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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원정대 스크랩 밥맛 살려주는 젓갈 삼총사, 멸치젓 게우젓 토하젓
다움이 추천 0 조회 18 07.08.26 14: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멸치젓

 

노란 배춧잎에 쌈 싸먹는 기막힌 맛!

 

 

 (멸치젓 고추무침)   ⓒ 맛객

 

여러분도 기억을 더듬게 하는 음식 몇 가지정돈 있겠죠? 내 어릴 적, 상에 자주 올라 기억나는 반찬들이 몇 가지 있다. 김치는 당연하고 파래무침, 상추무침, 쑥갓 데쳐서 무친 나물, 고등어자반, 등등.... 그러고 보니 제일 무서웠던 선생님이 오래 기억에 남듯 음식도 그렇게도 먹기 싫었던 음식이 오래 생각난다.

 

특히 쑥갓나물은 정말 싫었다. 독특한 향미에 살짝 데쳐 마늘 파 소금 참기름 정도로만 무쳐낸 초 간편 음식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음식이 또 있다. 멸치젓, 약간 갈색 빛 도는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고 양념과 함께 무친 적갈색 멸치젓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했던 반찬이었다.

 

 

(멸치젓에 들어가는 재료, 매운 고추, 파, 마늘, 생강)    ⓒ 맛객

 

 멸치젓에 들어간 매콤한 고추 맛이 왜 그리도 좋았는지. 썬 고추를 하나만 먹어도 입맛을 확 살려주었다. 고추가 안 보이면 또 다시 썰어 넣고 먹었다. 마당에 오동잎 가득 쌓이는 계절이 오면 노란 배추 속으로 쌈을 싸서 먹었다.

 

 

(멸치젓을 배춧잎으로 쌈 싸서 먹으면 그것이 꿀맛이다)     ⓒ 맛객

 

배추위에 식은 밥 올리고 멸치젓갈과 함께 쌈 싸서 입이 찢어져라 밀어 넣으면 살살 녹았다. 배추에서는 단물이 줄줄 나오고 구수한 멸치젓갈과 매콤한 고추 맛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쌈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멸치젓은 남쪽지방에서 주로 먹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멸치젓은 약간 다르다. 경상도 지역에서 잡히는 멸치는 좀 더 클 뿐 아니라 형체가 온전할 정도로만 삭혀서 먹는다. 반대로 전라도 멸치젓은 숙성을 더 오래해서 멸치 형체가 많이 사라지고 쿰쿰한 냄새도 더 진하다.

 

이 멸치젓이 김치에 들어가면 김치가 약간 검붉게 되지만 전라도 특유의 김치 맛을 내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양념이기도 하다.

 

몇 해 전인가 한 시인이 잡지에 신부 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신부 감의 조건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조용필 노래를 좋아해야 하고 멸치젓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였다. 조용필 노래를 좋아해야 하는 이유는 동년배로서 문화적 감수성이 같기 때문이고 멸치젓을 좋아한다면 음식솜씨가 좋을 거란 생각에서 그랬다고 한다. 멸치젓이 전라도 음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연어처럼 회귀본능이 입맛에는 있는 걸까? 아이는 컸고 어른이 되었어도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기는커녕 살면 살수록 어린시절 먹었던 음식이 더욱 그리워만 진다.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멸치젓에 쌈 싸먹던 그 맛이 생각난다.

 

 

(배춧잎 멸치젓 쌈)    ⓒ 맛객

 

멸치젓에 송송 썬 매운 고추 와 파 생강 마늘 다녀놓고 고춧가루 듬뿍 통깨도 넉넉하게 넣고 쓱싹 쓱싹 비비면 쌈용 멸치젓이 된다. 뽀득뽀득한 배추 준비하고 식은 밥 큰 대접에 담아서 여럿이 어울려 먹는다면 꿀맛이 따로 없다. 기억을 더듬게 하는 음식, 나에겐 멸치젓이다.

