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네번째 마당] 한약사 일반약 판매 해법은?한약사 약국 개설과 일반약 판매로 약사 사회에 경고 등이 커졌습니다. 법령 미비로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고, 한약사를 검경에 고발한다쳐도 무혐의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약사회는 옴짝달싹 못하고 있지요. 현장 약사들의 아우성이 큰데도 말이죠.
우후죽순 생겨나는 한약사 개설 약국과 약사들의
한약사 고용도 문제가 되고 있지요.
결국 '한약사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야 하는데, 변수들이 너무 많고 만만치 않다는 데 고민이 깊습니다.
약사들 사이에서는 통합이냐, 분리냐를 놓고 설전이 오가기도 합니다. 대한약사회도 고민이 크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통합약사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기는 하는데 갈 길이 아득하게 멀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약사를 위한 한약제제 분류를 하면 약사와 한약사는 영원히 분리돼 갈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 합니다.
자, 여기서 그럼 최근 한약사 관련 이슈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먼저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의 근원으로 들어가 볼까요? 바로 약사법 입니다.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는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에 관한 업무(한약제제 포함)를 담당하는 자,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만 놓고 보면 한약사가 일반약으로 분류된 한방과립제는 취급이 가능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약은 취급할 수 없지요.
그러나 의약품 조제의 경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의 범위에서 조제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지만 의약품 판매는 이와 같은 조항이 없습니다.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약제제 분류 함정을 피해라해답은 나온 듯 보입니다. 약사 및 한약사가 면허의 범위를 벗어난 일반약 판매를 금지하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한약제제 입니다.
약사법 제2조에 한약제제의 정의가 나옵니다. 즉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한약제제로 분류된 의약품은 현재 없습니다. 결국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처벌하려면 한약사가 판매 할 수 있는 일반약의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한약제제 분류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한약제제 분류가 시작되면 약사제도의 이원화 고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합약사가 더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기우일 수 있지만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약사, 즉 96학번 이후 약사들은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한약제제를 취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약제제 분류가 시작되면 한약사들의 독점권 주장이 나올 수 있지요.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천연물 신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조인스, 아피톡신주, 스티렌, 신바로, 시네츄라시럽 등이 대표적인데 검찰은 최근 한의원에 천연물 신약을 공급한 함소아제약에 불기소 결정을 했습니다.
검찰의 논리를 보면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한의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조제할 수 있지요. 한약제제도 의약품과 동일하게 일반약과 전문약으로 허가 관리되고 있어 한의사가 한약제제인 일반약과 전문약을 취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판 중인 의약품에는 한약제제 여부를 표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전문약이나 일반약으로 허가된 의약품이라도 그것이 한약 또한 한약제제라면 조제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실제 조인스정의 성분은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30%에탄올엑스(40→1)입니다.
아피톡신주의 성분은 건조밀봉독이며 스티렌정의 성분은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20→1)지요. 신바로캡슐의 성분은 오가피, 우슬, 방풍, 두충, 구척, 흑두입니다.
모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한약재를 원료로 한 성분을 배합한 약들이라는 겁니다. 이같은 천연물 신약을 한의사가 취급해도 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지요. 한약제제 분류 작업이 막상 뚜껑을 열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통합이나 이원화냐...약사들 딜레마결국 약사회 입장에서는 한약제제 분류를 통한 한약사 일반약 판매 처벌규정 신설이 단기과제가 될 수 있고 장기과제는 약사와 한약사를 합치는 이른바 통합약사 입니다.
통합약사에 반대하는 약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양약이든 한약이든 약은 하나라는 데 어떤 약사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그러나 통합약사로 가기 위해서는 손을 대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교과과정 통합이 우선돼야 합니다. 한약학과를 폐지하고 약대로 통합을 해야 하지요.
이후 한약조제자격이 없는 약사는 한약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또 한약사는 양약을 배워야 하지요. 한약조제자격시험이나 약사자격시험처럼 또 다른 국가시험을 봐야 할 수도 있어요.
여기까지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짜 큰 산이 있지요. 바로 한의사들입니다. 한의사들이 통합약사를 찬성할까요? 의약분업 도입 때 당시 의사들의 저항과 버금갈 정도로 한의사들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의료이원화가 고착돼 있는 상황에서 약사만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의료일원화의 일환으로 진행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장밋빛처럼 보이는 통합약사 주장에 공감을 하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이기 때문이지요.
조찬휘 회장은 회원약사 60% 이상이 찬성하면 통합약사를 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추진만 하다 끝날 수 있습니다.
통합약사만 바라보며 한약사들의 일반약 판매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는 게 민초약사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그러나 한약제제 분류를 통해 한약사의 영역을 지정해버리면 통합약사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요. 약사회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