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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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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뫼여행방 스크랩 문경 천주산(836m)-공덕산(913m) 산행일지(2009.8.30)
보운화 추천 0 조회 19 10.04.22 11: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천주봉(天柱峰)-공덕산(功德山) 산행일지 ◈

1. 일시 : 2009년 8월 30일 날씨-흐린 뒤 맑음

2. 장소 : 경북 문경시 산북면 간송리 불당골 입구~천주봉~공덕산~전두리 대승사 일대

3. 산행 소요시간 / 거리 : 6시간 15분 / 8.76km

4. 주요 산행코스

불당골 입구(260m)-(1:41)-천주산(836m)-(1:13)-공덕산(913m)-(1:06/점심식사47분포함)-옛 고개안부-(27)-묘봉(810m)-(49)-윤필암-(30)-대승사-(29)-대승사 주차장

5. 산행일지

새벽 4시 45분! 여명은 고사하고 아직 새벽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섰다. 차량은 몇 개의 고갯길을 넘어 칠흑 같은 새벽을 꾸불꾸불 달려간다. 어느 순간인가 알 수 없지만,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점점 엷어지는 것을 느낀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06:48). 일행들과 차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많은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함께 산행할 일행들, 특히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79기 동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 후, 일행을 태울 차량이 도착한다. 이번 산행은 78기 정기산행에 79기가 동참하는 합동산행 형태였다. 그 이외 63기, 76기, 장원석 강사님, 일부 일행들의 지인들이 guest로 참가했다. 더욱이 백두대간 2기 팀원이 6명이나 끼어있어 낯설지만은 않은 자리였다. 그리고 76기에서 백 떡 50개, 79기에서 일금 십 만원을 찬조했다. 일행들이 모두 탑승하자, 만원의 차량은 서서히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치달리면서 산행출발지로 향했다(07:08).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일행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선산휴게소에 들러 시동을 멈춘다. 78기에서 정성껏 준비한 북어국밥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한다(07:51~08:20).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재차 차량에 탑승해서 목적지로 길을 떠났다. 차량 안은 얘기를 주고받는 일행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소리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얼마쯤 지나니, 일행들의 가냘픈 숨소리만이 이내 차량 안을 잠식한다. 한참을 지난 후에 살며시 눈꺼풀을 치켜 올린다. 한동안 지속했던 차량 내의 고요한 적막함도 덩달아 차츰 깨어진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차량은 [928번지방도로]를 따라 산북면 수평리에 소재한 경천댐의 경천호 가장자리를 구불구불거리며 달린다. 도로주변에 널려있는 오미자터널과 인삼밭이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자아낸다. 그렇게 달리던 차량은 마침내 산행입구인 불당골 입구 좌측 공터에 도착해서 일행들을 내려놓는다(09:18). 불당골 입구는 천주산에 터를 마련한 천주사의 들머리이다. 입구에는 붉은색으로 [관음영탑공원 천주산 천주사]라고 채색된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우측에는 [대자연회식장]이 있다. 일행들은 산행에 앞서 좌측 화장실 옆 공터에서 원형대열을 형성하며 이준철 78기 산행대장의 선도하게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런 다음, 표지석이 있는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서 곧장 불당골 입구(260m)를 벗어나 산행에 나섰다(09:40).

산행은 콘크리트임도를 완만하게 걸어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좌측으로 오미자넝쿨이 줄지어 있다. 우리나라 오미자 생산량의 약 70%가 문경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그만큼 오미자는 문경지방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준다. 날씨도 햇볕이 없는 조금은 흐린 것이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점차 임도의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일행들의 발걸음도 점차 더디어진다. 그와 함께 서서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임도는 천주사 경내까지 이어진다. 임도의 경사가 좀 있는 편이지만, 천주사 경내 바로 아래지점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제법 가파른 경사구간 한쪽에 세워져 있던 선돌 아래에서 일행들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느라 바삐 셔터를 눌러댄다. 가파른 경사가 힘겨운지 다른 일행들의 발걸음들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자리를 떠날 무렵, 산행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발뒤꿈치에 뜻밖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선 응급조치로 밴드를 부착하고 천주사 입구로 들어섰다(10:00). 천주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그러나 임도 양측으로 앙증맞게 생긴 작은 부처상을 올려놓은 판석을 상부에 이고 있는 큰 기둥바위 2개가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다. 기둥바위 일주문을 지나면, 넓적한 판석에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앉아 있는 포대화상과 마주친다. 포대화상을 볼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 포대화상을 뒤로하고, 후미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천주사 경내로 들어선다. 해우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기 직전 갈림길 좌측 급사면으로 돌투성이의 등산로가 나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천주사 해발 840m],[천주봉(정상) 마애불 가는 길] 이정목과 함께 몇 개의 시그널이 매달려있다. 잠시 천주사의 모습을 살펴볼 겸해서 경내로 들어선다(10:07~11). 높은 축대 위에 건립된 천주사의 대웅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조용하던 경내는 일행들의 떼거지 방문으로 갑자기 북새통을 이룬다. 천주사 경내를 둘러본 후, 일행들은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돌길 급사면을 지그재그로 오른다(10:12). 이제 본격적인 산행의 서막이 올랐다.

