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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귀환 ①] 이은주
타이틀 ‘심청의 귀환’ 뜬다
#2 청이네 방 (낮)
붉은 입술 오똑한 콧날, 발그레한 볼,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
그 눈망울이 면경을 보고 있다.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꽃 같은 자태의 청이다.
청, 면경 보며, 그나이의 처녀답게 생긋 웃어본다.
(Jump)
키가 커져 짧아진 속곳 아래로 보이는 허연 발목. 그 위로 천천히 올라가면
어깨 드러난 속치마 차림의 청이가 옷을 갈아입으려 한다. 문득 봉긋 솟은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만져보는 청.
청 (시선 내린 채) 왜 이렇게 커지는 거야
청, 다소 부끄러운 듯 치마끈을 질끈 동여 메는데. 벌컥~ 하는 문소리에
화들짝 놀라 얼결에 아무 옷 집어 가슴께 가리고 돌아본다. 아버지, 심봉사다.
심봉사 (들어오며)청아, 아침 먹어야지...
청 (주섬주섬 황급히 옷 챙겨 입으며)아버진, 그리 벌컷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기척이라도 주셔야지...
심봉사 (아무렇지 않게)깨벗고 있었냐? 임마 네가 볼게 뭐있다구...
청 (화들짝 놀라)예? (발끈)볼게 왜 없어요?
(가슴께 보고 중얼)볼게... 있구만...
아버진... 알지도 못하면서..(민망해 얼른 나간다)
심봉사 (생각하는)가만, 청이가 올해 몇 살이지? (그렇구나. 피식 웃는다)
하긴.. 이젠 제법 처녀티가 나겠네!
#3 장독(아침)
청, 항아리 앞에 앉아
청 (후회스러운 듯)앞 못 보는 아버지께... 무슨 망발이람..
(에잇! 자기 머리 콩 박고)속 없는 년!
청, 뚜껑을 열면, 확 풍겨 나오는 김치 신내에 코를 찡그린다.
김치 꺼내 그릇에 담으며
청 (속상)이젠 완전 시어 꼬부라졌네. 아버진 신김치 싫어하시는데...이를 어째?
심봉사 off 아고 셔라!
#4 방(아침)
청이와 심봉사 밥상에 앉아 있다.
청 (걱정)영 못 드시겠어요?
심봉사 (입맛 없는지, 젓가락 놓으며)이럴 때 닭 한 마리 폭 고아 먹음, 뱃속에서 참 좋아들 할텐데....(입을 쩝쩝 다신다)
청 (풀이 죽어)죄송해요... 맨날 신김치만 드려서...
심봉사 (이내 ‘허’ 웃으며)에이...그냥 해본 소리야~/ 우리 형편에 닭은 무슨..
(다시 숟가락 들고)어여 먹자..(먹는다)
청 (비장해진다)조금만 기다리세요!
심봉사 (기대하고 보면)
청 (비장)봄동 나오면 제일 먼저 햇김칠 담아드리겠어요!
심봉사 (엥~ 실망이다)
#5 동헌 마당(낮)
대청에 앉아 죄인을 문초 중인 황현감. 섬돌에 서있는 백이방.
마당에는 무릎 꿇은 죄인과 그 양옆에 사령들 서있다.
황현감 (흥분)이런 천하의 불효자를 봤나? (개탄)슬프도다! 조정에는
간신배가 설쳐대고, 사가에는 저런 패륜아가 버젓이 얼굴 들고 살았으니,
이젠 이땅 조선에는 더 이상 충신도 효자도 없다 이 말인가?
백이방 ....
황현감 왜? 왜? 그랬느냐?
죄인 잘못했습니다! (고개 조아린다)
황현감 어째서 너랑 처자식은 홍시를 세 개씩이나 쳐먹고, 가엾은 노모에겐 한 개만 드렸단 말이냐?
백이방 (눈살을 찌푸린다)
황현감 그게 한이 된 노모께서 임종 전에. 두 개 더! 두 개 더! 절규를 하였다지?
인간의 탈을 쓰고 그게 자식으로서 할 짓이더냐?
죄인 (통렬하게)죽여주시옵소서!
황현감 여봐라! 죄인을 당장 사헌부로 압송하라!
사령들 “예”하고 죄인 끌고 간다.
백이방 off 뱀골의 춘삼이 부친의 삼년상이 끝나자, 바로 모친의
삼년상까지, 줄줄이 육년 대상을 정성껏 치뤘다 합니다.
#6 내아(낮)
백이방, 장부 보며 황현감에게 보고 중이다.
황현감 (마땅찮아 고개 젓고 추궁하듯) 또?
백이방 (장부 보며)도라지 골의 갑동이 모친을 업고, 금강산 유람을 다녀왔다 합니다.
황현감 (생각하더니. 그것도 아닌 듯 고개 젓는다)더 뭔가 찡한 거... 없나?
백이방 (자신도 답답, 한숨난다)
황현감 (답답하여 호통)효자를 찾아 표창하라는 주상전하의 교지가 내린지,
벌써 몇 달이 지났건만, 대체 우리 고을만 이게 뭔가?
백이방 차라리 우리고을은 효자 대신 불효자를 내세워 불효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이런 사례를 올리는 게...
황현감 (자르며)사람들이 언하는 건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얘기지 추한 얘기가
아니야. 그딴 것 괜히 잘못 올렸다 수령인 나까지 욕먹고, 황주고을 평판만 나빠지면, 자네가 책임 질 건가? 어? (에잇! 서안에서 서책 집어 던진다)
백이방 (보면 ‘상감행실도’다)
황현감 삼강행실도네! 집에 가 꼼꼼히 다시 새겨 읽고 거기에 견줄만한
미담을 찾아봐. (단호) 없음 만들어라도 내!
