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강동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열려라 강동교육]지 142호에 실린 글입니다. 김정숙선생님께서 , "앞서 가는 박영미선생님"을 추천한 글로서, 따뜻한 동료의 정이 담뿍 들어 있어 옮겨 싣습니다. =========================================================================================================
- 우리 학교에는 남다른 미술 선생님이 계시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께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시지만 박영미 미술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위해 뛰어다니시고 작품을 만드시느라 손과 발이 부르트고 굳은살이 박힌 분이시다. 우리 학생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고 누구보다 성실하신 선생님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자랑스러움도 느낀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을 보면 다른 학교 미술 선생님과는 다른 독특한 면을 볼 수가 있다. 선생님께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미술을 할 때에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잠재된 역량을 미술 시간에 펼쳐볼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다. 우리는 언제나 미술 작품을 조그만 종이에다가 한다. 10cm×12cm 크기나 아니면 미술 교과서 반 만한 크기. 종이 크기부터 5절지 스케치북을 선호하는 다른 학교와는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주어진 미술 수업시간 45분 동안 학생들이 더 많은 표현과 더 많은 느낌들로 화면을 가득 채우게 하기 위해서 작은 종이를 택하셨던 것 같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은 정성을 그 조그만 종이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큰 종이에 많은 표현기법으로 정성스럽게 화면을 채우려고 한다면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은 화면을 '채우는'데만 급급할 뿐 어떤 표현이 더 효과적으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도 없을 것이고 대부분의 학생들 작품은 모두 비슷비슷해 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큰 종이를 채우는 대신 1주일간의 고민과 시도로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 내고 조그만 종이에 적용해 각자만의 독특한 작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 방식은 점수에 민감한 학생들도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평등하다. 실기 시험을 보기 전 선생님께서는 점수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또 어떤 식으로 하면 점수가 깎이고 어떤 식으로 하면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평가할 때도 학생들 앞에서 이것은 이런 점 때문에 몇 점이 깎인다 하시면서 학생들과 함께 채점을 하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만점이 아닌 작품마다 모두 감점 사항을 일일이 적어 주신다. 우리는 왜 감점되었는 지를 알고 그 부분을 더욱 노력해서 우리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 일방적으로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라 '제안'과 '토의'를 하신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물어올 때, '이렇게 하면 더 나아 보이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시거나 '이렇게 하면 이런 부분은 나아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네가 다른 방법으로 표현 할 수도 있는 거고..'라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학생들이 묻는 바에 충실히 대답해 주시지만 동시에 학생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권위적으로 가르치는 권위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재량을 높여주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고 싶으신 것이다. 그리고 박영미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활동을 더 하고 계신다. 3학년까지 합쳐 전교생이 6백명 남짓한 작은 학교라 우리학교에는 미술 수업을 맡아 하시느라 몸이 2개라도 바쁘시지만 그래도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신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1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에 음악실에서 찬양예배를 가지신다. 우리 학교가 기독교 학교인 것도 아니지만 선생님께서는 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규모가 작은 예배를 하신다. 학생이 피아노를 치면 우리는 찬송을 부르고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성경 한 구절을 듣기도 한다. 또 선생님이 해 주시는 좋은 말씀들도 듣는다. 그러면서 서로 모르는 아이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선생님과도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한번 그 예배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이 단정치 못하고 성실하지 못할 때에는 매우 엄격하셔서 무섭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누구보다 학생들을 편하게 대해주시고 즐겁게 해 주신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들 박영미 선생님을 좋아한다. 수업 방식도 매우 좋지만 가끔가끔 틈을 내서 좋은 글들을 들려주시기도 하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보다 성실하셔서 게으른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선생님을 더욱 좋아한다. 선생님 손에 박힌 굳은살을 보면서 우리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더 큰 자랑스러움울 느낄 수 있다. 우리를 모두 평등하고 포근하게 대해주시는 조금 '남다른' 우리 미술 선생님께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