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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메일_134] spring, 당신이 몰랐을 부티크 향수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series1-아닉 구딸
10대의 전 존슨즈 베이비의 아기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존슨즈 베이비 울트라 케어 크림만 얼추 10년 가까이 발랐던 것 같아요. 팔뚝에 코를 가까이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을 때 아가 살냄새가 나는 게 그리 좋을 수 없었어요. 사실 이름에서 기대되는 것만큼 초강력 보습 효과로 어린 시절 건조하기 그지 없던 제 피부를 보호해주진 못했지만, 그땐 지금처럼 화장품 선택의 폭이 넓지도 않았고 또 향수를 따로 쓰지 않았던 순진한 어린 학생이었으니까요. 가격, 보습력, 그리고 향기까지 한번에 다 해결하기에 존슨즈 베이비만큼 만만했던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요즘에야 진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가 살냄새 향이 나는 베이비 코튼 계열의 완소 향수(그 중 으뜸은 필로소피 퓨어 그레이스라 생각해요!), 스킨케어가 많이 나오지만 그 시절엔, 존슨즈 베이비가 수퍼갑이었으니까요. 사실 그때만 해도 화장품을 안 바르는 친구들이 꽤 많았기에, 화장품은 한겨울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을 때만 바르는 거라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존슨즈 베이비를 사계절 열심히 챙겨바르던 제게 친구들이 이랬죠. ‘너한텐 항상 좋은 아가 냄새가 나!’ 그때마다 괜스레 콩닥콩닥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게 무슨 아기 냄새냐, 이건 가짜 아기 냄새다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10대의 전, 존슨즈 베이비로 향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켰기에 고마운 브랜드로 기억에 두고두고 남아 있습니다.
소심 얌전한 10대의 저는 20대로 건너오면서 배워본 적도 없는 괜한 반항을 몸으로 표출하고 싶은 톰보이로 점점 변해갔어요. 인간, 그리고 종교, 삶에 대한 고민을 10대부터 진지하게 했었거든요. 그리하여 너무도 고요했고, 너무도 내면으로만 파고 들었던 그 시기의 억울함(?)을 다 발산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제 10대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누군가를 잃으며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깊은 허무를 경험했었고, 말로는 사랑을 외치며 행동으로는 기합을 주던, 교문 밖을 나섬과 동시에 날라리 포스를 쫙 풍기던 기독교 서클반 선배들의 모습에 짐짓 진지한 충격을 받았었고(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뭐 충격 받을 일도 아닌데 그랬어요), 남자란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생명체인냥 집으로 오던 모든 남학생의 전화를 차단하던 엄마의 압제 하에 억눌리면서 내면으로만 파고 들었거든요. 그 억눌림을 20살이 되면서 다 털어내버리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 것 같아요. 근데 반항도 뭘 알아야 하죠. 그저 이어폰 볼륨 키워서 일부러 밖으로 새어나오게 힙합 음악 듣고, 샛노랗게 염색을 하고, 찢어진 데님이나 골반에서조차 흘러내릴 것 같은 엄청난 통의 힙합바지에, 옆으로 쓴 야구캡, 거기에 당시 이스트팩과 함께 열풍이었던 노티카 점퍼로 마무리하기! 그리고 틈나는 대로 오락실에 가서 댄싱기계 펌프를 하고 말이죠. 몸치인 제가 그때 당시엔 펌프계의 프론티어였다니까요.
