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 김대식 기자] 의/치대 정원증가는 2015 자연계열 대입 뿐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입시와 약대입시까지 뒤흔드는 지각변동의 동인이 될 전망이다. 2015학년은 2012학년부터 시작된 의전원/치전원의 의대/치대전환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의/치대 정원은 대폭 늘고 의/치전원 정원 그만큼 축소된다. 당장 의/치대 정원이 증가함에 따라 2015대입에서는 자연계열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소신지원 증가, 재수생/반수생들의 유입으로 의/치대 경쟁률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나 주요대 이공계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정원이 줄어드는 의/치전원입시는 곧바로 약대 입시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MEET/DEET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학생들이 정원 감소에 부담을 느껴 약대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치대 정원 증가로 인해 고교 입시 판도에도 뒤흔들 수 있다.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교육부 방침에 의해 의대 진학이 쉽지 않을 전망이 높다. 결국 의대를 희망하는 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은 설립취지의 구속에서 다소 자유로운 전국단위 자사고나 광역 자사고, 과학중점 일반고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의전원체제를 도입했던 22개 대학과 치전원체제를 도입했던 5개 대학이 의대/치대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의/치전원 및 의/치대의 정원의 변동이 발상하게 된다. 의/치대 정원 증가와 의/치전원의 정원 감소는 자연계열 판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사진=전북대 제공
<의/치대 정원 증가…상위 2%까지 노려볼 수 있어> 2012학년 1591명이던 의/치대의 정원은 2013학년부터 2년 간격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9학년에는 2012학년의 2배 수준인 3350명으로 늘어난다. 의대와 치대를 합한 정원을 살펴보면 2012학년 1591명, 2013~2014학년 1770명, 2015~2016학년 2669명, 2017~2018학년 2965명, 2019학년부터는 3350명이다.
정원 증가에 따라 2014학년까지 자연계열 상위 1%가 바라볼 수 있던 의/치대를 상위 2% 수준의 학생들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수학 B형(2012~2013학년은 수리 가형) 선택자로 가정한다면 2012학년은 15만4482명, 2013학년은 14만5693명, 2014학년은 16만174명이 자연계열 학생이었다. 학년별 자연계열 응시자 대비 의/치대 정원은 2012학년 1.03%, 2013학년 1.21%, 2014학년 1.11% 등 이었다. 3년 동안 수학B형 응시자 평균이 15만3450명임을 고려해 2015학년 이후 응시자 대비 의/치대 정원 비율을 계산하면 2015~2016학년 1.74%, 2017~2018학년 1.93%, 2019학년부터는 2.18%가 된다.
의/치대 정원 증가
학년
~2012
2013
2014
2015~2016
2017~2018
2019~
의예과
1371
1538
1538
2255
2533
2840
치의예과
220
232
232
414
432
510
계
1591
1770
1770
2669
2965
3350
상위(%)
1.03%
1.21%
1.11%
1.74%
1.93%
2.18%
이과학생수
154482
145693
160174
153450
153450
153450
상위 2% 수준의 학생들도 의/치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의대 지원자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의/치대 문호가 2배 넓어짐에 따라 합격 기대심리도 덩달아 높아져 소신 지원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5학년 이후 자연계열 응시자를 15만3450명으로 가정했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수능 응시자도 해마다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응시자 대비 의/치대 정원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비율이 높아질 수록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의 합격 기대심리는 더욱 커져 경쟁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015 학년은 의대 717명, 치대 182명 등 899명으로 문호가 대폭 증가한다. 합격의 기대심리가 높은 상황이어서 의대 경쟁률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한 학생들과 정시에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하면서 재수생 유입에 따른 경쟁률 상승도 예상된다. 지난해 의예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생명과학Ⅰ, 화학Ⅰ, 화학Ⅱ 과목이 어렵게 출제됨에 따라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각각 71점, 71점, 72점으로 높게 형성됐다. 어려운 수능을 반영하듯 지난 2014 정시모집에서 전국 24개 의대(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서남대 의대 제외, 일반전형기준) 경쟁률은 5.87대 1(847명 정원/4969명 지원)로, 2013학년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 7.09대 1(829명 정원/5878명 지원)보다 크게 낮아졌었다. 지난 2014학년 신입생을 모집한 의대는 기존에 의대 체제였던 14개교와 의전원/의대 병행체제에서 의대로 전환하는 대학 11개교 등 총 25개교였다.
