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1912년생)은 국분상태랑(國分象太郞고쿠보쇼따로)이라는 일본통역사가,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조선통감부가 조선의 국권을 유린할 때 재조선일본공사관에 의사통역관으로 부임하여 통역업무에 종사하다가, 나중에 1910년 한일합방이후 총독부 인사 서기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총독부의 조선어 통제정책에 부합하는 규정으로 일본인 조선인으로 팀을 구성하여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만들어 통일안으로 발표한 조선어 언문철자법이다.
일제는 한일합방 이전 통감부 시절부터 일본어를 공식언어로 가르치고 조선어는 현지어 차원으로만 교육하여 조선인의 민족정신과 문화를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태평양전쟁이 심각한 상황이 되자 본격적으로 조선어사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족 : 조선어朝鮮語는 언어이고 언문彦文은 문자이다. 참담하게도 이걸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한국어를 세종대왕이 만들었다고 말하는 용감무쌍한 인간도 있다.)
고쿠보의 언문철자법은
1. 아래 아를 폐지하고
2. 받침으로는 열 개만 쓸 수 있게 했다. (ㄱ,ㄴ,ㄹ,ㅁ,ㅂ,ㅅ,ㅇ + ㄺ, ㄼ, ㄼ )
3. 설첨치조음 ㄷ,ㅌ에는 설면복모음 ㅑ,ㅕ,ㅛ,ㅠ를 붙이지 못하게 했다.
4. 일본어 표기 규정을 첨가하였다.
이 외에도 된소리 표기법을 정리하는 등 ... 모두 16개의 규정을 발표하였다.
내 개인적으로 여기서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것이 딱 하나 있다.
훈민정음에서 병서와 함께 원칙적으로 채택했던 연서의 방식으로 자음과 ㅇ을 연서하여 다양한 '유성음'을 표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본래 훈민정음에서 연서로 유성음을 표기한 것은 순경음(ㅂㅇ, ㅍㅇ,ㅃㅇ, ) 뿐이었으나, 고쿠보의 보통학교언문철자법에서는 ㄱ,ㅅ,ㄷ,ㅂ에도 ㅇ을 연서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한글이 세계문자가 되는데 꽤 유용한 표기법이라서 훈민정음 창제원리를 살려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면 국제문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훈민정음이 세계문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국정운에서도 몇 가지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었는데 , 강의실에서 외국어를 가르칠 때도 이 연서의 방법은 외국어 발음의 이해와 학습에 무척 실용적이었다.
한글맞춤법(1933년생)은 총독부가 아닌 우리의 선배학자들이 1933년에 훈민정음 원본을 보지 못한 채 자발적으로 연구정리하여 만든 우리말 표기원칙인데 고쿠보쇼따로가 만든 언문철자법의 원칙아래에서 나름대로 재정리하여 발표한 우리말 표기 철자법이다. 그때까지 조선에서 국가적으로 공식문자는 한자였고 한글은 서민층에서 주로 사용되어 오면서 과학적으로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던 우리말 우리글 표기법이 총독부의 조선어문 통제아래 큰 자각을 가지게 되어 어려운 환경에서 나름대로 정리하고 발표한 한글맞춤법은 당시 조선사람들이 감당하고 있던 역사적 학문적 한계가 큰 저항없이 반영되어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을 한글맞춤법에 들어가게된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