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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근 화백님 스크랩 산책 길
작은바위 추천 0 조회 14 11.07.11 12:11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산책 길  /글.사진:소암 조홍근

 

바깥 온도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마음마저 더워지는 날, 나만의 공간에는 권태로운 일상이 늘 반복하며 유영하고 있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이 몸에 닿을 때마다 습한 열기로 온몸이 끈적거린다. 문득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통화가 되지 않는다. 울컥 서운한 생각이 들어 나의 그림자를 앞세우고 달빗골로 산책에 나선다. 내가 근무하는 근무처부근에 산책하기 좋은 곳이 둘 있다. 하나는 앞산의 달빛골이고 다른 하나는 수변공원이다. 달빛골은 호젓한 오르막길로서, 숲이 우거져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좋고, 수변공원은 큰 못을 끼고 있어 여름밤이면 시원함과 상쾌함 더해줘서 좋다. 그래서 무료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그곳으로 옮겨지게 된다. 길 양쪽에는 도토리나무와 소나무가 있고 그 사이를 비집고 은사시나무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높게 뻗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고 주인인 양 살고 있는 청설모와 산새들도 눈에 뛴다. 청설모는 나무줄기와 가지를 따라 빙글빙글 돌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나를 경계하듯 힐끔 쳐다보고, 벌레를 입에 문 작은 산새의 눈망울은 이슬처럼 투명하다. 산책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임휴사와 원기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은 세월을 잊은 듯 가만히 누워 있고, 그 자리에 머문 시간은 인류의 역사보다 길게 느껴진다.

 

산책로의 울창한 숲은, 나의 운동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무성한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을 쳐다본다. 그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높고 투명하다. 녹색의 나뭇잎과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작은 오케스트라의 선율처럼 조화롭고 명쾌하다. 칠월의 숲 사이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이 지휘자의 지휘봉처럼 날렵하다.

이 숲은 가을까지는 푸르게 자랄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단풍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겨울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텅 비어버린 산책로에 찬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누가 나를 위로해 줄까.

 

나도 이젠 인생의 절반은 대구에서 살았다. 세어보지 않아도 큰놈의 나이가 올해로 서른하나니 족히 30년이 넘었다. 대학졸업하고 교직에 몸담으면서 줄곧 살아온 곳이 대구다. 대구의 여름은 어쩌면 용광로보다 뜨겁다.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는 여름의 열기는 질색이다. 그러나 그 찜통더위는 오히려 나를 담보로 삼아 즐기는 같다. 에라, 나도 이젠 찜통더위를 즐겨야겠다. 개인전을 앞둔지라 찜통더위를 즐기는 방법은 그림쟁이에겐 붓 잡는 것이 상책이니까 벼루에 먹을 갈고 붓이나 열심히 잡아야겠다.

 

여름철마다 이곳 대구로부터 탈출을 꿈꿨지만, 가을과 겨울철의 앞산과 고산골이 좋아서 아직까지 모르는 척 머무르고 있다. 앞산을 오르다보니 푸른 숲 사이로 날갯짓이 서툰 새끼 새 한 마리가 내 앞에서 뒤뚱 걸음으로 어미를 찾아 달려가고 있다. 뒤뚱거리는 그 어린 새처럼, 요즘 나도 마음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평생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도 지나친 자만이었을까. 뼈마디가 좀 쑤시거나 가벼운 감기에도 이젠 덜컥 겁부터 난다. 몸이 무거워지면 마음조차 무거워진다.

 

자연은 절대 과욕을 부르지 않는다. 나도 이젠 높을 곳을 바라보지 않으련다. 평범하고 낮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 좋다. 삶의 무게를 느끼는 울창한 숲의 녹음이 물그림자로 비치는 작은 연못에 삶의 짐 보따리를 퐁당 빠뜨려 버려야겠다. 짙은 녹음을 바라보니 잎사귀를 떨구어낸 겨울철의 나목이 떠오른다. 그 앙상한 나목처럼 오늘은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삶이 아픔으로 다가 올지라도 모든 것을 수용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리라. 하늘을 쳐다보니 갑자기 먹구름이 달려온다. 소낙비가 오기 전에 어서 빨리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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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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