백이방(착잡한 표정이고)
#7 언강 위(낮)
청, 구멍 뚫고 얼음 낚시 중이다. 언 손 호호하며 구멍 안을 뚫어져라 보며
청 울 아버지 몸보신 시켜드리게 제발 한 마리만...걸려다오!
그러나 거짓말처럼 잉어 한 마리 걸려든다.
청 (잽싸게 잉어 들어 올리고는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런 착한 잉어 가트니.
너의 살신성인을 꼭 잊지 않을게!
S#8 마을길(낮)
따닥따닥~ 지팡이 더듬거리며 심봉사 걸어온다. 심봉사를 보자 그 앞으로
우르르 달려가는 동네 꼬마들. 아이 하나 나서더니 부러 심봉사와 부딪힌다.
심봉사 아야! 이 놈아 눈 달아 뒀다 머해? 눈이 삐었냐?
만득 눈은 안삐고...술래 잡다 다릴 삐긋 했지. 근데 이 소리는 심심산골 심봉사?
심봉사 (그제야 아이들 장난임을 알고)얘 이 못된 것들.. 썩 못비켜
아이들 (비로소 깔깔갈 웃는다)
만득과 아이1, 영화 ‘왕의 남자’처럼 엇갈리는 맹인소극 장면을 흉내낸다.
만득 (엇갈리며)이봐!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아이1 (엇갈리며)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심봉사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청 off (버럭)에라... 이 나쁜 놈들..
아이들 돌아보면
청이 씩씩거리며 달려온다. 우르르 도망가는 아이들
청 (아이들 보며)칠성이, 삼식이, 희동이, 갑득이...또 한 놈이 누구였지?
심봉사 off 만득이...
청 앗싸! 만득이!
심봉사 (허 웃는)왔냐?
청 (그제야 아비 보고)내 저것들, 혼내 줄게요. 작살을 내야지.
심봉사 (애처럼)그래, 특히 만득인 꼭 혼내 줘
청 (밝게) 네! (잉어 번쩍 들고)아버지, 이게 뭘까요?
심봉사 (뭘까? 표정)
#9 마당, 툇마루(낮)
화덕 위, 작은 솥에서 잉어 푹 고아진다.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흐뭇하게 보는 청.
숟가락 입에 물고 툇마루 밥상 앞에서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심봉사.
심봉사 아직 멀었냐?
청 다됐어요! 가요!
청, 솥단지째 들고 와 밥상 위에 올리고
청 (헤실헤실)아버지 뱃속이 참 좋아하시겠죠?
심봉사 (킁킁)냄새 한번 죽이네!
청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군침을 꼴깍 삼킨다)
심봉사 오냐! (막 숟가락을 담그려는 찰라)
뺑덕 off 뭣들 해요?
청 (돌아보면 뺑덕, 달갑지 않다)오...셨어요.
뺑덕, 화덕과 솥단지 보더니, 휘둥그래져 부리나케 와 툇마루에 앉는다.
뺑덕 이 귀한 게, 어서 났냐?
청 제가, 잡았어요. 아버지 몸보신 시켜 드리려구요.
뺑덕 (솥단지에 눈길 못떼고 입맛 다시며)이거 한 마리 먹음, 없던 기운도
불끈불끈 나겠네.
청 (큰맘 먹고)그럼...국물이라도 좀 드릴까요?
뺑덕 (버럭)누구 약 올리니?
청 (난감)
뺑덕 누군 좋겠수! 잉어 잡아 주는 딸년도 있구.. 난 오늘 당장 죽는대두
쥐새끼 하나 거들떠도 안볼거야.
심봉사 무슨 말을 그리 해? 자네 곁엔 내가 있잖나? 내가...
뺑덕 (심봉사를 본다)그 말이 참말이요?
청 (왠지 불안, 솥단지를 꽉 잡는데)
#10 청이네 앞(낮)
솥단지째 뺏아 들고 나온 뺑덕,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쏜살같이 걸어간다.
#11 방(밤)
청, 토라져 앉아 있다. 심봉사 미안하여 괜히 방구들 긁는다.
청 아버지 몸보신 하시라고 잡아왔더니, 괜한 헛고생이지 모예요.
심봉사 미안하다.
청 (의아한)어찌 그리 덥석 주셨을까? (속상한)난, 국물 맛도 못 봤는데...
심봉사 (글세 왜 그랬을까? 이번엔 괜히 등 긁는다)아이고, 가려워라.
벼룩이 기어가나? 청아, 여기 좀 박박 긁어봐라..(등을 댄다)
청 (마지못해 등 륵다가 화풀이 하듯 철썩 등을 내리친다)
심봉사 (깜짝 놀라)왜 그래?
청 (눈 두릅뜨고 손가락으로 찍으며)빈대예요!
#12 꽃분 방(밤)
청이와 꽃분, 등잔불 아래서 수놓으며 수다 중이다.
꽃분 나 오늘 도라지골 가서 몰래 갑동 도령 만나고 왔다.
청 이번엔 모친 업고 금강산 유람 다녀왔다며? 이런 효자한테 시집가게
됐으니, 꽃분이 넌 좋겠다.
꽃분 약 올리니? 효자한테 시집가는 게 뭐가 좋아? 그리 좋으면 네가 가라.
청 얘는 무슨 말을 그리해. 그리고 솔직히 내 취향도 아니다 뭐.
꽃분 (은근히 기분 나빠)갑동도령이 뭐가 어때서?
