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물빛이 좋아야 한다. 타히티, 몰디브, 보라카이 등이 유명해진 것도 다 바다 빛깔 때문이다. 푸른색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기에 크리스털 블루, 코발트 블루란 이름을 붙이지만 이런 단어 하나로 색의 미묘함을 표현할 수는 없다.
열대 산호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바닷빛을 가진 곳은 북제주군 한림읍 협재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빛깔이 곱고 아름답다. 공항에서 1시간 거리도 안 된다. 10여 년 전, 협재 앞을 달리다 갑자기 입이 딱 벌어졌다.
인근에 한림공원 외에는 뚜렷한 관광명소가 없는 까닭에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해변. 협재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있는 한림항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어촌같이 다닥다닥 붙어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상가를 지나면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설탕처럼 곱고 하얀 모래, 바다 밑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하늘색 물빛에 탄성이 튀어나왔다.
바로 앞, 녹음으로 뒤덮인 섬이 비양도다. 협재의 바다는 연한 옥빛을 띤다. 물빛은 먼 바다로 나갈수록 색깔이 짙어지다가 비양도를 넘어서면 짙은 감청색으로 변한다. 수심에 따라 남색과 에메랄드 물빛이 확연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협재에서는 바다에도 정말 다양하고 많은 빛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명 때는 먹빛 바다가 빛을 빨아들여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어지다가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녁놀이 들면 실털 같은 구름이 석류보다 더 붉게 물들며 바다로 떨어진다. 대지를 달구던 햇덩이가 바다로 들어간 뒤에도 여운을 남겨 하늘과 바다를 다양한 빛깔로 칠해놓는다.
협재 해수욕장은 크지 않다. 길이는 200~300m. 대신 폭은 60m 정도로 넓다. 해수욕장의 평균 수심은 1.2m. 경사도는 3~8도로 종종걸음을 하는 돌배기 아이들도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썰물 때는 100m 이상 물이 빠져나가 여기저기 모래언덕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두꺼비집을 짓는 부모, 티끌 하나 없는 볕에서 선탠을 하는 아가씨들도 보인다.
●가는 길 협재는 공항에서 한림 방향에 있다. 제주 시내와 한림 갈림길에서 12번 도로를 타고 직진해 16번 도로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애월·한림 방향. 하귀에서 들어가면 하귀~애월해안도로를 볼 수 있다. 해안도로를 빠져나가 한림으로 들어서면 협재 해변이 나타난다. 공항에서 45분 거리. 비양도 가는 배는 한림항(064-796-7522)에서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