 

 

게우젓

 

맛과 영양 뛰어난 전복내장에 감칠맛까지 더해져

 

 

(게우젓, 전복내장으로 만든다)  ⓒ 맛객

 

많고 많은 맛 중에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꼽는다면 단연 매운맛과 감칠맛이 아닐까? 매운맛과 감칠맛이 함께 들어있는 김치가 사랑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한식치고 감칠맛이 듬뿍 들어있는 된장, 간장, 고추장 없이 식단이 꾸며지는 일도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은 담백하고 순수한 맛 보다는 강렬하고 진한 맛, 달콤한 첫 맛 보다 혀에 착 감기는 뒷맛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유는 저장음식이 발달했기 때문이고, 그 맛은 뚝배기를 닮았다.

 

김치 담그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가 있다. 아니. 이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 만큼 감칠맛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바로 젓갈이다. 젓갈이 들어가야 발효 되었을 때 김치에 깊이가 생긴다. 우리 음식의 특징인 절임과 발효(숙성)에 의해 만들어진 맛, 젓갈의 감칠맛은 어떻게 해서 나는 걸까?

 

숙성 기간 중에 자가분해 효소와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유리아미노산과 핵산분해 물질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감칠맛이 난다.

 

젓갈의 독특한 발효미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마치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과 같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그 맛과 향이 주는 마력의 맛에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젓갈은 시간을 두고 숙성을 해서 만들어진다. 맛이 깊다는 얘기다. 깊은 맛은 음미를 해야 하고 그래야 여운이 남는다.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젓갈의 종류는 자그마치 140여종에 이른다. 그 많은 젓갈을 모두 맛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맛은커녕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젓갈도 많다. ‘게우젓’ 도 그 중에 한 가지다. 게우젓은 전복 내장젓이다. 제주 고장말로 전복내장을 ‘게웃’이라 하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맛 살려내는 게우젓이 밥 위에 올려져있다)  ⓒ 맛객

 

전복이 그렇듯이 전복내장젓 또한 제주도에서는 고급으로 치는 젓갈이다. 흔하지 않아 쉽게 맛 볼 수도 없다. 전복은 다시마나 미역 들 해조류를 먹고 산다. 전복의 내장이 푸른색을 띄는 것도 해조류 덕이다.

자연적으로 해조류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철분이 전복내장에도 많이 들어있다. 건강식품이라는 얘기다.

 

게우젓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전복내장을 손질한 후 소금에 절여서 숙성한다. 먹을 때 마다 숙성된 내장에다 고춧가루, 풋고추, 홍고추, 깨소금, 마늘약간 넣고 버무려서 먹는다. 또는 전복이나 소라를 썰어서 절여놓은 내장과 함께 양념에 버무려먹기도 한다.

 

입맛 없는 사람도 게우젓만 있으면 입맛이 산다고 하니, 맛이 좋긴 좋은가 보다. 실제로 맛을 보니 부드러움은 어리굴젓과 비교되지만 맛에서는 차이가 느껴진다. 어리굴젓이 상당부분 양념 맛에 기인한다면 게우젓은 내장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타의 젓갈과 다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전복내장에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생각만으로도 침 넘어간다.

 

 

토하젓

 

고소한 풍미가 으뜸, 밥에 비비면 꿀꺽~

 

 

 (민물 새우로 만든 토하젓)

 

어린시절을 보냈던 탐진강(전남 장흥) 상류지역은 물이 맑아 은어가 참 많았다. 투망질 한번에 반짝이는 은어가 여러 마리 걸려들기도 했다. 은어는 1급수 그것도 흐르는 강에서만 살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민물 회다.

 

그때는 어려서 그 맛을 몰라 잘 먹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은 초고추장에 찍어서 잘도 드셨다. 수박향이 난다는 은어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횟감이 되어버렸으니 참 아쉽다.

