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은 ‘세계 연극의 날’이다. 이 행사는 국제극예술협회(International Theatre Institute)가 주관한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기구인 ITI는 1948년 유네스코 산하 기관으로 창립되었는데, 현재 108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세계 연극의 날’을 검색하니 결과가 너무나 뜻밖이다. 맨 위에 “2010 세계 연극의 날 기념 - 공지사항 | 국립극단”이라는 제목이 떠오른다. 2010년이라면 벌써 12년이나 지난 옛날 아닌가!
아무튼 클릭을 하여 본문을 읽어본다. “세계 연극의 날은 1961년 6월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극예술협회 제 9회 총회에서 ITI 핀란드본부 아비 키비마 회장의 제안으로 통과되었다. 그 후 매년 3월27일 전 세계에 걸쳐 약 100개에 달하는 각 국의 ITI 센터가 여러 다른 방식으로 세계 연극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는 세계 연극의 날 기념 메시지인데 첫 번째 세계 연극의 날 축전은 1962년 프랑스의 장 콕토가 썼다.”
검색창에 두 번째로 떠 있는 “연극은 창조적인 파괴력 : 제 12차 세계연극의 날 기념 세미나”는 어느 신문의 보도 기사이다. 이탈리아 연출가 루키노 비스콘티가 “현대의 관중은 매스미디어의 범람에 지쳐 진정한 예술성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연극은 무대극 본연의 리얼리티를 찾을 때 앞길이 밝을 것이라고 했다.”라는 국제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차범석이 “연극이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적 수단방법으로 가장 적합한 연극이 지금까지는 가장 등한시되고 천대를 받아왔다.”라고 탄식한 내용은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차범석은 “먼 앞날을 위해서 우선 학교 연극부터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옳을뿐더러 좋은 말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정치인만이 아니라 ‘공무원화’된 교육자들조차 그런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싶어 안타깝다.
차범석 희곡 〈산불〉의 마지막이 기억난다. 국군이 대밭에 불을 지르면 숨어 있던 남자가 뛰쳐나와 총살되고, 그의 연인은 양잿물을 마시고 자살한다. 루키노 비스콘티가 말한 리얼리티 충만 희곡 〈산불〉은 한 마을의 비극을 통해 우리 민족 전체로 일반화된 인간소외를 고발하고 있다.
이연실은 〈소낙비〉에서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라고 노래했다. 〈산불〉의 그날에도 비가 내렸더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