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나라’ 스리랑카에서 오는 부처님 진신사리 2과

[50/淸山/윤정수]

부처님 고향 카필라성 출토 사리 한국 ‘이운’
명문가 전승 사리도, 스리랑카 대통령 참석 기증식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왼쪽)이 영담스님에게 진신사리를 전달하고 있다.

부처님 고향 카필라성 불탑에서 발굴된 진신사리와 스리랑카 루후누 왕조에서 전해져온 진시사리가 스리랑카 정부의 공인을 받아 한국으로 이운된다.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스님, 고산문화재단 이사장)는 지난 7월28일 오후6시(현지시간) 스리랑카 대통령궁과 7월27일 수부티 대사원에서 각각 ‘부처님 사리 이운식’을 봉행하고 진신사리 2과를 한국으로 이운한다.

스리랑카 뗀네꼰 가문에서 대대로 봉안해 오다가 한국으로 이운된 진신사리

대통령궁에서 이운식을 갖고 한국으로 이운되는 진신사리 1과는 스리랑카 고대 루후누 왕국 수도 인근 암베렌또타의 명문 뗀네꼰 가문에서 대대로 봉안해온 것이다. 루후누 왕국은 스리랑카 최초의 싱할라 왕국이 타밀족의 침입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일부 왕족이 남쪽으로 피신해 세운 국가이다.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하고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번성하는 과정에서 진신사리를 스리랑카로 이운했는데, 1000년 넘게 북부 지역이 타밀족과 전쟁이 벌어지면서 남부지방으로 다시 옮겨졌다. 뗀네꼰가마게 가문은 루후누 왕국부터 전해오는 진신사리를 1625년부터 400년 동안 봉안해오면서 가문의 계승자가 주도해 지역의 갈레 사원에서 ‘진신사리 예경행사’를 거행해 왔다. 캔디 불치사와 미힌탈레사원과 함께, 스리랑카 국가 차원에서 봉행하는 ‘사리 친견 행사’ 가운데 하나일 만큼 권위가 있다.

대통령궁 보리수 아래에서 진행된 기증식에서는 정태수 작가가 청동으로 조성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대통령궁에서 봉행된 이운식에는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과 영담스님을 비롯해 종호(남해 화방사 주지, 종회의원)ㆍ이암(고성 문수암 주지)ㆍ성전(남해 염불암 주지)ㆍ도응(칠불사 주지)ㆍ능원(금산 보리암 주지)ㆍ현제(거제 세진암 주지)ㆍ오덕(중국 도문 화엄사 주지) 스님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기증식에서 라자팍세 대통령은 “스리랑카와 각별한 우의가 있고 또한 스리랑카 사람들을 잘 보살펴주고 있는 한국인들이 부처님께 기도를 많이 해서 성불하길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기증한다”면서 "한국과 스리랑카가 더욱 친밀해져 우호 관계가 신장되길 바란다”고 기증 소감을 말했다.

이어 라자팍세 대통령은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면서 “슬픔에 빠져있는 한국 국민에게 부처님 진신사리가 위로와 힘이 되고, 세월호 희생자들도 열반(니르바나)에 들어 극락왕생하길 빌겠다”고 기원했다.

부처님 고향 카필라성에서 출토된 진신사리.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은 “이번에 기증받는 진신사리는 좁게는 석왕사, 넓게는 한국불교, 전체적으론 나라의 경사”라면서 “정부 차원의 외교와 함께 민간의 ‘공공외교’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등 스리랑카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리 이운을 인정한 배경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이주노동자들을 후원해온 석왕사의 활동이 인정받은 측면이 있다. 또한 석왕사는 수도 콜롬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고아원 ‘하얀코끼리’를 짓고 있으며,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수부티 사원에 ‘한국문화원 하얀코끼리’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같은 지원활동에 대해 라자팍세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영담스님을 스리랑카로 초청해 백운석으로 조성한 2미터 높이의 불상을 기증하기도 했다.

수부티마하비라하에서 열린 진신사리 이운식.

대통령궁에서 봉행된 사리이운식에 앞서 7월27일 수부티 대사원에서 사리 친견 및 이운법회가 봉행됐다. 이날 이운한 진신사리 1과는 1898년 영국 고고학국 책임자 알렉산더 커닝햄 박사와 클랙스턴 펨페 씨가 부처님 고향인 카필라성에서 발굴한 진신사리 가운데 하나이다.

발굴 당시 석함(石函)에는 사리를 담은 다섯 개 사리구(병)를 비롯해 금은보화 등이 들어 있었다. 또한 석함 내부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매장 사리. 이 위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배우자, 자식, 형제 자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만든 것이다”라는 인도 고대 언어가 발견돼 진신사리임이 확인됐다. 이는 “카필라성 출신의 석가족은 가장 거룩한 성인의 진신을 모실 불탑을 세우고 그 거룩함에 걸맞은 의식도 준비했다”는 <열반경>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영국고고학계는 발굴 후 팔리어 경전의 최고 권위자였던 수부티 스님에게 자문을 받아 석함 내의 인도 고대러를 해독했고, 답례로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수부티마하비라하에서 진신사리를 기증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때 사리를 제외한 석함과 사리구, 보석 등은 영국 고고학계에서 가져갔다.

