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대회에 가가 전에 한번 LSD훈련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 한상범 님께서 10월 14일에
한번 하자고 하셨으나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14일에는 서울시 세무직 축구대회라 사정이 여의치 않아 추석연휴에 연습을 할 생각이었으며,
송계수 님과도 그렇게 약속을 했었습니다.
추석날 저녁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내가 전화에 다 들리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아내랑 한판 또 싸웠습니다. 이젠 더 이상 싸울 여력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곰곰이 되짚어보니 부아가 나 아내에게 따졌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예전에는 새벽에 달리기를 하더니 이사를 와서는 한번도 하지 않고 낮에만 하려고 하느냐?
낮에 하면 또 술에 취해 들어올텐데 그게 싫다. 자기 혼자 아이한테 치이는 게 짜증난다고,
같이 애를 보자고......
05:45 일어났습니다.
전날 늦게까지 티브이를 보느라 잠을 조금 설쳤지만 이대로 주저않으면 하루종일, 연휴내내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시흥대교에 갔습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이 흔들릴 만큼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준비물
1,600원 생수 500병
800원 자유시간 2개
1,000원 영양갱 3개
mp3플레이어
마라톤모자
바지
상의
마라톤대낭

2006년 10월 7일 어제, 오전 6:14:16
늘 여기에서 길을 떠납니다.
원래는 성내역까지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도 시간이 녹녹치 않아 여의도출발점이나 그전에서
되돌아오기로 했습니다.
5km지점에서 물을 마시려다 전날 생수병을 얼려 녹지 않아 그대로 달렸습니다.
맨처음에는 1km당 5분 30초에서 6분 사이로 간격을 유지하다가 시흥대교출발
13km인 한강합류지점에서 물을 마셨고, 자유시간 1개를 먹었습니다. 초코렛은
평소에는 거의 먹지를 않으나 가끔 훈련에는 입에 대나 너무 단맛이 강하여
그리 반기는 편은 아닙니다.
어디에서 되돌아갈 것인가 고민을 했습니다. 여의도출발점은 왕복 40km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아 32km만 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산철교를 지나 여의도를 이어지는 강변에 가니 이정표가 보입니다. 여의도출발 4km지점입니다. 주위에 몸을 푸는 달림이가
있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중마에 나간다고 했습니다,
언젠나 그랬듯이 자기가 지나온 길을 다시 간다는 것은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닌 듯합니다.
세상사 모든 게 그렇듯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이 짜증이 나고, 같이 사는 아내도 매일 바꾸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머릿속에서는 간음을 꿈꾸기도 하지요.
웬만하면 같은 길을 달리는 마라톤 코스는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그런점에서 3월의 동아일보마라톤대회를 아주 선호합니다. 시내를 달리는라 공기는 그리 좋지 않을지 모르나 날씨가 덥지 않고
쌀쌀하여 긴장감을 갖고 달릴 수 있어 좋습니다. 내년에도 달려야겠지요. 연습을 많이 하고
체중을 줄이면 4시간 안에도 들어올 수 있겠지요. 그런데 기록에 연연해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평소에 자기관리를 잘 하고 충분히 연습을 하면 아주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을테지요.

2006년 10월 7일 어제, 오전 7:53:10


2006년 10월 7일 어제, 오전 7:54:12
되돌아오는 길은 너무 힘이 듭니다. 도림천에 접어들기 전에 갈대밭이 보입니다.
사진에 담을까말까 고민하다가 찍기로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어느 여학생이 생각납니다. 고향가는 버스 안에서 만났던 여학생에게
시집을 빌려주었는데 다시 되돌려줄 때에는 책갈피에다
신경림의 <갈대>라는 시를 적어보내주었지요.
그는 지금 아이엄마가 되어있겠지요.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문학예술}, 1956.2)

2006년 10월 7일 어제, 오전 8:34:08



도림천 합류지점을 지나 고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처음으로 LSD훈련을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송계수,황정열 님과 2004년에.
고척교에서 시흥대교까지는 약 5,8km가 되는데 아주 멀게 느껴집니다.
다리는 풀려가고 발바닥이 조금 아파옵니다. 심한 편은 아니나 속도를 빨리 내지
못했습니다. 예전엔 혼자 37km를 달렸는데......
수돗가를 지날 때마다 물을 뒤집어썼습니다. 시흥대교에 이르니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늘 그렇지요, 뭔가를 해냈다는 그런 기분을..

2006년 10월 7일 어제, 오전 9:46:00
첫댓글 LSD훈련을 혼자서 하시었군요. 같이 하였으면 좋으련만 그게 또 그리 잘맟추어지지 않는것 또한 우리네 삶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장거리 훈련은 40키로는 너무 가혹(?)해요...잘 하시었습니다. 전 시골에서 가볍게 몸만 풀고 왔습니다. 달리기를 시작 하고서 처음으로 면사무소를 지나 왕복 십키로 훈련만 하였더니 가을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보기 좋더군여...
아예 요즘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더니 힘이 들었습니다. 춘천에 가기 전에 막거리나 소주 한잔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