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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월 3일~8일
3박 5일 라오스 서번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4월 3일 월요일의 해가 드디어 떴습니다.
손가방속에 넣어둔 여권이 제자리에 있는지부터 확인을 합니다.
지난주에 여권을 처음 만들었거든요. 나에 첫 번째 해외여행이 서번트투어라니
‘내가 이러려고 여지껏 해외를 안나갔던거지’ 회심의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지성 작가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서분트투어를 드디어 참가하게 되어,
‘이지성’의 ‘이’자도 모르는 집V사람을 질질 끌고 함께 가게 되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 되었는데
이번 일정에 이지성 작가님도 동행하신답니다. 꺄~~~~~~~~~~~~~~~~~
그 이지성이 내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얼굴도 작고, 잘생겼습니다.
스포츠선수나 모델을 해도 될 만한 외양입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안놀고 책 읽고 글을 썼지?’ 희한합니다.
의지 하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봅니다.
처음 보는 우리팀 일행들과 인사도 나누고, 작가님 옆에 서서 출발을 알리는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
작가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게이트까지 가는 그 먼 길을 걸어 드디어 [해외에 나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찐에어를 타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걸리는 5시간 30분 비행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나가는 비행기 안에서 인간들은 무엇을 하는가 궁금해서 비행기 안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저녁 6시 30분 출발 비행기라 창밖이 깜깜한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도 군데군데 불켜고 책보는 인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알고 봤더니 우리팀이더군요. 폴레폴레는 티가 납니다.
드디어 라오스에 도착합니다. 긴 줄을 선 끝에 군복을 입은 군인? 공무원? 에게 입국허가를 받았습니다.
(영어로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더군요. 이젠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구분이 안되는 공항 밖으로 나와 한시름 놓는데 들이쉰 공기에 후끈함이 가득합니다.
‘이게 라오스 공기구나’.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설렘보다는 긴장되고, 방어적인 마음자세가 됩니다.
훅하고 올라오는 열기에 어수선함이 묻어있습니다.
마중 나오신 현지 봉사단장님의 안내를 받아 차에 탔습니다.
중고로 사서 15년인가 20년째인 스타렉스입니다.
문이 덜 닫힌 것도 아닌데(모든 문을 다 열었다 닫아봤거든요)
가는 내내 불안한 ‘삐삐삐삐’ 소리가 납니다.
단장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을 하십니다.
아직 탈만하다면서요.
차에 몸을 싣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라오스 수도의 최대 번화가라는 곳을 창밖으로 지나칩니다.
우리나라 60년대? 70년대?를 연상시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시골에서도 이런 곳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네온사인 하나 제대로 켜진 곳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순간, ‘지금 작가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 말 하나 믿고, 봉사활동 해보겠다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
책임감, 비장함이 들것 같았습니다.
여지껏 마치 팬미팅하러 나온것처럼 마냥 설레고 들뜨기만 했었는데.
내가 놀러온게 아니구나, 구경온게 아니구나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봉사활동 제대로 해야겠다, 느끼는게 있어야겠다, 얻어가는게 있어야겠다.
어느새 나에게도 비장함이 흘러들어왔습니다.
비엔티안에서 목적지가 있는 방비엥까지 차로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라오스에서 태국까지 이어지는 이 나라 유일한 고속도로라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흙먼지 날리고,
지붕뚫고 하이킥을 몇 번이나 할만큼 다이나믹한 길이더군요.
우리의 목적지 후아이씨 마을로 향하는 길에 폴레폴레가 학교를 짓기 전,
여지껏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터를 보여주셨습니다.
비오면 진흙탕이 된다는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니
학교라고 부르기엔 한없이 엉성한 나뭇가지로 엮은 건물이 나옵니다.
지붕이 양철로 되어 있어 비오는 날은 ‘다다다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수업이 불가능했다고 하네요.
더 큰 문제는 고압전선이 흐르고 있는 송전탑이 교실 바로 옆에 있어
학생들이 어지러워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호소했었답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구요.
드디어 폴레폴레가 지은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큰 도로에 붙어 있고, 금방 봤던 학교터에 몇 배는 되는 널찍한 대지에
건물은 이미 시멘트로 네모 반듯하게 완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등교하고 있는 상태였구요.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이나 와야 하는 이 먼 나라에 폴레폴레에서 지은 학교가 떡하니 있다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누군가의 상상과 바램으로 시작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져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나는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진 현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 앞에 모여서 차에서 내리는 우리 일행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오는 내내 열심히 되뇌였던 ‘안녕하세요’ 라오스어 “싸바이디”하고 인사를 건네는데도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합니다.
외국인을 접하는게 처음이라는 아이들은 우리가 신기하고, 나는 아이들이 신기합니다.
