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란 그림/김동원 구음/감수 | 길벗어린이 | 1998년 04월
이 책은 그림과 소리만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우리 전통 사물놀이를 신나게 보고 듣는 듯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꽹과리, 징, 장고, 북 등 사물놀이의 악기를 통해 신명나게 우리 가락을 만나보자.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 |
도서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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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에 우리 전래 동요나 악기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 음악의 중요성이 많이 두드러졌다. 이 책은 책으로 보고 음악으로 들으며 사물놀이나 판굿을 느낄 수 있다. 악기의 소리를 입으로 말하는 것을 '구음'이라 하는데 구음이 책에 나와 있어 음악을 들으며 입으로 따라하면 더욱 좋겠다. 구음이 어느 정도 되면 사물놀이나 판굿에 맞춰 걸음을 걸어보면 더욱 좋다.
참으로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올해의 책 후보도서를 읽으러 갔다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치는 격으로 책을 빼들고 넘기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은 떨리고 귀에는 흥겨운 가락이 들리고, 내 마음은 잠시 내 몸을 떠나 책 속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나만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어떤 이야기도 없이 그림과 가락만 실어 놓은 책을 읽고 이런 떨림을 느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 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데….
대학 시절 꽹과리와 북을 쳐 본 경험이 있다. 몇 차례 어설프지만 공연 비슷한 것도 한 적이 있고. 처음에는 선배들의 압력과 그 때의 분위기가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던 때였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주는 매력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사물의 가락을 느끼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꽹과리, 징, 장고, 북을 보여주고, ‘갱’, ‘징’, ‘덩, 궁, 딱’, ‘둥’과 같은 각 악기의 기본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는데 어느 순간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차 각각의 가락이 이어지면서 어우러져 돌아가는 풍물패들의 모습이 보이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가락이 빨라졌을 때에는 여러 색과 악기들이 어우러지며 빠르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가락은 다시 조금씩 느려지고 마침내 인사를 하며 마무리된다.
어쩌면 피아노나 다른 서양 악기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사물놀이를 전혀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없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풍물패들이 진을 짜며 흥겨운 가락을 이루어내는, 전율(?)스러운 경험을 느낀 나에게 이 책을 평가하라면 단연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처음에 밝힌 그대로 움직임과 소리가 살아나는 참으로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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