청 누가 갑동도령이 나쁘댔니? 그냥.. 내 취향은 아니다 그거지.
꽃분 네 취향은 뭔데?
청 현실에서 찾긴 좀 힘들어 아마도! 내가 남자 보는 눈이 높은 가봐.
꽃분 그게 뭐냐고요?
청 (진지하게)일단 걸음이 빠른 사람이 좋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렇게 종횡무진 막 날아다니는 사람.
꽃분 (허! 듣는데)
청 그리구 힘도 조금 있음 좋겠어! 맨손으로 호랑이도 팡 때려잡구, 나무도 뿌리째
번쩍 뽑구, 바위도 퍽퍽 내던지고....
꽃분 (참 특이해, 보는데)
청 (심각)무엇보다 이 마음이 중요해! 어질구 착하구 현명해서.. 많은 사람한테 귀감이 되는 뭐 그런 사람.. (하고 꽃분을 보면)
꽃분 (혀를 차며)네가... 홍길동을 너무 읽었구나!
청 안 읽었는데!
꽃분 그래, 차라리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 꿈꾸는 게 너한테도
이롭겠다.
청 (보면)
꽃분 (쏘듯이)어차피 넌 아버지 때문에 시집도 못갈텐데 뭐....
청 (참 그렇지. 풀이 죽는다. 그러다가 금새 방실 웃으며)맞아!
난 이렇게 꿈만 꾸고 살거야. (기 안죽고)꿈은 현실보다 근사하잖아.
#13 청이네 마당(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마당. 댕~ 댕~ 댕~ 멀리 몽은사에서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들려온다. 심봉사, 방문 연채 안에서 싸리문 쪽을 걱정스레 보고 있다.
심봉사 (하나 둘 종소리 세고 있었다)여덟!! 왜 여직 안오는 게야? 오다
자빠졌나? (불안해 죽겠다)
#14 꽃분 방(밤)
청이와 꽃분,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깔 웃고 있는데
꽃분모 (문 열고)청이 집에 안가니?
청 (그제야)어머! 내 정신 봐( 부랴부랴 정리한다)
꽃분모 (들어와 김치 그룻 주며)니 집 김치 시어꼬부라져 못먹게 됐다믄서? 갖고가 아버지랑 먹으렴.
청 (받으며)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꽃분모 고맙긴 뭘. 쎄고 쎈게 짐친 걸. 얼릉 가라. 아버지께 안부 전하고.
청 (고맙게)네.
#15 개천가(밤)
심봉사, 다닥따닥...지팡이 두들기며 걸어온다.
심봉사 청아! 청아!
흐르는 물소리. 지팡이 두드려 징검다리 확인하는 심봉사. 심봉사,
아슬아슬 발을 내딛는데...
#16 인근 숲(밤)
가사장삼에 굴갓 쓰고, 염주 목에 걸고, 권선문 든 바랑 메고
육환장까지 든(한마디로 온갖 폼을 낸)화주승이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다.
화주승 (푸념)이놈의 중노릇 힘들어 못하겠네!
공양미 삼백석을 어떻게 마련하냐? 삼백석만 있으면 대웅전도 넓히고 단청도 새로 하고
시주하면 권선문에 이름도 이쁘게 올려줄 참인데..왜들 안하는 거야 왜? (하는데 )
심봉사 off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아이고 봉사 죽네!
화주승 (소리에 우뚝 멈춘다)
#17 개천가(밤)
심봉사, 물에 빠져 어푸어푸 허우적댄다.
화주승 황급히 와 멈추더니
화주승 (쯔쯔)불쌍한 중생 같으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18 청이네 방(밤)
화롯불에서 언 몸을 녹이는 심봉사와 화주승.
심봉사 몽은사 화주승이라 하셨나? 죽을 사람 살려내셨으니 은혜가
백골난망입니다.
화주승 앞이 보이지가 않으니, 거 참, 깝깝하겠습니다!
심봉사 (임자 만나듯 신세타령)그렇지요. 그렇지요...
세상에 나왔으나 세상을 보지 못하고 딸년이 있으나 딸년을 보지 못하니
이 캄캄한 심정을 누가 알리요, 하늘이? 땅이? 불쌍한 딸년만 아니면 벌써
혀 깨물고 콱 죽었을 겁니다.
화주승 누구든 사는 건 끊임없는 고행이지요. 그 고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불쌍한 우리 중생들은 늘 선업을 샇아야지요.
심봉사 그럼 착한 일을 하면 저 같은 봉사가 눈을 뜰 수도 있나요?
화주승 그럼요. 열심히 불도에 정진하면 광명을 찾게 되지요.
심봉사 (좋아서)정말요? (이내 풀이 죽어)에이..그걸 어찌 믿습니까?
화주승 (어라?)정말이래두 그러시네.
심봉사 (솔깃해진다)
#19 청이네 부엌(밤)
아궁이 앞에서 화주승의 신발을 말리던 청이와 화주승, 앉아 있다.
청 (토끼 눈이 되어)그게 사실이예요? (하다가)하긴 스님 같은 고결한 분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요.
화주승 (뜨끔)부친의 일생 소원이 눈 뜨는 일이긴 허나 이댁의 사정상 그건 무리지요. 처자의 부친도 안 들은 걸로 하겠다 하셨으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요!
청 아버지가요?
화주승 그렇습니다.
청 (참회라도 하듯)신라 때 지은이란 효녀는 나이 서른이 넘어도 시집가지 않고
자기 몸을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했다지 모예요.
