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국가 일본의 명성이 최근 퇴색되고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성인병이 늘고 이로 인한 의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먹거리를 먹이자는 차원에서 추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학교급식에서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최대한 급식에 이용하도록 해 패스트푸드화, 서구화되고 있는 식문화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이 사업은 현재 순항 중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식습관 변화가 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로컬푸드운동이라 할 수 있는 지산지소운동의 필요성과 현재 일본 학교급식에서의 지산지소 현황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농업과 먹거리 위기에 선 일본
일본 농업의 미래 역시 우리나라처럼 밝지 못했다. 총인구 중 농가인구가 꾸준히 줄고 식량자급률도 내리막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연구원이 최근 조사 발표한 '일본, 지산지소 식육기본법의 이해'에 따르면 일본 총인구 중 농가인구는 1965년 30.3%에서 75년 20.7%, 95년 12.0%로 줄어들다가 2005년에는 두자릿수마저 무너진 6.5%를 기록했다. 곡물자급률도 65년 62%에서 27%로 떨어졌다.
농업기반이 흔들리자 정부차원에서 농민과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서구식생활 등으로 고혈압, 비만 등 생활습관병이 급증해 의료비 부담도 큰폭으로 늘었다. 먹거리 불신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2001년 일본에서 처음 광우병 감염소가 확인된 후 원산지·식품표시 속임사건, 무등록 농약사용 등 먹거리를 둘러싼 문제가 잇따라 터졌다. 이런 사건들이 국민에게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 필요성 높아져
이런 사태는 일본 농업의 근대화와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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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지역농산물 코너를 마련한 후쿠지야마시 야마나카 청과점. 후쿠지야마시에서 준 지산지소추진점 인증 깃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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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이 있다. 생산성을 강조한 농업근대화는 지역풍토, 생태계에 적합한 농업보다 기계와 생산력에 의존하도록 했고 결국 자연과 인간의 안전마저 위협하게 됐다. 생산자들이 대량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나 유통을 농협 계통출하 등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와의 교류도 감소했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믿음도 앗아갔다.
사회 변화에 따른 편리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강해졌다. 냉동·냉장·살균기술의 발달로 식품 보존기간이 늘어나 소비자 욕구를 많이 해소해줬으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겉보기로는 소비자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거짓표시를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위기에 선 농업과 안전을 위협받는 먹거리 문제로 인해 2002년부터 먹거리와 농업 재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이는 2003년 식품안전기본법에 이어 2005년 식육기본법을 제정토록 해 지산지소와 식육(食育)정책을 동시 추진하게 됐다.
◆보고 말할 수 있는 관계 구축에 도움을 준 지산지소운동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운동은 궁극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운동이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니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교류할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인간적 소통은 신뢰를 쌓고, 이는 지역 농업인의 영농의욕을 높인다. 나아가 이농(離農)으로 인한 농지 황폐화도 막을 수 있다.
일본 지산지소운동의 핵심은 얼굴이 보이는 관계 구축인데,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계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일본은 각 지역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정보교환 장소를 설치하고 직거래 시장 운영, 농가일손 돕기 등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정규수업과정에 식육수업시간을 둬 농민 초청 강의, 농산물 교육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