습니다 !
" 증말 안 갔다오면 ..... 쫓 아 낼 겨 ? "
요 대목에서는 석이 죽어 ..... 싫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
왕복 마라톤도 아니구 ? ....... ( 내 살점이 스근은 빠지것내 .... )
고깃집 주인과 잘 아는 친구 아버지를 대동하는 것으로 ㅎㅎㅎ
어머니하고 협상을 그럭저럭 마치고 ..... 또 산징이 고개를 넘었습니다 .
( 그 분은 내친김에 대전 볼 일 보러 가심 )
또 다시 진잠에서 넘어 올 때는 짧은 해 덕분에 더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
정육점 뒤로 난 쪼붓한 골목길을 돌아 ..... 삐 때 기 ..... 공동 우물 앞 논길 ...
뱀많이 나오던 굴멍길 ..... 우측에 포도밭 ...... 푹꺼져 흐르던 또랑 .....
어지럽혀진 고속도로 곁길 ...... 영주 기도원 ..... 이 복 자 씨내 집 앞 ....
상투쟁이 할아버지 살던 .... 승원 ? 선배집 ..... 개 바 닥 .....
우측 가마길 ..... 좌측 지그 재그 급경사 .... 산징이 날맹이 .... 그 바위 . 묘동
계룡산 상봉이 보이는 웃서낭 ... 으시시한 공동 묘지를 지나고 ....
집에 다 와서는 엄니의
궁딩이 툭 - 툭 --- " 으이구 내 새끼 다 컸내 ! "
요 한마디와 ..... 명절전이라 그저 적뿌시래기 ! ( 부침개 꽁댕이 )로
심부름 값을 받았었지만 ...
누님이 얼기 설기 짜준 도꾸리를 입고, 삘삘대며 걸어 가는 내 모습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 갑니다 !
어떤 때는 추억으로 어떤 때는 재미로 ......
또 어떤 때는 슬픔으로 다가 오지만 ,
이젠 점점 아련해져 가는 기억이 ..... 더 아쉽고 애 려 옵 니 다 .
>>>>>
지금 그만한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 그것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
아 예 ! 안먹던지 .....
새끼 중한 마음으로만 ...그런 곤역을 시킬지는 .... 저도 장담 할 수가 없습니다 .
>>>>>
추억이 밉던 곱던 ...... 나밖에 알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
명절이 다가오니 더더욱 같이 울고 웃던 ..... 친구들 이웃들이 그리워집니다 !
내 고향 " 내 님 " 여러분 !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넙 ~~~~~~~~~~~~~~~~~~~~~~~~~~~~~~~~~~~~~~~~~~~~~~~~~~~~~~~~~~~~~~~~ 죽 !
경기도 양주에서 금 수 봉 올림
아마 잣띠 사람들에게는 ..... 산징이가 추억에 이야기 다발 일 겁니다 !
첫댓글 급한 마음에 횡설 수설 했내요 !
금수봉님아 !! 차분한 마음이었다면 김수현 작가님을 능가하셨겠어요...
산징이......... 우리 아버지 주린배 졸라매고 나무하시던곳! ㅡ.ㅡ;; 춥고 배고프던 시절의 곤고했던 추억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낼수 있는 님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진짜로 훌륭한 작가시군요..너무나 리얼하면서 가슴이 찡~~ 하고 져려오는군요..나도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진잠도시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뚜렷하진 않지만 지금의 성북동에 대한 옛 정서가 어느정도는 몸에 서려있다고 할수있답니다..명절때라 돼지고기가 필요했겠지만 돼지고기보단 계란과 닭고기를 더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삼십년이란 수세월을 보낸지금 그누구도 흉내낼수없는 산징이에 얽힌 추억이야말로 영영 꺼지지않는 촛불이요.진정한 값진 재산이라 할수있군요.. 부럽습니다요....몇년후에는 그곳으로 다시 이사를 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서두르시기를 바랍니다 ....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들은 " 밀서 " ㅋㅋㅋ 를 압니다 ! --- 때론 격정적이고 ..... 때론 나 자신에게 냉혹 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었지만요 .------ 그런데 이 놈은 그것을 믿으면서도 안믿지요 ! ㅎㅎㅎㅎㅎ 머무는 것은 가기 위함이고 ... 가는 것은 머물기 위함이려니 ...ㅋㅋㅋ 우리 회장님 헛갈리겠습니다 ..... 낙향 하시려면 서두르십시오 ." 대지 "가 중요합니다 .
재미였던 슬픔이었던 추억을 가지고계신 금수봉님은 참 행복하신분이네요. 고향에 가시겠군요. 명절 잘보내세요
어머니가 " 손자들 " 걱정으로 ....궂이 ....막무가내로 상경 하십니다 ..... 나는 가고 싶은데 ....여편네만 살판 난거지요 ! ㅋㅋㅋㅋㅋ---- 또 저녁에 할아버지 기제라 .... 힘 들 지 요 ! ------ 공주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 아주 쉽게 보내는 방법이 있기는 있는데 ..... ㅎㅎㅎ
디따 궁금????????????
