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김동원
1
비는 퍼붓고, 여름 장대비는 퍼붓고,
퀴퀴한 지린 냄새 음습한 골방.
부들 부들 부들
격렬하게
엄마는 내 손 찾고 있었다.
아아아악, 아아아악, 단말마,
비명 소리 났다.
젊은 엄마 손아귀 움켜쥔 내 작은 오른손
마구마구 버둥치며 빼내려 해도
빠지지 않던 손의 공포.
놀라 달려온 동네 어른들
죽은 엄마 손가락 부러뜨려 빼내 주었다.
흐늘흐늘 늘어진 손가락 보며,
밤새 죽은 엄마 관棺 옆에 붙어 있었다.
2
차마, 발길 안 떨어졌으리.
11살 어린 날 두고 차마, 숨 안 떨어졌으리.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송천강 흘러흘러 밤바다 안기는데,
천지간 내 엄마 묻어 줄 사람도 땅도 없어,
광목 한 필 죽은 엄마 둘둘 말아 리어카에 실었다.
방문 앞 기둥, 매달린 석유병 들고,
한밤중 관어대 뒷산 공터 엄마를 내렸다.
내 나이 그때 11살,
나무껍질 모아 죽은 엄마 곁에 모아
기름 붓고 성냥불 그었다.
화~악, 불길 치솟아, 너울너울 불길 치솟아,
어머니 마지막 가실 모습 차마 볼 수 없어
한달음 언덕을 뛰어 내려온 난,
한 점 불빛 없는 외딴집 혼자 남아
죽은 엄마 베개 끌어안고 엉엉 무서웠다.
3
그때 내 나이 11살.
온밤 꼬박 뜬눈 새우고
그 새벽 어머니 마지막 수습하려고
관어대 언덕으로 살금살금 되올라갔다.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뼈만 남아야 할 어머닌,
빈 공터 오도카니 홀로 앉아 계셨다.
나무는 다 타고
아랫도리만 잃은 채,
젊은 어머닌 반쯤 불탄 모습으로
날 보고 계셨다.
번개 꽂힌 듯, 번개 꽂힌 듯
덜, 덜, 덜, 덜, 턱 굳었다.
나무 다시 긁어모아 반쪽 어머니 또 눕혔다.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그렁그렁
내 두 눈 그득, 불 고였다.
*손경찬의 수필 「거짓말」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