숲속 공기 자체는 시원해서 더위를 식혀준다. 일행들은 본격적인 산행시작부터 가파른 경사면을 급하게 치고 오른다. 등산로는 마사토와 바위의 급사면이라 다소 미끄럽다. 용이 승천이라도 하듯 일행들의 길고 긴 행렬이 급사면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다. 갈림길 이후, 땀방울을 진통 빼게 하는 제법 긴 된비알이 일행들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시원한 날씨가 까다로운 된비알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오를 수 있도록 한다. 일행들도 삼삼오오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흥겹게 까다로운 비탈길을 딛는다. 그런 와중에, 함께 [OL 3급 지도자과정 특별반]을 수료했던 김재득님(당시 학생장)이 구면이라고 웃으면서“아따! 산행하랴, 일지 쓰랴, 사진 찍으랴, 바쁘다 바빠. 산행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그걸 하노”하며 지나가는 말을 던진다. 어쨌든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기분은 괜찮았다. 정상부에 다가설수록 암반들이 많이 나타난다. 좌측에 로프가 있는 암릉 구간 급사면을 통과한다. 주변에는 굴참나무 등 참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속된 급사면을 오르던 중, 민종옥님이 불편한지 배를 움켜잡고 힘겨워하면서 주저앉는다. 해서 돌탑 못 미친 경사지점에서 휴식을 취하던 일행들과 함께 쉬어간다(10:33~36). 다른 일행이 넘겨준 오이를 잘라서 몹시 힘들어하는 민종옥님에게 건네준다. 바람이 불어와서 그냥 서 있자니 추위가 느껴진다. 앞서간 동기들과 떨어져 혼자 뒤처진 민종옥님이 염려되어 78기 후미일행과 함께 천천히 급사면을 오른다. 우측 큰 바위 옆에 밧줄이 설치된 비좁은 바위틈새를 올라간다.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암반 급사면을 오르니, 마침내 돌탑구간에 당도한다(10:40). 민종옥님이 여전히 힘겨워한다. 수기의 크고 작은 돌탑들이 쌓여있다. 우측의 큰 암봉 옆으로 낙엽 쌓인 울퉁불퉁한 바위구간을 쉬엄쉬엄 오른다. 돌탑이전의 밧줄구간 이후, 급사면의 바위지대가 계속 이어진다. 밧줄 대신에 바위를 양손으로 붙잡으면서 오른다. 돌탑 상부 끝 지점에 있는 우측 암벽 슬랩의 옆을 지나갈 쯤, 맨 후미에서 환자가 발생하여 장원석 강사님을 찾는다는 무전을 접한다(10:46). 때마침 비상용 약품을 갖고 있어,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는 돌탑하단부로 내려간다. 78기 후미대장, 환자의 지인으로 보이는 78기 일행 한 분, 환자분 이렇게 3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는 무리한 산행 탓인지 우측 어깨 아래쪽 부위의 통증을 호소했다. 환자에게 진통소염제를 건네며 한참 쉬었다가 산행할 것을 권하고 재차 돌탑구간을 올라갔다(10:53). 우측 슬랩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마주쳤다. 장원석 강사님도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장원석 강사님께 환자의 상태와 조치상황을 설명하고 앞서간 민종옥님을 뒤쫓아 갔다.