반수생의 유입도 경쟁률 상승의 근거가 된다. 지난해 수능에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학생 가운데 의/치전원 진학이나 약대 진학 노리고 화학/생물관련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반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데 따른 기대심리가 반수생들에게도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공계열 경쟁률> 자연과학계열과 공학계열 가운데 의전원 치전원 약대 지원 관련학과(화학과 생물학과 생명과학과 화학공학과 생명공학과 등)의 경쟁률은 소강상태가 예상된다. 전반적 하락추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대폭 하락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1693명 정원의 약대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약대 입시는 현재 ‘2+4 체제’로 운영된다. 대학교 2학년1학기를 수료한 후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에 응시해 2학년 2학기를 다니면서 약대에 원서를 내고 합격하면 4년의 약대 과정으로 진학하는 시스템이다. PEET 시험은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자연과학 과목에 대한 추론 문제가 출제되므로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화학/생명과학 관련 모집단위에 많이 지원해왔다.
2017학년 이후에도 의/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들이 있다는 점도 관련학과의 경쟁률에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PEET 시험과 출제되는 내용이 비슷한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의학교육입문검사)와 DEET(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치의학교육입문검사) 시험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MEET/DEET/PEET는 시험날짜가 동일하기 때문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의/치전원이나 약대 어디든 상관없는 학생이라면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해볼 수 있다. 약대를 생각하고 PEET를 목표로 하는 학생 가운데 대학교 평점과 실력이 좋은 학생이라면 MEET/DEET로 방향을 틀어볼 수도 있다. MEET/DEET를 목표로 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PEET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수나 반수를 통해 의/치대를 진학하는 것보다 대학에서 생화학 등의 전문 지식을 습득해 약대나 의/치전원을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은 이 방법을 고려해볼 가능성이 높다.
<PEET 경쟁률> 의/치전원 정원 감소로 인해 PEET의 경쟁률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의/치전원 정원이 지난 2014학년 2217명에서 2017학년 458명으로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원이 줄어들면서 MEET/DEET 장수생들이 합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정원 변동이 없는 약대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2학년부터 2014학년까지 3년간 MEET 시험에는 매년 8400명 정도의 학생이 지원했으며 DEET의 경우 평균 1974명이 지원했었다. 3년 동안 평균 1만400여 명이 시험에 응시했지만 의/치전원 정원은 2217명이어서 해마다 8100명 가량의 MEET/DEET 재수생이 나왔다. 정원이 줄어들면서 부담을 느낀 재수생 8100여 명이 약대진학으로 목표를 수정하면 PEET 시험의 경쟁률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PEET 시험이 매년 경쟁률이 상승해 8대 1이 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대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치전원 정원 감소
학년
~2014
2015~2016
2017~
의전원
1687
1242
218
치전원
530
500
240
계
2217
1742
458
최근 3년간 MEET/DEET/PEET 경쟁률
구분
MEET
DEET
PEET
경쟁률
정원
지원
경쟁률
정원
지원
경쟁률
정원
지원
2014
4.95
1687
8344
2.97
530
1572
8.46
1693
14330
2013
5.08
8564
3.93
2081
7.76
13142
2012
4.92
8300
4.28
2270
7.20
12194
평균
4.98
8403
3.73
1974
7.81
13222
의/치전원들이 학/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하는 경우도 PEET 경쟁률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학/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하는 경우 석사과정 입학생 정원을 줄이기 때문에 MEET/DEET를 통한 의/치전원 진학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학/석사통합과정이 설치되면 설치 3년 이후부터 석사과정 입학생 정원을 학/석사통합과정 신입생을 받은 만큼 줄이게 된다.
전국 5개 의전원 가운데 학/석사 통합과정을 설치한 학교는 제주대와 동국대(경주) 2곳. 40명 정원의 제주대는 학/석사 통합과정 입학생 20명을 선발하므로 2016학년부터 석사과정 입학생을 20명으로 줄이게 된다. 동국대(경주)는 의대/의전원 병행체제에서 의전원으로 체제변환을 함에 따라 정원변동이 복잡하지만 석사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매한가지다. 2015학년 석사입학 49명 정원에서 2016~2017학년 34명, 2018~2019학년 25명으로 정원이 줄게 된다.
치전원을 운영하는 서울대 전남대 부산대 등 3개 학교는 모두 학/석사 통합과정 모집을 실시한다. 90명 정원의 서울대는 2014학년부터 45명의 학/석사통합과정 모집을 실시했다. 통합과정 입학생들이 석사과정에 들어서는 2017학년부터는 정원 유지를 위해 석사1학년 입학생 정원을 45명으로 줄이게 된다. 70명 정원의 전남대는 2017학년부터 석사과정 입학생이 35명으로 줄어든다. 80명 정원의 부산대는 서울대와 전남대와 비교해 1년의 시간적인 차이가 발생할 뿐 같은 방식으로 정원이 조정돼 2018학년부터 석사과정 입학생을 40명으로 줄인다.