갈켜주문 ...... 공주 언냐두 째껴나 ! ㅎㅎㅎㅎㅎ
괘나너...........그럼 순전히 내팔자 필수도있어 (근데 ...ㅎㅎㅎㅎㅎ진담)
ㅎㅎㅎㅎㅎ 부엌에서 째껴나문 ... 안방에 둔누면 돼유 !
금수봉님의 글을 읽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있는듯......모든 기억을 어쩜 그렇게 자세히 그려내는지.......놀랍고 .....또한 마음속 깊이 진한 감동이 밀려 드네요.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들어보셨어요? 우리동네에서는 명절때면 돼지를 잡아서 마을사람들끼리 나눴는데 그 멱따는소리.......증말 크답니다.
살가운 마음으로 보아 주시는 거지요 ! 감사합니다 1 --- 사실 ! 동네에서 돼지를 잡았는데 .... 나눌양이 작어져서 우리 차례가 안온 겁니다 ...... 잊어야지...허 허 ! ... 원래는 아주 긴 글이었습니다 .세배쯤 .....
고지먹었다.가 그런뜻이었군요....그럼 "고지를 안듣는다 " 이런말을 울엄마 가끔 쓰시던데...... 믿지를 않는다 로 해석했었거든요 이말은 고지 준다 해도 믿지를 않는다 즉 약발이 안받는다 ? 그런말인가? 암튼 토강, 도꾸리 등등 지금은 잊혀저가는 옛이야기 들이네요.... 그리고 우체국가서 바꾸는 전표? 소액환이라고 했었지요?.... 울오빠 군대 있을때 엄마심부름으로 우체국가서 용돈부쳐준적 있거든요 소액환으로... 얼기설기 짜준 도꾸리 입고 산징이 고개를 숨차게 넘어가던 어린 소년의 모습이 흑백영화의 한편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집으로 " 라는 영화 본적 있으세요? 거기 나오는 소년이 산징이 고개를 넘어가고 있네요 ...
" 고지를 안듣는다 ! " = 일해 주기로 하고 쌀을 갖다 먹고서는 막상 일을 해 달라니 안해 준다고 오리발 내미는 것을 그렇게 말함인데 ...... 불신의 엄청 강한 표현일겁니다 ! ----- 고지,비럭질 ,공출 ,선자 ,병작 ,등등 애환이 서려있는 슬픈 역사의 " 말"들이고 ...... 두레 .품앗이.계.동계 등등은 면면이 이어져 가야 할 "말"들이라 생각합니다 .
님의 글을 접하는 동안은 나도 그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그러면서 나의과거를 추억하게 됩니다.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다들 왜 사연이 없겠어요 ! ----- 그저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 이야기로만 이해해 주시기를 ...... 허접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강... 포강이지요? 님의글을읽으면서 토강이란 단어가 잊혀진 아련한 추억속의 단어임엔 분명하나 뭔지 어색한느낌이 들었는데... 오늘 가족들과 이야기 하며 포강이란걸 알았습니다. 우리집 앞에 둠벙이라고 있었는데 둠벙바로 위에 형이 포강이고 포강보다 더 큰형이 방죽이고 ,,,그리고 방죽보다 더 큰형이 저주지라네요?저는가본적 없지만 어린시절 오빠랑 동생들이 쌍암리 포강에 갔다왔단 소릴 자주 들었어요 그리고 솔마루 방죽에가서 연밥따다주던 기억도...아버지랑 마을사람들이 집앞툼벙을 품으면 미꾸라지 붕어떼들이 하얗게 퍼덕거리던모습... 포강이란 옛단어하나때문에 한시간도 넘게 추억속 그시절을이야기했습니다
포강 ! 그렇게도 부릅니다 .
그시절엔 틀팡과 마루끝을 연결해서 볏가마니를 쌓아두던 토광이라고 있었지요 나무 쪼가리에 한문으로 번호를 써놓은 쪽문짝,,,, 방앗간에 말구루마 불러놓고 그 쪽문 열고 토광에서 볏가마니 내려싣던 아버지 모습... ㅎㅎ
광 이라함은 .... 음식이나 ..농기구 .. 곡물을 보관 하는 창고를 말함인줄 알고 있습니다 !
ㅎㅎㅎ 예전 그 풍광이 그대로 전해지네...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기도하고 그리움이 밀려들기도하는 그런 정다운 이야기당..^^*
곱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넙 ~~~~~ 죽 !
섣달그믐날 잠자면 눈썹하얗게 된다고 사촌 들하고 밤새워 얘기하자고 해놓고 술찌게미(설탕넣어서 먹으면 참 맛있어요) 먹고 취해서 쓰러져 자고 아침에 거울먼저 봤던기억. ...세월이 갈수록 어릴적 설래던 설이 더욱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