이건 잠시 쉬어가는 얘긴데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요. 3학년인가 4학년인가 그랬었는데. 맨 앞줄에 앉아 반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스커트를 입고 앉았던 지라 제 팬티가 아주 살짝 보였던 거에요. 좋은 먹잇감이었죠. 남자애들한테 엄청 놀림을 당하며 눈물을 쏙 뺀 이후로 사진 노이로제가 걸려 이후로 사진 찍히는 걸 몹시 싫어하게 됐어요. 반 친구들에게 있을 제 팬티 사진을 어떻게 다 찾아내 찢어버릴 것이냐, 이게 인생의 제일 큰 고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햇빛을 정면으로 잘 못 봐요. 눈이 갈색이라 심하게 눈부심을 못 참아요. 그땐 지금처럼 사진 광학 기술이 발달해 있지 않았기에 피사체가 되려면 늘 해를 바라보고 서야 했거든요. 해를 등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 그래서 전 어릴 때부터 사진 찍히는 걸 되게 싫어하고, 안 찍히다 보니 사진 앞에서 어떤 표정, 어떤 포즈를 지어야 할 지 아직도 몰라요. 그래서 제겐 사진이 별로 없어요. 한편으론 다행이에요. 톰보이 시절 저를 생각하면 막 오그라들 것 같은데, 그렇게 어설프고 촌스럽던 시절의 사진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에요. 그때 뭔가 반항을 하기 위해 더 유니섹스스럽고자 했던 그 시절, 가장 즐겨 뿌리던 향수가 캘빈클라인의 CK ONE, 그리고 토미걸이었답니다. 지금은 그런 향수 줘도 싫은데.. 그 시절의 제겐, 노티카 점퍼 큼직한 걸 힙합 바지랑 입고 다니던 제겐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30대의 전, 그 누구보다 여성스럽고 싶어졌어요. 20대 초반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선 거죠. 모든 여자가 반드시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여자는 여성스러울 때 가장 자기 자신답고, 자기 본연의 색깔을 찾은 듯 편안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루 하루 지날수록 여성스럽고 싶은 니즈가 더 강해지는 거 있죠? 그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특히 이성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한 자기만족, 본능 같은 거에요. 그래서 요즘의 저를 보면, 대학생 시절의 톰보이가 도무지 상상 안 될 정도로 누구보다 더 여성스럽길 원해요. 결이 매끄러운 레이스 슬립을 입고, 향초 피워놓고, 와인 마시고, 음악 듣다가 그렇게 스스륵 잠드는 거 이게 일상인데 은근 취미 생활 같기도 하다니까요. 훗~ 그러고 보니 대학 때 선배오빠가 오랜 미국생활을 접고 작년에 한국에 들어와선 절 보고 놀라대요! ‘윤주야! 너 이랬니? 힙합바지는? 완전 딴 사람이네..’ 다른 사람 맞죠. 20대의 저와 30대의 전.
요즘의 전 ‘천상여자’라고 불러주면, 그게 뻔한 표현 같지만서도 되게 기분이 좋아요. 40대가 되면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30대의 지금, 제가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이 여성스러움에 대한 니즈랄까요, 이게 저를 더욱 저답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가장 여성스럽고자 하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빛이 나는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요. 무슨 자뻑 이런 거 아니고, 그냥 요즈음의 제가 스스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감사하고 뭐 그런 건데.. 영화 <은교>를 보면 은교가 워낙 화면에서 싱그럽고 어여쁘게 나오잖아요. 그저 가만히 있어도 풋풋한 싱그러움이 터져나오는 10대 후반, 20대 초반 젊음의 상징이죠. 그런데 그게 전혀 부럽지 않아서 나랑 바꾸자 해도, 난 그냥 지금의 내가 좋은.. 그런 거, 이렇게 제 아이덴티티를 완성시켜가는 중인가 봐요 전.