학교는 교실 5개가 있는 단층 건물로 지어져 있습니다.
부속시설로 화장실, 창고, 우물이 있구요.
여기저기 둘러보는 우리들을 아이들이 졸졸 따라 옵니다.
봉사팀은 교실 바닥에 시멘트를 발라서 평탄화 하기,
건물외부와 교실내부에 벽면하단 페인트 칠하기,
벽화그리기로 나뉘어져 작업을 시작합니다.
다들 힘 쓸려고 작정해서 온 모양인지
어려운 일은 저마다 자기가 하겠다고 나섭니다.
나이도 제각각, 지역도 제각각, 직업도 제각각.
유일한 공통점은 봉사하러 여기 왔다는 게 전부인 서로 처음 보는 우리 일행은
누구 할 것 없이 순식간에 너무나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이심전심이고, 손발이 딱딱 맞고, 서로 챙겨주고.
일년 내내 여름인 라오스 햇볕아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금새 땀범벅이 되고, 얼굴도 벌겋게 익었지만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저마다 맡은 일에 열심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살 만한 거였구나’
한숨 돌리려고 허리 펴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목 빠지게 페인트 붓질하고 있는 모습에 괜시리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이틀동안 땀 흘려서, 목표했던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직 기운이 펄펄 넘치게 남아있는데.
장작이라도 패라면 신나게 패겠건만.
준공식 행사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납니다.
첫날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했던 아이들이 둘째날 학교에 도착하자
“싸바이디”하고 건넨 인사에 “싸바이디”하고 대답하며
환하게 웃어주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옆에 같이 서서
수세미작업, 페인트 붓질을 했습니다.
헤어지는 셋째날에는 장난을 걸만큼 친해졌지요.
“함레, 나노아이, 쑨, 애들아 학교 잘 다니고 있니?”
준공식 행사에서 학교 짓는데 후원한 명단이 적힌 현판식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를 짓는데 뜻을 모았구나’ 쳐다보고 있는데
앗, 그 명단 가운데 친구 이름을 발견하였습니다.
말도 안하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니 충격입니다.
친구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주니 예상도 못했다며 너무나 기뻐합니다. 얼마나 뿌듯할까요.
참 놀랄 일이 많습니다.
놀라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투어를 와서 가장 놀랐던건 숙소였습니다.
나는 당연히 지푸라기 집에서 잘 줄 알았거든요.
남자방, 여자방 해서 단체생활하구요.
여기와서 알게 된건데 [서번트투어]라는 말을 이지성 작가님이 지으신 거랍니다.
‘섬김’이라는 뜻의 서번트를 따와서
봉사+여행 컨셉인거죠.
투어 내내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한방에 두 명씩, 투윈침대에서요.
뜨거운 물이 철철 나오고, 침구도 매일 갈아줍니다.
이런 호사를 서번트투어에서 누릴 줄이야.
식사는 끼니마다 얼마나 잘 나오는지요.
주변에 라오스 봉사여행 간다고 하니까 다들 “5kg은 빠지고 오겠구나” 했는데
웬걸 더 찌고 왔습니다.
라오스 음식이 우리 입에도 잘 맞구요,
치킨은 여지껏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는 의견이 속출합니다.
일행분이 패키지여행으로 왔던 것보다 훨씬 좋은 숙소와 상차림이라며
놀라워하시는걸 보면서
기아대책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여행사처럼 마진을 남기지 않으니 가능한 게 아닌가 추측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려고 봉사활동 온건가 고개가 갸우뚱 해졌는데
서번트투어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됩니다 .
질질 끌려온 집사람이 다음번에는 아이들 데리고 서번트투어 참여하자고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역시나 놀라움에 연속입니다.
제가 라오스에서 본 것은 [세계화]입니다.
여지껏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로 쓰여진 것이 세계화인줄 알았는데
세계화란, 그 지역에서 나는 걸로 살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을 말했습니다.
나라 전체에 수도시설이 없어서 우물이나 강물을 길러서 먹는 라오스에서
벤츠와 아우디 새 차를 파는 전시장을 봤습니다.
아무리 후진 시골 골목가게에도 어김없이 ‘펩시’ 차양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자본주의, 물질주의, 상대적 박탈감이 세계화에는 반드시 뒤따르는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죠. 현지에서 주는 어떠한 물도 마시지 말라는 엄명을 하달 받은 봉사팀은
언제나 생수통을 달고 다녔는데, 우리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봉사팀이 마시고 버린 빈 생수통을 집에 들고 가더군요.
옷이 한 벌 뿐인가 의심될 만큼 오래 입은 흔적들이 보이는 옷을 입고 있고,
자기 발보다 큰 신발을 신은 아이,
아예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저 아이들은 커서 뭐가 될까요? 어떤 좌절을 겪게 될까요?