쿠시나가르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 다비를 모셨으며, 진신사리를 8개 나라로 이운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때 부처님 사리 일부가 고향인 카필라성에 전달 됐다. 수부티 사원에서 출가한 태국 왕자와의 인연으로 카필라성 출토 진신사리 1과가 방콕 에메랄드 사원으로 이운해 봉안했다.

석왕사 풍물단 '묘음'이 신명나는 공연을 선보여 한국문화를 스리랑카에 전했다.

영담스님은 진신사리의 한국 이운에 대해 “카필라성에서 최초로 발굴된 진신사리 등을 이운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의미와 같다”면서 “신라시대부터 중국을 통해 통도사와 월정사 등에 사리를 봉안했는데, 현대에 와서, 부처님 고향인 카필라성 사리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공공외교 통한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영담스님은 “또한 원시불교를 반영한 대승불교가 한국불교의 특징인데, 원시불교의 근본사상이 한국에 온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사리는 부처님의 몸이라 할 수 있는데, 목불이나 철불보다 부처님에 가까운, 그리고 부처님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석왕사는 8월2일 오전 8시30분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을 증명법사로 ‘진신사리 이운 및 친견법회’를 봉행한다. 이날 법회에는 수부띠 대사원 주지 마힌다완사 스님과 뗀네꼰 가문 대표 텐네꼰 닐레메 등 스리랑카 사절단도 참석한다.

영담스님이 조계종복지타운 관장 덕운스님(오른쪽)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홍갑표 원종종합복지관장이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산하 시설장들이 모은 성금을 조계종복지타운 관장 덕운스님(오른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편 영담스님을 비롯한 진신사리 이운단은 7월31일 ‘스리랑카 조계종복지타운’을 방문해 시설을 돌아보고, 관장 덕운스님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산하 시설장 10명도 덕운스님에게 성금을 전달했으며, 석왕사 풍물단은 복지타운에 거주하고 있은 어린이들을 위해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조계종 최초의 해외복지시설로 지난 2008년 7월 완공된 ‘스리랑카 조계종복지타운’은 서울 도선사가 위탁사찰로 지정돼 매달 운영금 등 인적 물적 지원을 하고 있다.

<2신>

부처님 진신사리 한국봉안및 친견법회

8월2일 부천 석왕사에서 1000여명 동참

진신사리 봉안및 친견법회에 앞서 기념촬영.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스님, 고산문화재단 이사장)는 스리랑카 정부가 공인해 한국으로 이운한 부처님 진신사리의 ‘봉안및 친견법회’ 8월2일 봉행했다.

봉안및 친견법회는 기념사진 촬영에 이어 스리랑카 의식 ‘우다라탄네품’의 뒤를 따라 일주문에서 육화전으로 진신사리를 이운하면서 시작했다.

진신사리를 육화전으로 모신 후 명종 5타와 헌화에 이어 한국과 스리랑카 방식으로 삼귀의와 반야심경(스리랑카는 자애경)을 봉독했다.

석왕사 총무스님의 경과보고에 이어 스리랑카 대통령을 대신해 라자그루 스리 수부띠마하위하자라 주지 마힌다완사 스님 뗀네꼰 가문 대표 닐래미 거사가 기증사를 했다. 석왕사는 마힌다완사 스님과 닐래미 거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은 수증사에서 “이런 기쁜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진신사리를 기증해주신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과 뗀네꼰 가문, 수부띠 사원 사부대중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진신사리 봉안은 부처님의 무량무변한 대은(大恩)이며, 한국 불교계의 대경사이고, 석왕사 사부대중의 홍복”이라고 말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석왕사 육화전으로 이운하는 모습.

이어 영담스님은 “더욱더 분발해서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이 석왕사를 든든하고 변함없는 의지처로 삼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부처님 가르침인 세계일화를 한국사회에 확산시켜 반목과 대립 그리고 갈등이 없는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앞장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신사리 봉안에 대해 3가지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 영담스님은 “1605년 선조 38년에 사명대사께서 일본에서 부처님 치아사리 3과를 되찾아 건봉사에 봉안한 이후 400여년 만에 여법한 증명과 전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다시 부처님 진신이 나투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담스님은 “한국과 스리랑카가 도반의 연을 더욱 돈독히 했을 뿐만 아니라 사부대중의 바른 신심과 지극한 정성이 있으면 세계일화가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담스님은 “한국불교가 민간차원의 공공외교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서 “앞으로 그런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은 법문을 통해 “부처님의 진신은 생각하고 의논할 수 없는지라, 시방(十方)의 모든 세계에 두루 가득하다”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중생이 모든 업장을 소멸하고 보리를 이룬다”고 설했다. 이어 고산스님은 “부처님의 사리를 친견하는 자는 무명을 소멸하고 정각을 이룬다”면서 “멀고 가까운데서 첨례(瞻禮,예배하는 일)한 모든 유정이 다 해탈을 얻고 국토를 청정케 하리라”고 설했다.

봉안및 친견법회는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과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 수두띠 대사원 마힌다완사 주지스님, 뗀네꼰 가문 대표 가마게 세나라뜨네, 주한 스리랑카 대사관 일등서기관 테샨타 쿠마라실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