화주승 (끄덕끄덕)
청 석진이란 효자는 손가락을 잘라 약을 만들어 아버지의 발작병을 고쳤다지 모예요
화주승 (또 끄덕끄덕)
청 상덕이란 효자는 어머니가 염병에 걸려 다죽게 되자 넓적다리 살을 베어 먹여 낫게 했다지 모예요.
화주승 (그건 좀 끔찍)
청 그런데 전... (흑흑)동무와 노닥거리다 아버지를 그 봉면 당하게 했으니..
천하에 이런 불효녀가 또 있을가요?
화주승 (????!!!)
청 (눈물 훔치고)스님!
화주승 (보면)
청 제가 바칠게요! 불쌍한 울 아버지 눈 뜰 수만 있다면..어떡해서든 공양미삼백석에 올리~ 오리다!
화주승 (눈 똥그래진다)
#19-1 백이방집 창고 앞(밤)
도적들(복면), 쌀가마니 훔쳐 나르고 있다.
#20 백이방집 창고(밤)
텅텅 빈 창고 안. 결박당한 채 비참한 꼬라지로 앉아 있는 칠득, 팔득.
백이방, 텅 빈 창고 보며 부르르 떤다.
백이방 어떻게 모은 삼백석인데.. 감히 내 쌀을 훔쳐가?
내 이 도적떼들을...그냥... (눈알이 뒤집힌다)
#21 우물가(낮)
꽃분모와 뺑덕, 소문에 대해 수군거리는 중이다.
뺑덕 (엿을 빨며)삼백석을 몽땅?
꽃분모 그렇다니까.. 그 삼백석이 보통 삼백석이야? 우리 피고름 아냐.
다들 도둑들이 기특해 죽겠대..(호호호)
뺑덕 (좋지도 않다) 뭐가 그리 좋냐? 앞으로 우리만 더 죽어 나갈텐데..
그 위인이 삼백석 잃구 가만 있을 위인이냐구? 모자라기는...
꽃분모 그런가?
끄때 물통 들고 힘없이 걸어오는 청.
청 (물통 내려놓고)안녕하세요!
꽃분모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청 (시묵룩해)저...삼백석을 마련하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꽃분모 (놀라)그건 네가 왜?
뺑덕 (놀라)벌써 너까지 닦달했냐? 백이방이?
청 (오른쪽으로 갸웃하면)
그때 백이방, 저만치서 씩씩 거리고 오더니
백이방 청이, 너!
청 (보면)
백이방 이리 냉큼 따라오너라!
청 (이번엔 왼쪽으로 갸웃한다)
#22 마을 일각(낮)
백이방, 청, 서 있다.
백이방 내 방금 몽은사에 다녀오는 길이다! 네가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에
시주한다 했다면서?
청 네, 어르신.
백이방 그래, 그 삼백석은 대관절 어디서 난 것이냐?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관아로 끌고 가 주리를 틀것이야.
청 (놀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뭘 잘못 했길래요?
백이방 삼백석이 어서 났냐니까?
청 저한테 삼백석이 어디 있다구 이러십니까? 그렇잖아도 그 일
때문에 소녀도 근심이 태산입니다. 부처님과의 약속을 어길수도 없고
그러니 어르신, 절 좀 살려주세요. 무슨 일이든 할테니, 제가 할 만한 일감
좀 주세요.
백이방 꽃분이가 그러던데, 평소에 네가 홍길동 같은 금서를 읽고 심지어는
반역자 홍길동을 흠모까지 했다면서? 혹여 네가 도둑들과 짜고, 우리집
삼백석을 턴 것이 아니더냐?
청 (헉 놀라지만 제 할말을 또박또박)전 그 책을 읽은 적도 없고, 그건 그냥..
평소의 제 생각을 동무한테 말한 것뿐인데요.
맹세코 소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감히... 부처님 앞에서 맹세합니다!
백이방 (하긴 자기가 봐도 그렇다)어쨌든 내 너를 예의주시 할 것이야!
청 그러십시오!
백이방 (씩씩대며 간다)
청 (휴우~ 한숨 놓는데)
백이방 (홱 돌아보며)참 그리구..
청 (화들짝)예? 어르신...
백이방 앞으론 네 집도 조세를 내고, 부역을 지도록 해!
청 (눈 똥그래지며)예? 저희집은 아버지가 맹인이시라 그동안 면제가 됐었는데요?
백이방 그러니 앞으론 내!
청 (또박 또박)그런 게 어딨습니까? 나랏님께서 그리 하지 말라 하셨는데.
(백이방 얼굴이 무섭자 꼬랑지 내리고 작게)나랏법이 그리한데..
백이방 (위협조의)잊었느냐? 내가 널 예의주시한다 했지?
(입술 지그시 깨물고)앞으로 조심 하거라! (횅하니 간다)
청 (알 수 없는)왜 날 예의주시 한단 거야? (돌연 분해서)내
이 꽃분이년을.. (답답하다)불행은 동무와 함께 온다더니. 날 두고 하는 소린가?
(푹, 한숨 쉬고, 하늘을 보면)
#23 몽은사 대웅전
대자대비의 석가모니불 보인다.
청 (합장하고 부처님 보며)정말이옵니까?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면 저희 아버지
정말로 눈을 뜰 수 있는 겁니까?
#24 포구(낮)
정박해 있는 백 한 척.
#25 포구 근처 주막(낮)
백이방, 중국 옷차림의 뱃상인과 술상에 앉아
상인 물건이 맘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만 내 아주 죽을 뻔하다 살아났소.
(받은 술 단숨에 넘긴다)
이방 왜요? 무슨 일이라도?
상인 장사도 좋지만 이러다간 제 명에 못살듯 하니, 장차 조선에 또 온단
말은 못 할 듯 싶소.
