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공원의 수많은 도깨비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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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일)
정석항공관 유채꽃길▶산굼부리▶도깨비공원▶성읍민속마을▶김영갑갤러리▶혼인지▶신산-성산 해안도로(환해장성-연혼포,쾌성개)▶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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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항공관으로 가는 길에 피어난 유채꽃...
제주여행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숨가쁘게 제주를 돌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습니다. 분명 일정대로 움직였음에도 이 넓은 땅덩어리를 다 밟지 못했다는 미련과 부질없는 욕심때문일겁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접한터라 어제처럼 날씨는 꾸물꾸물합니다. 태흥리를 출발해 가시리 사거리에 이르면 정석항공관까지 가는 75번 군도의 약 7km에 이르는 길에 유채꽃이 만발합니다. 한적한 도로에 길게 뻗어 끝도 보이지 않는 유채꽃길을 보면 차에서 내려 한없이 걷고만 싶습니다. 75번 군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우수상에 선정된 길이기도 합니다. 유채꽃길 75번군도상에는 대한항공에서 건립한 정석항공관도 있으니 들러볼 만 합니다.
★ 천연기념물 263호인 산굼부리...
정석항공관을 지나면 비자림로로 불리는 1112번 지방도를 만납니다. 1112번 지방도는 제주도 동북부인 평대를 시작으로 비자림과 다랑쉬오름,용눈이오름,당오름,아부오름 등 숯한 오름들을 지나 남북으로 이어진 97번 번영로,1118번 남조로 등을 만나며 516도로에서 끝을 맺습니다. 1112번 지방도에는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된 산굼부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산굼부리도 제주도여행때마다 빠지지 않는 여행지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산굼부리 주차장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차량이 북적댑니다.
산굼부리는 360여개의 제주도에 산재한 기생화산 중 형태를 달리하는 유일한 화산입니다. '오름'이라 불리는 기생화산들은 화산이 생성된 이 후 마그마가 약한 지표를 뚫고 분출되고 용암이나 쇄설물이 쌓여 생긴 반면, 산굼부리는 해발 400m의 평지에서 주로 가스로 이루어진 폭발만 일어나고, 용암이나 쇄설물이 적어 낮은 언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마르(Maar)형이라고 하는데, 제주도 에서도 유일하지만,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 산굼부리의 산책로... 산굼부리 주변의 오름들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산굼부리는 강력한 폭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화구의 깊이가 한라산의 백록담보다도 깊습니다. 즉, 화산쇄설물이나 용암으로 쌓여서 만들어진 화구보다 폭발로 인해 깊이가 깊어진 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구의 깊이가 132m인데 지표면에서의 높이가 28m이니까 지하로의 깊이는 무려 100m가 넘는 셈입니다.
산굼부리 정상에 오르면 산굼부리의 화구둘레가 2km가 넘습니다. 100m가 넘는 화구의 깊이는 정말 까마득해 보입니다. 화구에 사는 식물들은 한라산의 식생과는 단절되어 격리된 군락으로 보고 있는데, 화구 안에서는 붉가시나무, 서나무, 나도밤나무, 야생란, 양치류등 420종의 식물과 포유류(노루,오소리), 조류, 파충류 등 여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산굼부리는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도깨비 공원의 전시된 도깨비 모습...
도깨비공원은 1997년부터 7년에 걸쳐 조성된 도깨비를 테마로한 공원입니다. 제주도이기 때문에 '도깨비'라는 아이템은 다소 생소하지만, 흔히 알고 있는 민속적이고 해학적인 도깨비를 더욱 더 친숙한 이미지로 꾸며져 있습니다. 도깨비는 씨앗이나 불 등을 뜻하는 돗과 애비가 합쳐진 단어로 사람,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진 귀신으로 사람이 죽어서 생기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도구로 쓰다버린 물체에서 생성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도깨비의 외형이 일정하게 졍형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문헌이나 그림으로 전해지지 않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뿔이 달리고, 철퇴를 들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의 도깨비인 오니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는 그 성격부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일본의 오니가 우리나라에 투영된 것은 일제시대의 소학교교과서에 실리면서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이 소학교독본에 실리면서 우리나라 도깨비는 오니의 모습으로 둔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도깨비공원의 도깨비들...