 

그 시절의 강은 물고기의 천국과 같았다. 제법 굵직한 모래무지가 참 흔해 빠졌고, 꺽치, 빡아사리, 메기, 뱀장어 등 63빌딩에 있는 수족관 속의 물고기만큼 다양했다. 여름철에 미역 질을 하면 수십 수 백 마리 피라미가 뒤를 따르면서 피부를 쪼아대기도 했다. 그때는 그런 게 너무 흔해서 당연시 되었지만 사라져가는 광경이 될 줄은 몰랐다.

 

산자락 따라 흐르던 탐진강, 그 사이로 조그만 물길이 있었는데 수중식물로 가려져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을 동그란 ‘채’ 로 한번 훑으면 민물새우가 채 안으로 잔뜩 들어와 팔딱팔딱 생동감 있는 몸부림을 보여줬다.

 

그 당시 아주머니들이 새우 잡는 모습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조그만 새우가 눈에 들어 올리는 없다. 대신 집게발에 물리면 따끔거릴 정도로 큰 징게미(징검사리) 에 더 집착했다. 고둥을 잡으려 돌을 뒤집으면 시커먼 징게미가 꼼지락 거린다.

 

이것들을 주전자에 담아서 고둥과 함께 된장국을 끓이면 빨갛게 익어갔다. 지금은 새우가 살던 물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징게미가 살던 탐진강은 오염되어 물속의 돌멩이가 초를 칠한 나무 바닥처럼 미끌미끌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 큰 징게미 보다 조그만 민물새우가 훨씬 값진 음식으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유일한 전남 지방의 전통 발효식품인 토하젓이다. 임금님 수랏상에도 올랐다고 하니 적어도 맛과 품질만큼은 오래전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민물새우는 논가 또랑에서 살아 '또랑새우' 또는 '새뱅이' 라고 한다. 봄철에 새우에 붙은 알을 모아 젓갈을 만들었는데 원래의 토하젓은 이 알로 만든 젓이라고 한다. 그 양이 극히 미비해 이젠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진 음식이다. 우리가 말하는 토하젓은 원래 '민물새우젓' 이다.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민물새우 서식지가 많이 사라져 더욱 귀해졌지만 남도의 재래시장에 가면 토하젓을 만날 수가 있다. 그때처럼 자연 민물새우인지 아니면 양식민물새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토하젓을 만나면 그 어떤 젓갈보다 반갑다.

 

동신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원기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토하젓의 숙성 중 생성된 ‘키틴올리고당’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단백질 및 지방분해효소인 ‘프로타아제’ 및‘리파아제’를 다량함유, 육류의 소화 작용을 돕는 효과도 있다. '소화젓' 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소화에 어느 정도 좋은지 알 수 있다.

 

또 콜레스테롤을 흡착, 배출에 이한 성인병 예방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음식이 첫째고 약이 두 번째라는 말이 떠오른다.

 

 

(토하젓을 넣고 끓인 두부찌개)

 

작년 이맘때쯤 시흥 전철역 입구에서 민물새우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바구니에는 물도 없지만 새우가 산채로 있다. 어떤 아주머니는 신기한지 “이거 어떻게 요리해요?” 묻기도 한다. 나는 토하젓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한 바구니에 5,000원을 주고 샀다.

 

소금물에 빡빡 문질러 씻은 다음 소금에 절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둡던 새우가 검붉게 변해간다. 때때로 골고루 섞어주기도 했고 한 마리 꺼내서 씹어보니 고소한 맛과 향기가 다른 젓갈과 구분된다.

 

 

 

 

잘 숙성된 토하젓에 찰밥과 갖은 양념을 혼합해서 2~3일 후에 꺼내 먹으면 된다. 토하젓은 두부조치나 호박볶음 등 음식 조리시 반 스푼 정도 첨가하면 음식의 맛과 풍미를 살리지만, 뜨거운 밥에 비벼먹는 맛도 참 좋다. 토하젓으로 비빈 밥을 한 숟갈 뜨면 젓갈이 이리도 구수할까? 생각이 절로 든다. 어릴 적 채 에 잔뜩 잡혔던 민물새우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토하젓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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