이방 대체 무슴 일이길래?
상인 인당수 아시죠?
이방 알죠.
상인 (오라고 손짓, 귀에 속닥속닥)
이방 (다 듣고 놀라는)아이고! 어째 그런 끔찍한 일이...
상인 그 인당수가 그간 숱하게 사람을 잡아먹었답니다. 그래서 가는 길엔
희생제라도 올릴 참입니다.
이방 희생제요? 뭐 돼지라도 올리시게?
상인 (장난하나? 심각하게)인.신.공.양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이방 (눈 치뜨는) 인.신.공.양?
#26 청이네 외경(밤)
해금소리 처량하니 들린다. 방문 너머로 부녀의 그림자 보인다.
청 off 아버지 해금 소린 언제 들어도 참 좋아요!
#27 청이네 방(밤)
심봉사, 해금을 연주하고, 청이는 바느질을 한다.
심봉사 (허 웃으며)이번엔 누구 옷이냐?
청 망할 꽃분이가 시집을 간대요. 꽃분이 혼수에 쓰일 옷이에요
심봉사 (연주를 멈추고)꽃분이가 시집을?
청 예.
심봉사 왜 부럽냐? 너도 가고 싶어?
청 (정색, 결의 다지듯)아뇨, 전 시집가고 싶은 맘 쌀 한톨만치도 없네요.
아버지랑 평생 이렇게 살 거예요.
심봉사 근데 왜 망할 꽃분이래? 싸웠어?
청 그냥 그런 게 있어요. (답답해서 바늘로 머리 긁고)
심봉사 내 다른 말은 다 믿어도 처녀가 시집 안 간단 말은 안 믿는다.
청 (바느질 멈추고 억울한 듯)정말이라니까요. 전요, 절대 시집 안가요. 시집가면
열손에 장을 지진다. 내가..
심봉사 뭔 장?
청 된장!
심봉사 (허 웃고, 쌔갱깨갱 신난 거 연주한다)
#28 개울(낮)
청, 빨래중이다. 한쪽에 산처럼 수북이 쌓인 빨래들.
청, 언 손 호호하면 손등 갈라져 피가 난다.
청 (개의치 않고)내일은 윗마을 빨래까지 다 받아와야지.
백이방 off 날도 추운데 고생이 많구나!
청 (소리에 놀라 어이쿠 한다)
#29 국밥집 방(낮)
한쪽에 빨래 함지 있고, 청이 앞에 국밥 한 그릇, 백이방 앞에 술병 놓여 있다.
백이방 핏덩이 어릴 때부터 네가 자라는 걸 다 봐왔다.
청 ....
백이방 나도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널 보면 참으로 안됐단 생각이 든다.
청 (왜 저러시나?)
백이방 (빨래 함지 보며)저 깐 거 백날 해봤자, 어림없다. 안 그러냐?
청 어르신, 무슨 일로 절 보자 하셨는지요?
백이방 (단도직입적으로)그래... 공양미 삼백석을 구한다고?
청 (귀가 솔깃)
백이방 마을의 어른으로서 내 그 방도를 알려주고자 널 불렀다.
청 (눈 똥글)
(jump)
백이방, 돌아가고
넋빠진 얼굴로 식어빠진 국밥을 보고 있는 청.
백이방 off 개똥이년은 보리 한 섬. 삼월이년은 베 두필에 팔려갔다.
그러니 삼백석이면 최고의 몸값이 아니겠냐?
국밥으로 눈물방울 똑! 똑! 떨어진다.
#29-1 몽은사 대웅전 앞(낮)
화주승과 백이방 서 있다. 화주승, 당혹한 얼굴이다.
백이방 자네만 눈 감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을 어찌 몰라?
삼백석을 우리에게 넘기면, 그간 관아에 바치던 종이와 메주를 삼년간 면제해주지.
화주승 (그래도 그렇지)
백이방 그리고 자넬 차기 몽은사 주지로. 나와 사또가 적극 밀것이야.
화주승 (주지라?)
#30 청이네 툇마루(낮)
심봉사, 뺑덕과 앉아있다.
뺑덕 어떤 년은 못생기고 뚱뚱하고 자식을 낳아도 저 닮은 못생긴 것들만
줄줄이 낳아도 소박 안 맞고 잘들 산단 이 말이지.
심봉사 그런데?
뺑덕 그런데 어떤 년은 얼굴 곱고 마음 곱고 힘도 좋아 일도 잘하는데,
이렇게 서방 없이 엿이나 빨며 산다 이 말이지.
심봉사 자네 말인가?
뺑덕 (눈만 깜박 깜박)
심봉사 (넌지시)자네...이쁜가?
뺑덕 황주고을 남정네들은 다들 눈뜬 봉사요! 나 같은 미인을 이리
몰라보니, 눈들이 삐었지..
심봉사 (껄껄 웃더니)허면 나나 그들이나 똑같네.
뺑덕 (찡그리고 보더니)퍽이나 좋겄소!
심봉사 (벙식하며 은근한 소리로)여보게~ 뺑덕!
뺑덕 (보는)
심봉사 나는 자네가 참 좋아! (은근히 뺑덕 손을 잡는데)
#31 집 앞(낮)
청, 그런 아버지와 뺑덕을 몰래 보고 있다.
그렇구나! 그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청이다.
청, 눈가 그렁해진다.
#32 청이네 방(밤)청이와 심봉사, 자리 깔고 누워 천정을 본다.
심봉사 뺑덕어멈은 어떻게 생겼냐?
청 그건 왜요?
심봉사 그냥..궁금해서...
청 뺑덕 아주머니가 좋으세요?