이러한 오니의 모습을 벗어나 사람과 친숙하고 재밋는 우리나라 전통의 도깨비를 구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 도깨비공원입니다. 도깨비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2500점의 도깨비 형상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오니)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상생활도구들이 변해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도깨비들이 파스텔톤 색감속에 이쁘고 재밋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도깨비 공원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도깨비가면과 도께비양초를 만드는 체험공간도 있고, 도깨비와 함께 화려한 영상을 맛볼 수 있는 깨뽀영상관도 인기가 있습니다. 제주도 이미지와는 다소 맞지 않지만 도깨비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우리나라 전통 도깨비의 친숙함과 우리나라 도깨비를 정형화시키려는 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 성읍민속마을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는 팽나무..
조선 태종은 제주의 행정구역을 1목 2현으로 나누고 현 제주시에는 목을 두고, 대정과 정의에 현을 두어 정비했습니다. 대정현은 현재의 대정읍이고, 정의현은 현재의 성읍민속마을입니다. 조선 태종이 행정구역을 정비할 당시 정의현은 성산읍의 고성리였는데 너무 동쪽으로 치우쳤다하여 5년만에 성읍리로 옮겼다고 합니다.
성읍민속마을로는 제주시와 표선을 잇는 번영로(97번),제주의 중간산지대를 잇는 중간산도로(1136번)등 굵직한 도로들이 성읍민속마을을 관통하고, 성산으로 가는 1119번 지방도도 거기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상업화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편안하게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의 중심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와 팽나무 세 그루가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봄빛이 찰랑거리는데도 아직 잎도 틔우지 못한 나무들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수령이 천년 정도 되었다 하며, 팽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이라고 합니다. 세 그루 모두 천연기념물 16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정의읍성의 남문과 돌하르방
성읍민속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정의 읍성입니다. 조선 세종때 단 5일만에 축성한 성이라고 합니다. 둘레만 2,520척에 높이가 13척인데 5일만에 짓다니.. 5일간 동원된 백성들의 수와 고통을 짐작할 만 합니다. 성읍민속마을 입구인 남문을 비롯해 서문과 동문에는 돌하르방이 각 4기씩 배치되어 있고, 고평오가옥,고상은가옥,조일훈가옥,이영숙가옥,한봉일 가옥 등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정의읍성 남문을 지나 가옥을 돌아보면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문화를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안거리(안채),밖거리(바깥채),모거리(외양간이나 헛간 등으로 이용되는 안채와 바깥채의 모로 배치한 건물),정낭과 정주석,이문간(대문),정지(부엌),굴목(아궁이),우영(텃밭),통시(화장실) 등 제주만의 특별한 단어와 주거문화,쓰임새 등을 고루 접할 수 있습니다. 각 가옥마다는 특별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제주도를 이해하는데 좋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분들은 정의읍성 남문에 배치되어 읍성을 안내해 주십니다. 이밖에도 정의현감이 집무를 보던 일관헌과 정의현객사,정의향교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 폐교된 삼달국민학교로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성읍민속마을과 가까운 곳에는 사진작가 김영갑선생의 갤러리인 '두모악'있습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김영갑갤러리는 폐교된 옛 삼달국민학교를 가꾸어 만든 곳입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운동장에는 제주의 빛깔이라 할 수 있는 암갈색 혹은 검은색의 현무암이 쌓여 담을 이루고, 그 담을 따라 조용히 갤러리 안으로 발길을 유도합니다.