무슨 일을 해서 어떻게 살아야 신발을 살 수 있을까요?
라오스가 여행자의 천국이라고 하더군요. 물가가 싸다구요.
왜 물가가 싼지, 무엇 때문에 물가가 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 아이가 신발을 장만하려면 어떠한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라오스 전체를 통틀어 자기자본인 공장 하나가 제대로 없는 마당에 외국의 거대자본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왜 이 산속에 사는 사람들도 전부 돈이 필요해야 할까요?
살던 대로 살아도 누구보다 마음 편하고 행복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구요.
나는 무엇이 다른가? 나는 왜 더 돈 벌고 더 성공할려고 하지?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예전같으면 옳으냐 그르냐를 따졌을 텐데
지금은 “그래서 너는 어떡할 건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날짜도 좋고, 집사람도 꼬시고. 서번트투어 참가가 확정되었을 때
“10점 만점에 10점이다”라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이 시작되고 보니 10점 만점이 아니었습니다.
100점 만점 이었던 겁니다.
하루가 지나면 200점 만점, 또 하루가 지나면 300점 만점.
이제 여행은 끝나고 추억으로 남은 지금은
라오스 서번트투어가 천점 만점이었던 것을 깨닫습니다.
취재진이 붙은 작가님 일정에 맞추느라 작가님이 걸리적거린다며 함께 웃었던 우리 봉사팀원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무척이나 보고 싶고,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면서 잘 살고 계신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매일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 한 조각은 후아이씨 우리 학교에 놓고 온 모양입니다.
대단한 일을 직업으로 하고 계신 박재범 부문장님, 쫀디기 최전식 팀장님
미희님, 지영님, 보슬님, 도율님, 유미님, 성규님, 경희님, 석우님, 경숙님, 혜경님, 서경님, 종명님, 정환님, 병수님, 현우님, 한음이, 재훈이, 지훈이, 지수, 채경이
보고 싶고, 늘 보고 싶을 겁니다.
첫댓글 도현쌤 이런 장문의 여행후기를!! 읽으면서 다시 라오스 투어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행복했습니다! 실감나는 표현들에 실실 웃으며 읽었네요ㅋㅋ늘 많은 호기심과 질문을 달고 다니셨는데 이런 깊고 심오한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존경합니다*- *d 이번 후속모임 못오신다면서요ㅠㅠ흙흙
이때의 기억에 새록새록! 벌써 한달 째네요~ 라오스에서 다졌던 다짐들을 잊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도율샘...TV에 나온것 봤어요...재채기 하니까 바로 사라졌어요..
저 누군지 아실까?...ㅎㅎㅎㅎ 금요일반 놀러가봐야 하는데...불금이 너무 뜨거워서... ㅡ,.ㅡ
도현쌤, 저 미희입니다+_+
엉엉엉ㅜㅇㅜ 후속 모임에 못 오시는 군요ㅜㅅㅜ 히잉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라오스 다녀오고, 마지막 날에 얻은 설사병에 고생하다가 눈을 떴는데... 아직 라오스이지 말입니다.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조금의 빈 틈도 없이 충만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울 예쁘신 도현쌤♥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_<
지금 방송에서 보고 있어요 ~ 너무 감동입니다.
방송 통해서 잘 보았습니다.
가슴 한켠이 찡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서번트 투어 우연하게 온가족이 TV를 통해 보게 돼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나온 것을 TV로 소개하게 되어 기뻤다가 아마도 맞을 거에요.
여러 선생님들의 행동과, 마음을 저도 느끼게 되었고,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동이었어요.
도율샘도 잠시 보여서 반가왔어요...아는사람이 두명씩이나...아무튼 폴레폴레 가족들이 나와서 눈팅회원이 반가워서 몇 자 적어요..얼쑤.
넘 글 를 잘 쓰셨어영
정 말 잘 읽었 어요
멋지세요
감동입니다. 언젠가 꼭 저도 함께하리라 꿈을꿉니다. 글 너무 감사합니다.
상세하게..저도 가본것같은 착각을 일으킬정도로 잘 써주셔서 감사하네요
도전받고 갑니다. 감동이네요~
멋진 인생의 도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응원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단기 선교 갔을 때 저렇게 생긴 호텔에서 지냈던것 같습니다. ^^ 벌써 10년가까이 되니 기억이 잘 안나긴 하지만 무지 더웠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참된 삶을 고민하게 되네요..
울 아들 현우 인생의 최고의 선물를 주고져 권했었는데 섬김 을주러갔다 따뜻 한 사랑 을 많이 받고 온거 같았어요
다시 한번 보니 감동 이 되살아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