우측 슬랩 아래쪽 상수리나무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한다. 그리고 곧장 안전을 위해 2개의 밧줄이 슬랩에 설치되어 급사면을 오른다. 고개를 들어보니, 민종옥님이 밧줄을 잡고 슬랩을 오르고 있었다. 밧줄은 슬랩 좌측으로 우회했다가 재차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슬랩 상단지점으로 이어진다. 슬랩 좌측 상부지점에서 만난 민종옥님과 함께 슬랩을 통과한다. 모처럼 슬랩을 릿지하며 오르니, 그 재미가 솔솔 하다. 슬랩을 오르다가, 주변 경관을 눈요기한다. 탁 트인 조망이 눈을 시원하게 하는 데다, 때마침 바람도 불어와서 더위를 식혀준다. 슬랩 급사면을 올라 약 5~6m의 밧줄이 설치된 잡목 속의 수직바위를 릿지해서 올라선다. 멋진 고사목이 있는 슬랩 상단지점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본다(11:12~14). 멋들어진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측 저 멀리로 경천호가 한반도의 형태를 취하면서 자리하고 있다. 좌측으로 벌재에서 대미산(1115m)-포암산(964m)-하늘재(520m)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등줄기가 하늘과 땅을 선명하게 가르면서 질주한다. 바로 앞쪽에는 천주산과 달리 푸근한 형상의 봉우리를 가진 공덕산과 마주한다. 슬랩의 정상부는 거대한 바위지대이다. 스텐 난간이 설치된 암릉을 통과해서 몇 발자국 옮긴다. 드디어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눈으로만 흠모했던 바로 그 산, 천주산(天柱山:836m) 정상이다(11:21~26). 천주사 주차장에서 대략 고도 350여m을 치고 올라왔다. 천주산 겉보기와는 달리 빼어난 암산이다. 수목과 바위덩어리들이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천주산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지 않았더라면 후회 막급했을 경관이다. 좌측 바위 꼭대기에 조그마한 정상표석이 세워져있다. 정상 앞쪽에 옥의 티가 될 법한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천주산 정상에서 맞이한 비경에 흠뻑 빠져 발걸음을 한동안 떼지 못했다.

산행은 밧줄이 설치된 산불감시초소 앞쪽의 잡목 암릉 급사면을 내려간다.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작은 갈림길과 마주한다. 여기서 직진하면 암봉으로 오른다. 일행들은 시그널이 매달려있는 우측 내리막길로 향한다. 완경사의 내리막길은 좌측 암봉을 우회한다. 우회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또다시 작은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급사면을 그냥 지나쳐서, 좌측 암봉을 끼고 곧장 직진한다. 그런 다음, 암봉 끝 지점에서 밧줄에 의지해서 약 7~8m의 수직 암벽을 내려간다. 이제 산행은 경사가 매우 가파른 잡목 급사면에 발을 내딛으면서 한참동안 뚝 떨어진다. 마사토의 내리막 급사면이라 조심스럽다. 아래쪽에서 쉬고 있는 듯한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간혹 로프가 설치된 지독한 된비알 내리막길이다. 약 15여m의 밧줄이 설치된 급사면 암벽을 내려선다. 급사면을 내려와서 우측으로 낭떠러지 계곡을 끼고 능선을 따라간다(11:39). 2사람은 완만하게 능선을 내려가다, 바위에 앉아 담배를 한 모금하며 쉬고 있던 이영한님을 만났다(11:43~45). 일행들은 민종옥님이 건네 오렌지로 잠시 목을 축이고서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산행은 편안한 잡목 능선을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간다. 간간히 융단처럼 깔린 상수리나무의 낙엽을 밟으면서 걷는 산행이 정말로 좋다. 이영한님은 전상희님의 친구 분이 완전히 산행초보라 빨리 가서 도와주어야 한다면 앞서간다. 그러고 보니, 이영한님의 배낭 속에 초보자 분의 배낭이 들어있다. 발걸음은 경사면을 따라 고도를 낮추면서 계속 내려간다. 안부지점에서 쉬고 있던 일행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잡목속의 바람결에 실려 와서 귓전을 맴돈다. 정면으로 거대한 공룡처럼 떡하니 버티고 선 공덕산이 올려다보니, 기가 막힌다. 안부에서 족히 300여m을 치고 올라야 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고 걱정이 앞선다. 천주산 정상에서 약 250여m를 곤두박질치듯 가파르게 내려와서 좁은 안부에 이르니,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주인공들과 조우한다(11:55). 다름 아닌, 백두대간 2기 팀원들이다. 마치 나를 기다려준 것 같아 내심 반가웠다.