담 위에는 소박한 토우작품들이 가득 합니다. 나무 밑에 발을 오므린 채 앉아있는 것도 있고, 용암수형석안에 들어가 사색에 빠진 토우도 있습니다. 팔짱을 끼든, 턱을 괴든, 머리를 감싸든 온통 생각에 가득찬 모습들입니다. 20년간 제주도의 사진을 찍어온 김영갑 선생의 끝없는 열정속에다 남은 생을 투영한 모습일까요?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한 불안감 속에서는 열정어린 하루를 살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토우는 마치 그런 생각과 고민을 담고 있는듯 합니다.
★ 두모악 운동장에 놓여진 토우...
생각깊은 토우들을 뒤로 하고 갤러리로 들어섭니다. 20년동안 무려 10만점이나 되는 사진중에 갤러리안에는 그야말로 극 소수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갤러리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제주도의 '바람'을 이해하려는 듯 자못 진지합니다. 사진이외에도 에세이집에서 발췌한 글들도 사람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십니다. 벤치에 앉아 묵묵히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삼다라 하여 제주도에 많은 바람이지만 김영갑 선생만의 제주도 바람은 사진속에서 그윽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김영갑갤러리에 오면 '감동적인 슬픔'을 얻어갑니다. 너무 깊은 생각에 잠긴 토우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보다는 이국적이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색감을 담은 사진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했던 그의 글과 흔적, 그리고 그런 느낌을 대변해주는 듯한 음악까지... 사진이나 보려했던 나 조차도 벼랑끝에 서 있음에도 열정적으로 밖에 살 수 없었던 그의 삶에 경탄하고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나나 당신이나 내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단 차이가 있다면 당신에게 내일이 찾아올 확률은 99%지만, 나에게 내일이 찾아올 확률은 1% 뿐이다. 그러니 나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한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중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 나오는 글입니다. '나라면... 내가 그 입장이라면...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일에 이만한 열정이 없다면....' 내리는 비 만큼이나 어깨를 짖누르는 눅눅한 이 느낌은...??
★ 삼을나와 벽랑국 세공주가 혼인을 올린 혼인지의 전경
제주도의 개국신화는 삼성혈에서 시작됩니다. 땅에서 솟아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는 제주도의 시조로 후에 벽랑국에서 건너온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인을 올리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온평리의 혼인지 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도착한 혼인지는 물이 거의 마른 연못이었습니다. 제주도에는 비가 많이 와도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기때문에 대부분 흡수되어 연못이나 습지가 많지 않은데, 이곳은 늘 연못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렵과 어로생활로 살아가던 삼을나는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을 하고, 목함에 담겨있던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거둬 기르고 씨를 뿌리면서 농경생활을 하게 되었다 합니다. 즉, 삼을나의 개국신화를 통해 수렵,어로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혼인한 삼을나는 잠시간 주거굴에서 머무른 뒤 정착할 터전을 잡기위해 화살을 쏘아 떨어진 곳에 정착하기로 하였고, 각 을나가 쏜 화살이 떨어진 곳은 제주시의 일도,이도,삼도라 합니다.
혼인지에는 벽랑국 삼공주추달비가 서 있고, 삼공주가 도달한 해안은 도착할 무렵 노을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하여 '황노알' 또는 '황루알'이라고도 하고, 삼을나가 목함에서 공주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하여 '쾌성개' 또는 '환성개'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신산-성산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상에는 벽랑국의 삼공주가 도달한 것을 기념하여 연혼포라는 비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 온평리 환해장성...
제주도에는 외적이 침입하기 좋은 해안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환해장성은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쌓은 성입니다. 환해장성은 신산-성산 해안도로의 온평리 이외에 제주 북동쪽의 행원리,한동리,동복리,북촌리 등과 제주 서북쪽의 애월리와 고내리 등 14개 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고려시대 때 진도에 머무르던 삼별초의 제주도 입성을 미리 막고자 고려 조정에서 제주도에 급파하여 쌓았던 성이기도 합니다. 신산-성산 해안도로에 남아있는 온평 환해장성은 2km정도로 다른 곳에 남아 있는 환해장성보다 훨씬 길게 남아 있습니다.
여행에 참고할 만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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