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교에서는 미분방정식을 배우거나, C++로 컴퓨터를 짜거나, 시험관을 통해 화학물질을 판독하거나, 중국어 같은 예정된 기량을 배우거나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학교를 졸업한 뒤인 2050년에는 세계 고용시장이 어떻게 될지? AI가 인간보다 소프트웨어 코딩을 더 잘 알고, 구글의 번역 앱 덕분으로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나 ‘니 하오’를 몰라도 일본어나 중국어를 나무랄 데 없이 잘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배워야 하고 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4C, 즉 비판적 사고(Critcal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도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상품을 발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경제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꼭 알아야 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가장 오래된 교훈이다. 수천 년 동안 철학자들과 선지자들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언은 21세기에 와서는 더없이 다급해졌다. 노자나 소크라테스 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 앞에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이미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바이두, 구글, 각국의 정부 모두가 우리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해킹 대상은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은행 계좌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유기적 운영 체계를 해킹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컴퓨터 해킹’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 텐데, 이 말은 진실의 절반도 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인간을 해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도 알고리즘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무엇을 사고, 누구를 만나는지까지. 조만간 모든 숨결, 걸음, 심장 박동까지 모니터할 것이다. 그리하여 알고리즘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게 되면 자연히 권위는 거기로 이동할 것이다. 빠르게 달리려면 몸이 무겁거나 짐이 많아서는 곤란하다. 갖고 있는 모든 환상(幻像)이라는 짐은 벗어 버리고 떠나야 한다.
- 2024 설날에, ‘유발 하라리’교수(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교 역사학과)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안〉이라는 책을 참고해서 할아버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