한편 일행들은 지체할 겨를 없이 곧장 가파른 오름길을 치고 오르면서 공덕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공덕산으로 향하는 급사면에는 상수리나무가 많아서인지 주변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간혹 잘못 도토리를 밟고 오르다가 미끄러진 발이 춤을 추듯 허공을 헤매기도 한다. 바로 뒤따르던 한 일행이 배낭을 툭툭 치면서 웃음을 내비친다. 힘겨워하며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는 민종옥님을 앞질러서, 완경사면을 재빠르게 치고 오른다. 덩달아 대간 팀원들도 발걸음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뒤따른다. 산행은 경사면을 통과해서 능선을 편안하게 따른다. 이영한님이 묵이라도 해 먹으려고 하는지,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가며 산행한다. 완만하던 능선은 재차 공덕산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선다. 급사면을 오르던 중에 뒤따르던 대간 팀원들을 향해“한번 치고 오를까?”하니,“한 번 치고 가자”며 뒤쪽에서 응답한다. 해서 앞서가던 79기 일행들을 앞질러 곧장 급사면을 지그재그로 치고 오른다. 대간 팀원들도 곧장 뒤따라서 붙는다. 다소 숨소리가 거칠어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급사면을 잘 오른다. 문효재님이“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한다. 그 만큼 힘들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효재님은“잘 한다. 이게 제대로다”라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산행은 급사면을 올라 잠시 능선을 걷다가 재차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잡목사이의 급사면을 오른다. 계속 이어지는 암릉 급사면이 오르다가, 79기 일행들과 마주친다. 한 무리를 이룬 일행들은 하늘이 빨리 개벽하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좀 전 까지만도 시원하게 불어주던 바람도 잠을 잔다.“제기랄!”하며 내뱉은 쓴 소리라도 들은 것일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댄다. 일행들은 지독한 된비알을 쉬지 않고 한발 한발 계속 움직이면서 오른다. 암릉 급사면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된다. 잔돌이 발길을 미끄럽게 하는 막바지 경사면을 올라서니, 그때서야 능선에 발길을 올려놓는다(12:31). 안부에서 대략 300여m의 고도를 높이면서 치고 올랐다. 발걸음은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좀 더 진행한다. 일행들은 78기 산행대장을 비롯한 선두일행들이 휴식을 취하던 능선 봉우리(910m) 삼거리에 당도해서 숨을 고른다(12:31~33). 공덕산은 이곳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을 따라 약 30여m정도의 거리에 있다. 일행들은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서 공덕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덕산으로 가는 길은 매우 편안한 능선이다. 잠시 후, 일행들은 잡목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터의 공덕산(功德山:913m)에 당도한다(12:34~39). 작은 정상표석과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삼각점이 그 옆에 있다. 주변의 잡목 때문에 조망은 없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왔건만, 천주산과 같은 황홀한 풍광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밋밋한 육산의 봉우리이다. 일행들은 기념사진을 찍고서 갈림길로 되돌아갔다. 갈림길에서 우측 능선방향으로 약 10여m 진행해서 잡초 속의 헬기장에 이르렀다(12:42~13:29).

간혹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다가 멈춘다. 일행들은 도착하는 순서대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을 내려놓았다. 다양한 식사 메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게다가 시원한 막걸리까지 입맛을 다신다. 갖은 과일로 디저트까지 즐긴다. 식사를 마칠 무렵, 후미로 쳐져 올라오던 동기들이 한쪽에 오붓하게 모여 즐거운 만찬을 갖는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78기 총무님 일행들은 불고기 파티를 벌인다. 반면 먼저 식사를 마친 78기 산행대장을 비롯한 일행들은 떠들썩한 헬기장을 이륙하며 멈추었던 산행에 날개 짓을 했다.