feminine, elegant, alluring, lovely, chic, gorgeous.. 이런 단어들이 좋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30대의 제가 좋아하는 향의 취향은 당연히 20대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어요. 그리고 전, 흔해빠진 게 그 어느 때보다도 싫어졌어요. 어디선가 맡아본 것만 같은 향, 맡으면 바로 브랜드가 읽히는 향, 익숙한 관능미가 너무 빤해서 평범하게 다가오는 향, 그런 게 싫더라고요. 여성스러운 향이어야 하는데 동시에 unique! 독창적인 나만의 시그니처 향이 필요하다는 게 향에 대한 제 니즈에요. 전 그래서 남들보다 일찍 샤넬이나 디올, 겔랑, 랑콤 같은 인기 향수, 대중적 향수에 작별을 고했죠. 그런 제가 30대에 가장 많이 소비한 향수가 바로 프레쉬 헤스페리데스랍니다. 100ml짜리만 해도 기꺼이 10병쯤은 썼을 거에요. 프레쉬는 또 워낙 금세 향이 날라가 버리고 말거든요. 그래서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100ml도 후딱이에요. 20대 후반에 프레쉬 슈가 레몬을 쓰기 시작하다 30대엔 헤스페리데스로! 그렇게 푹~ 빠져 지냈네요. 전에 바디 오일 얘기할 때도 얘기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바디 모이스처라이저가 프레쉬 슈가 바디 오일이거든요. 해외 나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반드시 2병씩은 구입해야만 하는 완소 바디 오일! 비싸도 한번 요 녀석에 중독되면 다른 바디 오일엔 눈길이 안 가요. 굳이 향수를 굳이 뿌리지 않아도, 슈가 바디 오일만으로도 웬만한 향수보다 더욱 독보적으로 사랑스러운 설탕과 레몬의 달콤상콤한 향을 내 살냄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향수와 비교해도 좋을 법한 매력이 있어 얘 얘기도 잠깐 다시 언급해 봤어요. 전 프레쉬 슈가 바디 오일이 제 체취와 어우러지며 나는 그 살냄새가 정말이지 참 좋아요. 이건 진정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좋은 향!
걘 바디 오일이니까, 프레쉬 향수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요. 자몽향을 표방하는 헤스페리데스는 자몽과즙의 시큼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시트러스가 어쩜 이리도 여성스럽게 블렌딩될 수 있는지, 궁극의 여리여리함을 드러내주는 향기를 지녔거든요. 슈가 레몬은, 싱그럽고 상큼하기 그지 없어 여름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향기죠. 스파클링한 청량감이 연상되는. 프레쉬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2개의 시트러스 계열 향수 특징이 이래요. 전 이제 프레쉬에 작별을 고하지만, 아직 프레쉬를 안 써봤다면, 그래도 부티크 퍼퓸 입문자에겐 전 프레쉬를 권하고 싶으니까요.
방금 말했다시피 전 헤스페리데스나 슈가 레몬과 작별하는 중이에요(하지만 프레쉬 슈가 바디 오일이랑은 평생 못 헤어져요. 걘 진정 독보적인 바디 오일!). 프레쉬 향수, 이젠 너무 많이 알려져서 여전히 향은 좋지만 싫증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못됐죠 사람 마음이. 정말 좋은 건 나만 알고 쓰고 싶은 소유욕이 있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흔해지거나 쉬워지면 싫증나는.. 그런 거. 하기사 저조차도 조향사가 만든 고귀한 부티크 퍼퓸 & 코스메틱 브랜드라며 프레쉬 향수나 향초, 바디 케어 좋다고 소문 많이 내고 다녀놓곤 이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고 싫증난다고 이러네요. 프레쉬는 샤넬보다 더 비싸지만 더 향이 좋고, 인공적이고 강한 향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맘 변함 없지만.. 이젠 너무 많이들 프레쉬 향수 좋은 걸 아니까. 하긴 프레쉬가 오죽 탐이 났으면 럭셔리의 대명사 루이뷔통 그룹(LVMH group)에서 인수를 했겠어요. 암요. 하지만 언제나 유니크한 나만의 향을 원하는 저는, 덜 대중스러운, 더 특별한 그런 향수를 새로운 저의 시그니처로 삼고자 해요. 못된 사람 맘, 어쩔 수 없네요.