학석사통합과정 운영 의전원의 정원 변동
학석사통합과정 운영 치전원의 정원 변동
학년
구분
제주
동국(경주)
학년
구분
서울
전남
부산
정원
본과
정원
본과
정원
본과
정원
본과
정원
본과
2015
학석사
20
40
24
49
2015
학석사
45
90
35
70
40
80
석사
40
49
석사
90
70
80
계
60
73
계
135
105
120
2016
학석사
20
20
24
34
2016
학석사
45
90
35
70
40
80
석사
20
34
석사
90
70
80
계
40
58
계
135
105
120
2017
학석사
20
20
24
34
2017
학석사
45
45
35
35
40
80
석사
20
34
석사
45
35
80
계
40
58
계
90
70
120
2018
학석사
20
40
24
49
2018
학석사
45
90
35
70
40
80
석사
20
25
석사
45
35
40
계
40
49
계
90
70
80
2019
학석사
20
40
24
49
2019
학석사
45
90
35
70
40
80
석사
20
25
석사
45
35
40
계
40
49
계
90
70
80
PEET의 경쟁률 상승 요소가 많지만 경쟁률이 급작스럽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전원에서 의대로 정원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면서 학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학사편입학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2015학년부터 2020학년까지 6년간 의예과 본과과정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완충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MEET/DEET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PEET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6년 동안 의/치대 학사편입학의 길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의/치대 학사편입학 정원을 살펴보면 2015~2016학년 296명, 2017~2018학년 681명, 2019~2020학년 385명이다. 6년의 학사편입학 기간이 끝나면 PEET의 응시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의/치대 학사편입학 정원
학년
2015~2016
2017~2018
2019~2020
의전원
278
585
307
치전원
18
96
78
계
296
681
385
<고입판도 변화> 의대 정원의 증가는 전국단위 자사고 중심의 고교 판도를 좀더 공고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중점을 중심으로 일반고를 선택하는 학생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고 영재학교 등의 특목고를 통해 의대를 진학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확정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외고 국제고 등의 특목고가 설립목적에 벗어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 특목고 지정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외고의 이과반 운영이나 과고 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은 교육부의 정책방향으로 볼때 갈수록 힘겨운 로드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경우 입학 단계에서부터 의대 진학이 적합하지 않다고 공지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이공계열의 수학/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 영재학교이므로 의/약학 계열 지원 희망자는 본교 진학에 적합하지 않다”고 공지한다. 한국영재 김경대 기획/연구부장은 “(의대로) 진학할 경우 학교가 제공했던 각종 혜택을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서울과고는 입학설명회 단계에서부터 ‘의대 진학 희망자는 오지 말라’고 강조한다. 진로상담 시에도 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불러 상담해 의대진로를 막는다. 의대 진학을 고집하는 경우에는 의대로만 원서를 쓰게 하며 공대를 지원하지 못하게 지도하며, 재학 중 받았던 장학금을 모두 회수해가며 졸업식 때 수상자 명단에서도 이름을 뺀다.
특목고를 통한 의대 진학이 어려워진 만큼 설립취지에 구속되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운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숙사 운영으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교내 운영 방과후 교실 및 AP과정 등을 통한 심화학습이 가능하다는 점, 학생 자치로 운영되는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 등은 수시모집 정원이 50%에 육박한 의대 입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사이트에 탑재된 각 대학의 2015 대입 전형계획을 살펴보면 2255명 의대 정원 중 1111명을 수시에서, 1144명을 정시에서 선발한다. 특히 최상위권 의대들은 수시모집 선발 비율이 높다. 서울대 의예과는 수시65명, 정시30명을 선발한다. 아직 세부적인 전형계획이 탑재되지 않은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지난 2014 입시에서 연세대는 수시58명, 정시19명 고려대는 수시64명, 정시10명 등으로 수시에서 더 많은 학생을 선발했다.
자사고에서 내신관리의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은 일반고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과고와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과학중점 일반고를 선택하거나 혹은 일반고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 수시모집의 학생부 교과위주 전형이나 학교장 추천을 받아 지원이 가능한 전형들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과후 교실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동 등이 알차게 운영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수시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