산행의 돛을 올린 발걸음은 비교적 가파른 완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후반부 산행에 물꼬를 튼다. 물기를 머금은 완경사길이 발걸음을 다소 미끄럽게 한다. 완경사는 점차 가팔라지면서 고도를 계속 낮추어간다. 헬기장에서 고도 약 120여m을 다운시켜 능선을 따르다가, 옛 고개 안부 삼거리에 당도한다(13:40). [공덕산정상-20,사불암-40] 이정목이 있다. 이곳에서 좌측 내리막길로 진행하면 대승사로 곧장 탈출할 수 있다. 일행들은 안부에서 완경사면을 따라 오른다. 식사 후인지라, 모두들 조금씩 버거워하는 눈치이다. 완경사면을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능선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완경사로 바뀌면서 이어진다. 조금 후, 완경사는 재차 가파른 급사면으로 탈바꿈하면서 올라간다. 뒤로 대간 팀원들이 따르고, 앞쪽에는 78기 산행대장과 그 일행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말랐던 땀방울이 제법 맺히기 시작한다. 좌측에는 장뇌삼 재배를 위한 출입통제용 그물망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일부 일행들은 경사면을 오르다가, 버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춘 채 쉰다. 경사면을 올라 능선을 가다보면, 작은 갈림길이 나온다. 도화목재 갈림길(815m)이다(13:50~55). 일행들은 이곳에서 후미를 기다릴 겸해서 잠깐 쉬어갔다. 통행차단용 나무울타리가 쳐져 있는 우측 능선은 산북면 도화목재로 향한다. 제법 뚜렷한 큰 길이 잘 나 있다. 하지만 일행들이 갈 길은 좌측 잡목능선 방향이다. 78기 산행대장이 메모지에 일일이 산행일지를 작성하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GPS가 있으면 산행일정을 쉽게 기록할 수 있다며 하나 구입하라고 한다. 웃으면서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 하니, 얼마 안한다면서 자꾸 권한다. 하지만 첨단장비 GPS에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을 그때그때 마다 바로 담아낼 수 있는 구닥다리식의 메모작성이 나에겐 더욱 정감이 간다. 그래서 메모지와 펜을 내 팽개칠 수 없다. 주변의 다른 일행들은 일지를 작성하며 산행하는 나의 모습이 신기한 듯 관심의 눈빛을 보낸다.

일행들은 발길을 떼고서 묘봉으로 향했다. 오정석님과 78기 한 분이 60년대 노래자락을 흥얼거리면서 산행을 즐긴다. 일행들은 능선 봉우리의 작은 갈림길에 이른다. 여기서 산행은 우측 능선을 지나 완만하게 내려간다. 그리고 우측 능선 우회로를 통과해서 길 좋은 능선을 살짝 오르내린다. 진행 도중에, 옛 고개를 기점으로 해서 정상 주행로 A와 탈출로 B 2코스로 진행된다는 무선이 날아온다. 등산로 좌측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아래로 수목 속에 둘러싸인 고적한 분위기의 윤필암이 내려다보인다(14:01~05). 뒤로 공덕산이 올려다 보인다. 하늘에서는 빗방울 또다시 조금씩 내려온다. 산행은 잡목과 암릉구간을 지나면서 차츰 고도를 높여간다. 능선 정상의 잡목 숲을 걷다가, 좌측으로 살짝 빠져나와 시야를 탁 트게 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묘봉(810m)이다(14:07~15). 우측으로 운달산(1097m)이 마치 만리장성처럼 장벽을 치며 위압적으로 서 있다. 전망바위 아래로 윤필암이 다소곳이 거처하고 있다. 일행들은 주변 경관을 조망도 할 겸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잠시 쉬어간다. 일행들은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그리 길지 않았던 묘봉과의 만남에 마침표를 찍는다. 일행들은 가파른 잡목 돌길 비탈면을 발 빠르게 내려간다. 짧은 바위지대를 지나 급하게 암릉 경사를 내려서면 갈림길과 마주친다. 여기서 밧줄이 매달려있는 좌측 약 10여m의 슬랩을 내려선다. 그런 다음 돌길을 가파르게 내려와서 능선을 따른다. 도중에, 바위덩어리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암릉 사이를 요리조리 방향을 틀며 통과한다. 그러다가 말발굽처럼 좀 특이하게 생긴 큰 바위를 지나친다. 산행은 반복되는 좁은 돌길 잡목 급사면을 빠르게 하강하며 간다. 능선을 지나던 중, 죽어서도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고사목이 바삐 걷던 나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14:27~29). 우측 전망바위에 살짝 뛰어올라 고사목을 렌즈에 담아본다. 그런 다음 앞서간 일행을 추격이라도 하듯 서둘러 좌측 내리막 암릉 급사면을 내려간다. 전방으로 말안장바위를 지나가는 선두일행이 시야에 들어온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덩달아 발길이 급해진다. 고사목들이 즐비한 바위 급사면을 내려와서, 마치 기수라도 된 듯 말안장바위에 훌쩍 뛰어 오른다. 그리고 약 4~5m의 밧줄을 잡고 바위 2개를 포개놓은 듯한 앞쪽 큰 바위덩어리에 발을 내딛는다(14:33~40). 전망이 멋진 곳이다. 좌측으로 묘봉이, 우측으로 운달산이 일행들을 말없이 내려다본다. 큰 바위에 올라선 일행들이 나름대로 멋진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작가의 모델이 되어준다. 모델료 한 푼 없이!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일행들의 렌즈를 향해 말안장바위에서 자세를 잡는다. 전망바위에서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일행들은 바위를 내려와 소나무 사이 암릉을 밟으면서 점차 고도를 낮추어간다. 밋밋한 잡목 능선을 진행하다가, 키 작은 소나무와 잡목-고사목이 어우러진 숲길을 지난다. 얼마 후, 일행들의 발길은 우측 능선 우회로를 가볍게 내려와서 콘크리트임도에 닿는다(15:07). 임도 좌측 경사진 오름길은 묘적암으로 향한다. 반면, 일행들이 가야할 길은 반대방향 내리막길이다. 묘적암(妙寂庵)과 윤필암 중간 길가의 암벽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승사 마애여래좌상이 조각되어 있다.