다행인 건, 프레쉬가 국내 론치할 때만 해도 프레쉬 같은 부티크 퍼퓸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난 태생부터 다른 고귀한 부티크 브랜드라고!’하는 듯한 포스를 뽐내는 향수 브랜드가 제법 많이 론치했어요. 다행이죠. 갈아탈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매력적이라는 건! 이런 브랜드들은 가격도 비싸지만, 보틀 디자인에서 풍기는 특유의 아우라가 정녕 대단해서, 향수를 다 쓰고 나서도 공병을 버리기 싫을 정도죠. 고급 성을 개조한 유럽 어느 호텔의 스위트룸쯤에 놓여져 있어야 어울린다 싶을 정도니까요. 결코 흔하지 않은 매혹적인 향, 인공적이고 강하고 무겁기보다는 자연이 뿜어내는 찬란함을 내추럴하게 담아낸 향, 하지만 블렌딩의 마법으로 평범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유하고 싶은 고귀하고 우아한 감성이 유리 보틀 안에 담겨져 향뿐 아니라 그 감성까지 기꺼이 소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뿌리는 순간 일상을 떠나 유럽 남부의 어느 따사로운 대자연의 풍경 중심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런 공통점이 있어요. 흔해 빠진 향은 그 브랜드가 샤넬이라도 싫다 하는, 근사한 나만의 시그니처 퍼퓸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열광의 대상이 되고 있죠.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부티크 퍼퓸 브랜드들, 가격대가 부담스러우리만치 꽤 높거든요. 게다가 온라인에는 구입처가 거의 없고,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 몇 군데 뿐인데, 죄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백화점이에요. 구입의 접근성이 떨어지죠. 이런 특별한 부티크 퍼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번 윤주메일이 매우 도움될 거랍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조금 더 쉬워질 거거든요.
그런데 저의 완소 향수들을 말하려니 한편으로는 또 아쉽네요. 진짜 좋은 향수는 나만 비밀리에 알고 싶은데.. 이렇게 또 풀어놔야 싶은 묘한 아쉬움.
ANNICK GOUTAL (아닉 구딸)
-갤러리아 명품관 WEST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최근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국내 3번째 매장을 오픈했어요. 이름이 좀 생소하죠? 아닉 구딸은 지극히도 우아하고 고상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프랑스 여인이었어요. 피아니스트이자 패션 모델인 그녀가 향수에 심취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따 1981년에 선보인 브랜드가 바로 아닉 구딸 향수거든요. 프랑스 남부에는 ‘향수의 도시’라 불리는 Grasse(그라스) 지방이 있는데요, 프랑스 남부라고 하면 프로방스를 많이 연상하지 않나요? 프로방스 라이프 스타일, 바로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브랜드가 록시땅이고, 저에게 프로방스는 아를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던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시키고 말이죠. 전 록시땅을 연상하면 록시땅 쇼핑백에 그려진 라벤더 밭이 눈 앞에 챠르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프랑스 남부는 워낙 햇살이 따사롭고 대지가 비옥해 기후 조건이 뛰어나죠. 온갖 향기로운 꽃과 허브들이 최고의 향기를 분출해내는 곳, 올리브와 포도가 건강하게 영그는 곳이니까요. 이쪽 동네는 로제 와인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던데.. (제 요즘 관심사가 와인이라.. 프랑스 지도 보며 언젠가 와이너리 투어를 하리다 벼르며 혼자 배시시 행복해한다니까요. 훗~)
그라스는 남부에서도 맨 아래, 깐느(깐느 영화제 아시죠?), 니스 근처에 위치한 지방이에요. 기억하세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말이에요. 주인공 벤 위쇼의 미친 연기력에 홀딱 반해서 몇 번을 봤던 영화거든요. 긴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죠 덕분에. 영화 배경지가 2군데인데 파리, 그리고 그라스랍니다. 프랑스 남부 그라스의 멋진 풍광이 참으로 인상적이어서, 영화를 본 뒤엔 파리=지저분한 도시, 그라스=축복 받은 천혜의 자연, 이런 인식이 생겼더라니까요. 사실 그라스 지방은 원래 가죽 산업이 유명한 지방이었다고 해요. 오래 전, 가죽은 고급품이라 왕족, 귀족이 주문을 하곤 했겠죠? 그런데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냄새가 역해요. 완성품인 가죽 제품에서도 얼마나 냄새가 났겠어요. 그게 동물의 외피를 말려 만든 건데. 그래서 그 가죽의 안 좋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뿌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거죠. 그러면서 그라스 지방에서 향수가 급속도로 발달했다고 해요. 바로 그 그라스 지방을 아닉 구딸이 방문해 조향사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는 운명처럼 자신이 가진 놀라운 향에 대한 감각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영감을 받고 돌아와 그리고 1981년, 파리에 자신의 퍼퓸 부티크를 열죠. 엄청나게 뜨거운 반응을 얻다가 이른 나이인 53세에 생을 마감해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녀의 절친이자 조향사인 이사벨 도엔, 그리고 그녀의 딸 까밀 구딸이 아닉 구딸 브랜드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어요.