심봉사 (펄쩍)좋기는... (등 돌리고 모로 눕는다)
청 (힘없이 웃는)뺑덕 아주머닌요.
(인서트)
대비되는 뺑덕 자태(눈, 코, 입술) 청이 설명대로 클로즈 업 된다.
청 off 눈은 엎어 논 사발처럼 부드럽고요, 콧날은 깍아 논 밤처럼
오똑하고요 입술은.. 입술은...
청, 표현이 잘 안되자 한숨 푹 쉬며...
청 아버지가 볼 수 있다면 차 좋을 텐데요.
심봉사 그러게 말이다. 사람들은 나더러... 풍진 세상 차라리 안 보는 게
속편하다 위로하지만, 한평생 깜깜하게 살아봐라.
흉진건 흉진것대로, 성한건 성한 것대로, 이쁜 놈 이쁜대로,
미운 놈 미운대로, 이년 저년 (이크 딸 앞이라)... 암튼 다 보고 잡지,
볼 수만 있다면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청(소리)
(또르르 눈물)그러셨군요!!
#33 내아(낮)
황현감, 백이방 앉아
황현감 (버럭)아직도 야?
이번 포폄단자에서는 어떻게서든 인사고괄 얻어 나도 승진이란 걸해봐얄 것 아닌가?
나더러 언제까지 이 시골구석에서 현감노릇이나 하고 살란 이 말이야?
백이방 (진정시키는)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쇼. 지금 경천동지할
사업 하나가 추진 중이옵니다!
#34 청이네 마당(낮)
병든 닭처럼 툇마루에 앉아 있는 청.
백이방, 들어온다.
백이방 그래, 생각해 보았느냐?
청 (일어난다)
백이방 나도 결정을 해야겠기에, 확인 차 들렀다 (떠보는)너 아니어도
삼백석에 팔려갈 계집들은 많아. 싫으면 관두거라!
청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35 장터(낮)
청, 처량히 앉아 닭을 본다. 닭장수, 닭을 잡는다. 순식간에
모가지 날아간 닭을 보자 청, 자신을 보는 듯 오싹하고 슬프다.
(jump)/장터 일각
청, 잡은 닭을 들고 힘없이 걸어가는데, 꽃분과 꽃분모.
신발집에서 꽃신을 고르고 있다. 다정한 모녀를 보자, 청, 설움이
복받친다.
#36 청이네 툇마루(낮)
설움에 복받친 청이 꺼이꺼이 울고 있다. 엿을 물고 가다 우는 청이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뺑덕.
(jump)
청, 뺑덕 나란히 앉아
청 옛말에요 악처가 열 효자보다 낫단 말도 있지 모예요!
뺑덕 그런데?
청 제가 아버지한테 아무리 잘한다 하나, 아내만 하겠어요?
뺑덕 그래서?
청 (다짜고짜)저희 아버질 부탁드려요!
뺑덕 (놀라)내가 왜?
청 두 분 편히 사실 수 있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볼게요!
뺑덕 돈을? 얼마나?(눈 똥그래지더니)
내가 왜 니 아버지같은 사람이랑... 난 싫다.
청 (닭을 내주며)이건.. 저희 아버지 백숙해드리려고 사온 건데요.. 드세요 (닭을 쭉 민다)
뺑덕 (좋아라)어머 씨암탉이네!
청 (간절하게)아주머니! 제발 저희 아버지를... (곧 울음 터질 것 같다)
뺑덕 (어이없어)너 어디, 죽으러 가니?
#37 몽타주(낮)
-바느질하는 청, 마지막으로 심봉사 옷(두루마기)를 짓고 있다.
- 돌탑 내지 적당한 곳에서 기도드리는 청.
- 자세 취하고 앉아 있는 청. 화공이 청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48 방(밤)
심봉사 등허리를 긁고 있는 청, 모질게 마음먹고 입을 뗀다.
청 아버지!
심봉사 왜?
청 새장가 드세요.
심봉사 (놀라)느닷없이 뭔 소리야?
청 (긁는 걸 멈추고)뺑덕 아주머니랑 함께 사세요. 아주머니도 그러신다고 하셨어요.
심봉사 (팽 돌아낮아)정말? 정말 나랑 살겠대? 뺑덕어멈이..
청 좋으세요?
심봉사 (쑥스럽지만 좋아 희희)그 예편네가... 외롭긴 무척 외로웠나 보구나.
나 같은 놈과 산다고 그러게...
청 아버지가 어때서요?
심봉사 그나저나 넌 (눈치 보며)괜찮겠냐?
청 (밝게) 괜찮다 뿐이예요? 이젠 아버지 걱정 안하고, 꽃분이처럼 시집 갈
수 있는데, 솔직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심봉사 (섭섭)시집가고 싶은 맘 쌀한톨만치도 없다며? 평생 시집 안 가고
애비랑 산달 때 언제구?
청 꽃분이 시집가는 거 보니까.. 저도 맘이 바뀌지 모예요. 한톨도 없던 마음이
삼백석 쌀만큼이나 시집가고 싶지 모예요.
심봉사 (서운하여)뭬야?
청 (돌아낮으며)매일 밤 등 긁는 것도 이젠 귀찮아요.
심봉사 (미안해 푹 고개 떨군다)
#39 마당(밤)
방문 너머 청과 심봉사의 그림자 위로
청 off 청나라에서도 백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부자래요. 그 댁의
하인만 삼백명이 넘는다지 모예요. 시집가면요 절
시중드는 하녀만 열명이 넘을 거래요.
#40 다시 방(밤)
심봉사 정... 정말이냐?