임도에 내려선 일행들은 우측으로 약 150여m쯤 걸어 내려간다. 임도 좌우로는 하늘높이 죽 뻗은 아름드리 낙엽송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삼림욕장의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다. 우측 계곡에는 물이 메말라있다. 시원한 계곡의 감칠맛을 느낄 수 없다. 일행들은 딱딱한 임도를 걷다가 좌측 첫 번째 계단을 지나친다. 그리고 좌측 두 번째 계단에 이르기 직전, 시그널이 매달려있는 임도 좌측 경사진 오솔길로 발길을 들여놓는다(14:52~56). 물론 두 번째 계단을 밟고 올라서도 곧장 오솔길과 합류한다. 함께 했던 일행들을 앞서 보낸 뒤, 후미일행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기 위해 오솔길 능선에서 머문다. 비록 땅바닥에 시그널을 깔아 놓았지만, 자칫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들이 도착하자, 능선에서 좌측 방향으로 휘어지는 오솔길을 내려간다. 몇 발자국을 내딛으니, 윤필암(潤筆庵) 경내로 들어선다(14:56~15:10). 비교적 규모가 크고 경관이 멋진 기도도량 암자이다. 경내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한다. 암자 입구의 큰 소나무 아래 넓은 공터에서 선두일행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 갑자기 아랫배 쪽에서 연락이 와 황급히 해우소로 달음질한다. 생리현상을 시원스럽게 해소하고 나오니, 대부분의 일행들이 먼저 길을 떠나고 없다. 그런 와중에도 대간팀원들만은 일렬로 선 채“요~이 땅!”출발자세를 취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 나도록 고맙게 서리! 한 일행이 웃으면서“시원하게 많이 봤습니까?”하며 짓궂게 장난기어린 말을 던진다.