아닉 구딸의 모든 향수에는 삶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여행지에서 받은 인상 같은 스토리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다른 향수들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스토리를 입히는 게 아니라, 향수를 기획하기 이전부터 이미 스토리가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아닉 구딸 향수가 향수의 지방 그라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최고의 자연이 주는 최상의 향들이 감각적인 블렌딩을 통해 탄생했다는 그 태생 자체가 제겐 유난히 고귀하게 느껴져요. 또한 브랜드 창시자 아닉 구딸이 유난히 예뻤던 여성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스러운 삶, 그 감성, 서정성, 신이 여성인 아닉 구딸에게 기꺼이 허락한 축복된 삶을 우아하고 고상하게 누리고 갔다는 것, 그런 자신의 여성성과 감각을 향수로 표현해냈다는 바로 그 지점에 특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천상 남자가 만든 브랜드가 아니란 걸, 아닉 구딸을 쓰다 보면 알 수 있어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더 여성스럽기를 원하는 저는, 그 여성스러운 감성과 감각, 그게 진짜 부러운 거죠. 닮고 싶고.
그래서 아닉 구딸은 그 어떤 유명 영화배우보다도 더 없이 아름다운 여성으로 제게 각인되어 있답니다. 그녀가 느꼈을 삶의 찬란함과 따뜻한 감성이, 그녀가 만든 향수를 쓰다 보면, 그리고 거기에 담긴 스토리를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고스란히 전해져 오죠.
아~ 그리고 최상급의 고귀한 에센스만 사용해 향수를 만들어낸다는 원칙을 고수했기에 아닉 구딸은 고급 향수로 자리잡았지만, 사실 이를 담고 있는 보틀도 예술이에요. 다 쓰고도 차마 버릴 수 없을 정도라니까요. 헐리웃 흑백 영화 시절, 고혹적인 여배우의 화장대에 놓여져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보틀 디자인이니까요. 향수병을 좀 더 저렴하게 납품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프랑스 전문 장인들이 수작업을 통해 마무리하는 made in france 향수 보틀만 고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사진을 통해 잠시 그 디자인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아닉 구딸만의 고상한 우아함을 느낄 수 있으실 거에요.
아닉 구딸이 아틀리에이자 부티크를 파리 벨샤스가에 냈었는데, 매장 앞에 리무진이 줄을 서가며 상류층 여성들이 향수를 구입해갈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다고 해요. 그러다 전세계 여러 매장으로 그 규모가 커지고, 이젠 고급 부티크 향수의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죠. 그러던 2011년, 아모레퍼시픽에서 아닉 구딸 지분을 100% 사들이며 인수했어요. 그리곤 2012년 말,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도 그 유명하다는 아닉 구딸을 드디어 만나게 된 거죠. 아모레퍼시픽에서 인수를 했을 뿐, 아모레퍼시픽에서 직접 만든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와 아닉 구딸은 전혀 달라요. 롤리타 렘피카는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만든 브랜드이고, 아닉 구딸은 이미 완성된 브랜드를 인수한 거니까요. 그래서 아닉 구딸은 창시자의 프렌치 감성이 고스란히 지켜질 수밖에요. 아닉 구딸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뿐 아니라 향수 시장에서도 더욱 자리를 굳건히 잡겠어요. 그것도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아닉 구딸이니.