청 예. 그러니 공양미 삼백석도 덜컥 내주지요. 안 그래요?
심봉사 허긴, 그렇다만.. 청나라면 청이 네 나라네....
청 (눈물 참고)이젠 아버지 눈 뜨실 수 있어요.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 아버진 눈을 뜨고 새장가 가시고, 난 부짓집으로 시집을 가고
쥐구멍에 볕든다더니, 우릴 두고 하는 말 아니겠어요?
심봉사 (의심 모르고)세상에 어찌....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감격스러운)
청 (눈물 감당 못해 밖으로 뛰쳐나간다)
#41 대문 앞(밤)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청. 문 앞에 풀썩 주저앉아 울음소리 꾹 참으며
꺽꺽 운다.
#42 방(밤)
심봉사, 믿기지 않아 일어섰다 앉았다 어찌할 바 모른다.
심봉사 청이가 부잣집으로 시집간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뜬.다? (헷가닥 눈 뒤집어보는데)
$42 내아 (밤)
백이방의 이야기 들은 황현감
황현감 (믿기지 않는)아비를 개안시키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완전감동)큰 박일세, 완전 큰 박이야!
백이방 흥부네 박도 안 부럽죠?
황현감 물론!
백이방 승직하시고 행여 소인을 나몰라라 하심 아니되옵니다.
황현감 (좋아 끄덕끄덕)
#44 방(밤/아침)
밤을 꼴딱 새며 심봉사 두루마기를 마무리 짓는 청.
(jump)
꼬기오~ 새벽닭 우는 소리.
완성된 두루마기가 곱게 접혀져 있고 옷 위로 청이의 초상화 놓여있다.
$45 부엌(아침)
뚜껑 열면 가마솥에서 확 김 나고, 청이 아비의 마지막 밥을 푼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청이다.
#46 방(아침)
잘 차려진 밥상 앞에 마주 앉은 청(비단옷)이와 심봉사. 부녀에게 마지막 밥상이다.
청 아버지... 드세요!
심봉사 .........
청 아버지가 드셔야 저도 먹지요.
심봉사 (그렇구나, 짐짓 밝게)청아!
청 예.
심봉사 (태연하게)이젠 내 등은 누가 긁어 주냐?
청 (고개 떨군 채)뺑덕 아주머니가 있잖아요.
심봉사 (힘없이)그렇지.. (다시)청아!
청 예 아버지.
심봉사 가서 소식 줄거지?
청 (목이 메인다)여기서 거기가 얼마나 먼데요. 아버진...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세요.
심봉사 (섭섭)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년.
청 (미어진다)
심봉사 (팽 토라져)봄동 나오면 햇김치 담아준다더니.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면 어째? 봄김친 담아주고 가!
청 (흑흑)
사령1 off 배 떠날 시간 됐다! 어서 나오거라!
청 (눈물 훔치고)눈 뜨시면 제 얼굴이 가장 보고 싶다고 하셨죠?
(초상화 준다)절 그린 그림예요. 눈 뜨시면 보세요. 아버지이...
심봉사 (그림 받고, 그저 고개 푹 떨구고 앉았는데)
청 off (아프게 보며)불쌍한 울 아버지.. 저 없더라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47 포구(낮)
/일각
청,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령과 함께 걸어오고 있다.
길가에 나와 있던 꽃분모와 꽃분이 청을 보고 달려온다.
꽃분 (기막혀서)청아! 사실이야? 청나라로 시집간다더니, 그게 아니었어?
꽃분모 (울며)아이고 일을 어째? 세상 나와 좋은 꼴 한번 못보더니. 결국엔 이렇게...
(말 잇지 못하고 꺽꺽 우는데)
청 (간곡)아주머니 저랑 한 약속 꼭 지켜 주셔야 해요.
아버지한텐 비밀이예요. 아셨죠?
꽃분모 (울며)그래! 어휴.. 이 불쌍한 것!
꽃분 (울며)청아.. 그동안 너한테 못되게 군거.. 미안해.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청 (보며)꽃분아... 시집가 잘 살어!
꽃분 청아...(부둥켜 안으면)
/일각
백이방, 관아 악대 자리배치 하며
백이방 자자...청이가 오면... 짠...시작 하는 거야.
황현감, 온다
백이방 사또! 여깁니다요, 이리 오십시오.
황현감 (와서는)그래, 심청이란 아인 어딨는가?
백이방 아직... (둘러보더니)아, 저기 저기 옵니다요..(가리키자)
청이 사령들과 온다. 동네 사람들 청이를 보자 모두 슬픈 표정으로
어쩜 좋아..쯔쯔 한다.
황현감 (청을 보며)저 아이가 심청인가?
백이방 예. 조선 제일, 아니 천하제일의 효녀 심청이옵니다!
황현감 (심청을 보고 과연 끄덕끄덕)
백이방 (악대에 신호 보내면)
띵~ 띵~ 하는 슬픈 연주 시작된다. 표정만 짓던 사람들, 음악
소리에 감정 복받쳐 이제는 눈물 뚝뚝 흘린다. 청이 당도하자
백이방 사또께서.. 너의 효성이 갸륵하다고 이렇게 직접 치하하러 오셨다.
황현감 (어깨를 으쓱하고)장하다! 너야말로 진정한 조선의 딸이구나!
아무쪼록 잘 가거라!
청 (고개 숙여)불쌍한 저희 부친 잘 부탁드립니다!
#48 청이네 방(낮)
빈방에 덩그라니 혼자 남은 심봉사. 마음을 주체 못해 괜히 여기저기 뒤지더니
심봉사 효녀손 사뒀다더니, 아 엇따 둔거야? 청아!