이제 산행은 [대승사-1.0,묘적암-0.5] 이정목이 있는 윤필암 입구의 콘크리트임도 좌측 수로 건너편 오솔길로 들어선다. 우측 2단 로프가 설치된 버팀목계단이 있는 경사면을 올라 잡목 산길로 오른다. 도중에 78기 일행 중 한 분이 [윤필암-0.2,대승사-0.8] 이정목 못 미친 지점의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알고 보니 다리에 쥐가 난 모양이었다. 해서 갖고 있던 에어파스로 응급조치를 취해주고 가던 길을 계속 이어갔다. 산행은 좌측 능선을 우회하는 오솔길 같은 잡목 우회로를 걸어간다. 좌측의 낡은 부도탑 1기를 지나간다. 우회로를 걷다가 만난 작은 갈림길에서 좌측 길로 걸어가며 앞서 간 일행들이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던 정면 공터로 향한다. 양 갈래의 길은 공터 끝 지점에서 재회하여 대승사로 이어진다. 축대를 쌓아올려 만든 잡초가 무성한 넓은 공터에는 [대승사-0.6,윤필암-0.4,사불암-0.4] 이정목, [문경 대승사 사면석불 안내문], 식음하기가 왠지 찝찝한 약수터가 있다. 공터 주변에 뭔가가 있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지만, 특별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사면석불은 어디 있는지! 공터를 가로질러 축대 옆의 샛길로 내려서면 갈림길에서 내려오는 우측 길과 합류한다. 소나무-잡목 사이의 우회로를 진행해서, 일행들을 허겁지겁 뒤쫓아 간다. 잠잠하던 빗방울이 또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참 후에 [윤필암-1.0] 이정목을 지나자, 공사 중인 중기계 건설장비 소리가 요란스럽게 산사의 고적한 풍취를 사정없이 깨부수면서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일행들 4명은 우측 2단 로프가 있는 우회로를 따라서 한창 공사 중인 대승사(大乘寺) 경내로 내려선다(15:26~43). 일행들은 대웅전으로 들어가서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부처님께 정성껏 각자 절을 올렸다. 어떤 이는 108배를 올리기까지 한다. 대웅전을 나와서, 잠시 경내를 둘러본다. 그 사이, 78기 산행대장으로부터 현재위치를 확인하는 무전이 날라 온다. 뒤이어, 이미 앞서 간 줄로만 알았던 79기 후미일행들이 이제 윤필암을 통과해서 대승사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 무전기에서 흘러나온다. 일행들은 79기 후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대승사 경내를 빠져나갔다.

일행들은 일주문으로 향했다. 잠시 후, 4사람은 터벅터벅 여유로운 발길 짓을 하며 [四佛山大乘寺],[不貳門]이란 현판이 달려있는 일주문을 빠져나간다. 聖界에서 俗界로 넘어가듯! 우측 얕은 계곡에서 일행들의 산행 종료를 반기기라도 하듯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물소리가 들여온다. 일주문을 지나서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을 걸어간다. 단지, 산사의 풍광과 잘 어울리는 흙길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여서 좀 아쉽지만! 어쨌든 일행들은 한가로이 낙엽송 사이로 난 도로를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산행을 마친 일행들이 즐겁게 하산주를 갖고 있던 산행날머리 대승사 주차장에 당도한다(15:55~16:27). 행복에 겨웠던 6시간 15분에 걸친 천주산-공덕산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78기 일행 한분이 일지를 작성하고 있던 날 보고“수료하고 1~2년간은 그렇게 열심히 한다”면서 한 말씀 내던진다. 별 말 없이 웃으면서“아~, 예”하며 화답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산행하며 일지작성을 한 지가 벌써 여섯 해째가 된다. 이젠 어지간히 이골이 날만도 하다. 남들에게는 쓸데없고 하찮은 짓거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메모지와 펜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나의 발자취를 남겨놓고 싶은 내 나름대로의 기록의식과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하다못해 훗날 세월의 힘에 밀려 늙어빠졌을 때, 지난날의 산행일지를 꺼내 읽으면서 정겨웠던 추억의 산행 회상 속으로 한번 쯤 잠겨보는 재미 또한 짭짤하지 않을까!

한편 주차장에 도착한 후,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곧장 아직 도착하지 않은 동기 분들을 마중하고자 대승사로 발길을 되돌렸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서 대승사에서 내려오던 이동구님을 비롯한 일행들과 만나 함께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78기에서 준비해 온 비빔국수, 물 국수, 막걸리, 맥주, 소주, 무침회, 수박 등으로 화기애애한 만찬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만찬을 즐긴 후, 땀 냄새 나는 옷은 갈아입어야 한다는 이영한님의 말을 듣고 좌측 개울에서 이영한님의 도움을 받아 간단히 등목을 하며 땀으로 찌든 몸을 씻어낸다. 한결 기분이 상쾌하고 개운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개울에 몸을 적시고 나서 출발을 서두르는 차량에 탑승했다. 일행들이 모두 탑승하자, 차량은 산행일정을 정리하듯 천천히 대승사 주차장을 조용히 빠져나간다. 낭만이 가득 찬 산사의 상큼한 숲길을 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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