아~ 그럼 아닉 구딸 중 뭘 시도하면 좋냐.. 했을 때, 가장 매력적인 건 쁘띠뜨 쉐리(1998년)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딸 까밀 구딸에게 선물로 준 향수로 유명하고, 가장 인기가 좋은 향수일 거에요. 딸에게 선물하며 “사랑을 담은 키스를 부르는 너의 핑크빛 뺨을 연상시키는” 향수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엄마가 딸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사랑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 달콤한 복숭아와 배, 그리고 바닐라, 거기에 로즈 머스크가 가미되어 과일과 꽃의 조화가 다른 향수에선 도무지 맡아본 적 없었던 신비로운 조화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쁘띠뜨 쉐리는 30대에게도 어울리지만,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저 생기 있는 미소만으로도 매력적인 20대 여성에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그런 향수에요.
2번째로 추천하는 아닉 구딸 향수는 오 드 아드리앙(1981)이에요. 이건 제가 좋아하는 시트러스 계열! 레몬, 시트론, 그레이프 프룻, 만다린과 같은 시트러스 과일의 향연이 펼쳐지는 향수인데요, 프레쉬의 시트러스 향수들보다 과일향이 덜 난달까요. 그러니까 일랑일랑과 사이프러스 같은 향이 가미되면서 시트러스의 스파클링함이 그저 가볍게만 표현되지 않도록 눌러주는 절제력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느낌?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자면 시크해요. 요약해서 ‘시크한 시트러스 향의 절정’ 그게 바로 오 드 아드리앙입니다. 아닉 구딸이 이탈리아의 강렬한 태양 아래 펼쳐진 멋진 과일 정원의 향기를 담고 싶어 만든 향수라고 하던데, 샛노란 향수 컬러가 침을 고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이렇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닉 구딸 향수 2개를 굳이 비교해서 추천해보자면, 쁘띠뜨 쉐리는 생명이 움트는 찬란한 봄에 어울릴 법한 향수, 흐드러지는 봄의 벚꽃길 아래 살랑거리며 바람에 나부끼는 흰 원피스를 입고 산책하는 청초한 여성에게 어울릴 법한 향수이고, 오 드 아드리앙은 작렬하는 태양조차도 피로감보다는 에너제틱하게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상큼발랄한 매력의 여성에게, 삶의 건강함이 매끄러운 피붓결과 시원한 미소로 표현되는 여성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꼭 아닉 구딸을 살 생각이 없더라도 백화점 나가는 길에 아닉 구딸 매장에 들려보세요. ‘와~ 이런 향수 브랜드가 다 있었구나!’ 진정.. 놀라실 거에요! 그렇게 매장에 발을 들여놓고, 시향하는 것만으로도 아닉 구딸의 페미닌한 감성을 짐작할 수 있으실 듯! 봄이잖아요. 봄바람과 함께 한없이 나부끼고 싶은 마음에 부티크 향수 매장 방문은, 마음을 더욱 살랑거리게 만들어줄 거랍니다. 그리고 저는 로즈 계열보단 시트러스 계열을 더 좋아하는데요, 아닉 구딸은 로즈 계열 향수도 굉장히 잘 나오니까, 진짜 고급 품종 로즈의 우아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스스와 우자메, 로즈 압솔뤼를 시향하시면 되요.
아닉 구딸 얘긴 여기까지! 계속 쓰면 윤주메일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으니까요. 다음 편에 곧 산타 마리아 노벨라와 조 말론 등의 이야기로 이어갈게요.
첫댓글 다음메일 완젼기대돼요!! 산타..그거랑 조말론!!
특히 조말론은 제가 느끼기엔 지속력이 없다고 느껴서 아쉽긴하지만 매우조아하거든여~ 매장직원도 징짜 친절하고 ㅋㅋ그래서여;ㅋㅋ
윤주님 설명 만으로 충분히 아닉 구딸 향수의 향기를 맡은 듯 한 기분이 들어요 ^^
행복해지네요 :)
저도 여기 좋아해요..전 스스와우자메..쓰는데 우리나라에 매장이 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답니다^____^
와~ 향수에는 문외한인데, 정말 궁금한 향수가 생겼네요 ^^
음~~얼렁 매장에 가서 향을 맡아보고 싶네요. 맞아요. 흔한 향이 아닌 나만의 향이 갖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직은 프레쉬로 만족하지만, 저도 윤주님처럼 좀더 유니크한 향수를 찾게 될 때가 오겠죠.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해요!