(대답이 없고)청아! (대답이 없고) (이제는 없구나! 악을 쓴다)
아, 청아! 효녀손 어딨어?.... 청아!!
#49 청이네 마당(낮)
뺑덕 툇마루에 앉아 있는데, 심봉사 방문 박차고 나와 뛰쳐나갈 태세다.
뺑덕 (벌떡 일어나)아 왜요?
심봉사 (성질낸다)암만 해도 못 찾겠어!
뺑덕 뭘 찾는데요?
심봉사 내 이년을... (더듬거리며 지팡이 찾아들고)청아..청아..(뛰쳐
나간다)
뺑덕 저 양반이.. 실성을 했나?
#50 포구 가는 길(낮)
버선발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심봉사. 가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는데
심봉사 (애타게)청아... 청아........
#51 포구(낮)
천천히 출항하는 배. 청이를 향해 “아이고 아이고” 눈물바다로 장관을
이루는 사람들. 그 와중에 황현감. 화공 불러다가
황현감 이 역사적인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게! 자 어서! 빨리!
화공 (도구 꺼내 그릴 채비하고)
황현감 (떠나는 배 보며 슬픈 얼굴로)아! 참으로 아름답구나!
백이방 (악대 지휘하다 떠나는 배를 본다. 착잡하나 에라 모르겠다. 잘가라! 손을 흔든다)
#52 배(낮)
청, 멀어지는 고향땅을 보며 눈물 흘리는데
그때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아비의 모습이 보인다. 아비를 보자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청.
청 (속으로 되내듯)아.버.지!!
#53 포구 어딘가(낮)
털썩 주저앉는 심봉사.
심봉사 몹쓸 년! (버럭)효녀손은 주고 가야지!!!!
(비로소 눈물 주륵 흘린다)청아!!!!
#54 인당수(낮)
시퍼런 망망대해... 배 한척 떠있다.
#55 배(낮)
한쪽에 죽은 듯이 앉아 있는 청.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간다.
(flash Back)
- 간난 청이 안고 동냥젖 다니는 심봉사. 아낙들 돌아가며 젖을 물리고
- 서너 살 청. 심봉사와 함께 밥동냥 다니는 어려서 밥동냥이 뭔지도
모른채, 바가지 들고 다니다 밥 얻으면 그저 좋아 천진난만.
- 일곱 살 청, 혼자 밥동냥 다니는, 집집 대문 밖에서 창피해 들어도 못가고
고개 푹 숙인 채 머뭇거리면, 꽃분네 비롯한 동네 아낙들 또 왔구나
나와서 십시일반 조금씩 밥과 반찬을 나눠주고는 들어간다.
청, 서러웠던 그 시절이 차라리 그리운지 슬프게 미소를 짓는다.
둥둥~ 북소리 들린다.
(jump)
청, 뱃머리에 선다.
시퍼런 바닷물을 바라보는 청.
모든 걸 체념한 듯 눈을 감는다.
청, 그대로 낙하한다. 푸웅~ 덩!
#56 물 속
푸웅~덩 소리와 함께 눈을 감은 청이 얼굴 보인다.
청, 눈 감은 채 물 속을 부유하면
곽씨부인 off 아가! 아가!
(Flash Back)
젊은 곽씨 부인, 갓난 청이 안고 있다.
맑은 아기 눈동자! CU
곽씨부인 우리 아기 눈은 이쁘기도 하지. 아가.. 지금처럼 맑고.. 밝게 살아야 해!
물속/ 눈 감은 채 부유하는 청이 위로
곽씨 부인 off 아가 눈을 떠! 눈을 떠! 아가!
#57 이미지 씬
우르르 쾅쾅~ 하늘은 시커멓고 바다에는 태풍이 몰아친다.
한바탕 격랑이 지나고 나자, 밝은 태양이 뜬다. 잔잔한 바다.
바다 위로 연꽃 한 송이 둥실 떠내려 온다. 파도에 휩쓸려
온 연꽃을 누군가의 손이 건져내는데
#58 홍의 방(아침)
꿈에서 깬 홍, 벌덕 일어난다.
홍 희한하군!
#59 어느 외딴섬 바닷가(아침)
기러기 끼룩끼룩 날아간다. 뒷짐 지고 한가롭게 산책중인 홍.
저만치 무언가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파도에 휩쓸려 온 청(비단옷)이 의식
잃고 쓰러져 있다. 청을 바라보는 홍의 표정.
#60 포구 근처 빈터(낮)
인부들 곡괭이 들고 땅 파고 있다.
공사현장 바라보는 황현감과 백이방.
백이방 (뿌듯)심청각이라? 어찌 이런 훌륭한 생각을 하셨는지요?
황현감 (뿌듯) 그 아이가 배 타고 떠나던 바로 그날, 생각했지. 누각이 완성
되면 주상전하께서 친히 이곳에 행차하시오 친필 편액을 내려주신다 했네.
백이방 전하께서요?
황현감 그래. (바다 본다)
백이방 (바다 본다) 지금쯤 물귀신이 되어있겠죠?
#61 외딴섬 바닷가(낮)
홍, 검 들고 무예를 단련중이다. 삿갓, 달려온다.
삿갓 방금 눈을 떴습니다!
홍( 멈춘다)
#62 홍의 집 마당( 낮)
청, 마치 꿈을 꾸는 듯, 낯선 곳을 보고 있다.
홍, 기척을 내고 성큼성큼 온다. 청을 빤히 본다.
홍 누구시오?
청...........
물끄러미 홍을 보는 청이의 얼굴에서.....
1부 엔딩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