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익으면서 큰다
김윤자
새파란 감이 주먹만하게 큰 뒤에야 붉게 익는 줄 알았더니 조막만한 새파란 감이 노르스름하게 익어가길래 쪼그만게 벌써 익느냐고, 벌써 물들이면 언제 열매를 키울거냐고 했더니 다음날, 다다음날 감은 익으면서 크고 있었다.
어른들 눈에 새파랗게 보이는 조막만한 아이들 속살 키우기도 전에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것 같아 아이야, 아서라 아서라 했더니 감나무 잎사귀 뒤에 숨어 숨어 익으면서 크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른들 눈에 작아 보이는 아이들이 감의 지혜를 먼저 읽은 것이다. 저렇게 익으면서 크는 아이들이.
감은 익으면서 큰다 -시집 <별 하나 꽃불 피우다>,시와 글사랑 2007년 8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