구찌 엔비미만 몇 년째 쓰면서- 빨리 다쓰고(?) 프레시로 갈아타자!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근데, 어서 시향하러 가봐야겠어요!!!!우선 프레쉬부터요. 좋은 향이 제게 끼치는 긍정에너지가 엄청나다는걸 최근에서야 깨달았거든요. 이게 다 윤주님 덕분입니다!양키캔들, 야미얼쓰...하하하 벌써 야미얼쓰의 달달한 향이 느껴지네요. 이번주말은 윤주님덕에 향기로운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저두요. 저 구찌 엔비.. 대학생 때 잠시 몇 병 썼었어요. 대학생 때 내내 CK랑 토미걸만 쓴 건 아니니까. 구찌 엔비 요새도 나와요? 제가 대학생 때면 어언.. 얼마 전이에요. 훗~ 괜히 반가운 이름 구찌 엔비!! ^-^ (물론 지금은.. 줘도 싫어요. ㅋㅋ 아니, 방향제로는 쓰겠네요!) 프레쉬 꼭 써보세요. 부티크 향수 입문자에겐 가장 추천하고 싶은 향수에요 여전히.
요새도 나오더라구여ㅋㅋㅋㅋㅋㅋㅋ저는 20살때부터 6년간 엔비미만 쓰고 있어요. 지인들이 자꾸 선물해줘서 못바꾸고 있는 행복섞인 짜증(?)이ㄷㄷ 그래서 <엔비미=제 냄새> 랍니다. 이제 마지막 병 쓰고있는데... .윤주님의 부디끄향수 메일들 이후로 괜히 질리는듯해 요샌 잘안써요.ㅠㅠ그리고 무엇보다 엔비미는......이제 제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향인것같기도 하고요.
방향제로라도 후딱후딱 써버리고 프레쉬로 갈아타겠습니당 !!!!!!
반가운 메일~! 저도 사진과 거리가 멀어 참 싫어요...전 요즘 롤리타 렘피카 향수 사용중인데 이런 향수가 있는진 몰랐네요.20대까진 인기있다하는 향수에 관심이 갔는데 이젠 나만의(?) 향수의 향이 좋아져요~.감사히 잘 읽었어요,윤주님~.
윤주님 덕분에 프레쉬 향수 저도 5병이 넘게..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이번에 프레쉬에서 롤타입도 나왓길래 종류별로 질러줬는데.. 아닉 구딸.. 아 ㅜㅜ 윤주님이 추천하면 틀림없던데.. ㅜㅜ 시향하면 바로 지름신이 오실거 같아요~~
참 대단한 분... 어떤 분야도 놓쳐짐이 없이 알고 계시니......!!! 짝짝짞~~~ 박수를 보냅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및 조말론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
프레쉬..3가지 샀는데...이젠 또 갈아타기? 암튼..향수에 문외한이던 제가..향수를 좋아하게 되고 늘 면세점가면 관심가지는 분야가 되어야가요..늘 감사합니다..늘 윤주메일을 기다리고 때론 메모하고 공부하고 해요...감사해요...
향수에 관심 많으신 건 좋은 현상! 이에요~ 정말이지.. 좋은 향기란.. 삶의 질을 높여주거든요! 향수와 향기로운 바디 케어 화장품으로 천지를 모르고 님의 올여름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응원합니다^^
꼭 사용해보고 싶네요. 기대됩니다. 봄이 오니 새로운 향기가....
언제나 좋은정보에 감사합니다~
너무 여성스러운 달콤한 향수 말고 좀더 우디하고 무거운 계열도 추천해주시면 안될까요? ㅎㅎㅎ
남자향수 좋은것두요 ㅎㅎㅎㅎㅎㅎ
아 어서 시향하러 가고싶당당ㅎㅎㅎ 지난번에 추천해주신 메일보고 향수 구매했는데 좋았어용ㅎㅎㅎ 이것도 기대기대
영화 향수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이 글을 보니 다시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