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사와 원로 장로와의 대화
예배당 정문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 교회의 산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80대 중반의 원로 장로가 젊은 당회장 목사를 만나러 갔다.
“목사님, 예배당 정문에 정치적인 구호가 걸려 있던데 당회에서 결의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써서 걸라고 했습니다.”
“아무 상의도 없이, 무슨 하나님의 음성이라도 들은 것입니까?”
“아닙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해 너무 답답해서 사람의 신음 소리를 써서 걸어 놓은 것입니다.”
“교회란 사람의 음성이 아니라 위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곳이 아닙니까?”
“하나님께서는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도 혼란한 시기에 진정한 하나님의 읍성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울부짖은 것입니다.”
“그럼 은밀한 곳에서 홀로 부르짖어야지 왜 이렇게 전교인의 음성처럼 시위를 하는 것입니까? 종교인의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으로 금지 되어 있는 것을 아시지요?”
“그것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 촛불집회에 참여 하는데 종교인이라는 것 때문에 망설이거나 죄의식을 갖고 참여하지 못하는 교인들을 풀어주기 위해 제가 짐을 져 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민심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촛불집회에 모인 군중이 한 인격체로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촛불집회의 민심은 골리앗입니다. 그 앞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0%에서 5% 미만으로 순식간에 떨어졌으며 불통인 대통령도 조기 퇴임을 약속했습니다. 말만 무성한 국회도 이제는 이 거인의 행진을 막지 못하고 뒤따라가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잃은 대통령은 퇴진해야 합니다. 기독교인도 이런 때는 기도만 한다고 뒤로 숨지 말고 민심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촛불집회에 어떤 사람들이 끼어 있습니까? 트랙터로 ‘박근혜 퇴진’을 내세우고 서울로 진군한 농민들은 ‘쌀값 인상’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파업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노사협정이 잘 되는 것입니까? 집회에 참여하여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실정에 절망하여 동참했지만 평화로운 나라의 질서 회복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직각 퇴진과 탄핵을 동시 추진하며 동참하는 정치인의 속셈은 무엇일까요? 국무총리의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그 국정의 공백을 어떻게 매우며 조기 대선을 어떻게 치루며, 어떻게 검증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입니까? 촛불집회는 이 결말이 잘못 되었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는 실체일까요? 목사님 말씀대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외치는 것이라면 이 일을 위해 미리 예비하신 지혜를 주시기까지 군중들은 잠잠히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군중의 목소리는 법이 아니고 힘입니다.”
“장로님, 독일의 디트리히 본 훼퍼를 아시나요? 목사이며 신학자인 그는 반 나치운동에 동참하여 1945년 교수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리스도를 따름이 없는 은혜, 따름에 따른 고난이 없는 은혜, 성육신의 실천이 없는 은혜는 값싼 은혜라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택해 정치 현장에 앞장서서 교수형을 당한 사람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도 그런 용감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께 묻고 싶습니다. 목사님은 교회 정문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촛불집회의 민심에 동참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거인은 너무 커 버려서 이제는 대통령도, 검찰도, 국회의원도 눈치를 봐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꼭 그래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이 든 사람의 눈에는 지금이 말세가 다 된 느낌인데 만일 지금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습니까?”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지 않겠어요?”
“공의의 하나님께서는 나라를 망치는 나쁜 놈들을 다 잡아서 지옥 불에 던져버릴까요? 그럼 살아남을 사람은 몇 사람 없을 것 같은데요.”
“장로님, 장로님께서는 의로우신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시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분은 사랑이십니다. 그분은 오래 참고 모든 인류가 구원 받기를 기다리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도 교회의 구원 받은 교인들을 세상에 보내어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어 귀신 들린 자를 고쳐 주며 그들이 회개하고 주 앞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니네 나라 대통령이 왜 그러냐?’라고 외국인들이 말을 할 때 너무 부끄럽습니다. 외교와 안보와 정상회담들을 우리나라의 국력과 위상을 배경으로 잘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금고형으로 옥살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된다면 나라 체면이 구겨지고 가슴이 찢기는 아픔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교인의 반이 찬성했고 반이 반대했다 할지라도 대통령이 그 모양이 되기까지 놔두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생수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버린 것이 아닌지,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나라를 살린다고 우리가 죽을 웅덩이를 파고 있는 것이 아닌지 회개합니다.”
“장로님, 이제는 민심이 기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기다려 볼 수밖에 없습니다.”
“참 최순실은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하나님은 그를 용서 할 수 있을 까요? 그녀는 몇 년 동안 교회를 다녔다고 합니다.”
“교회를 몇 번 기웃거렸다고 다 기독교인입니까?”
“기웃거린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교회요람에 서리집사로 등록 되고 헌금도 잘 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고 세례까지 받았으니 구원 받고 천당 가는 것이 아닙니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지 아니하고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장로님의 말씀대로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인데 주를 따르는 고난이 없는 은혜는 값싼 은혜이고 구원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가르친 것은 예수님을 구주로 시인하고 세례를 받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말하며 구원은 믿음으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에 어떤 악한 행위라도 구원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교인을 교회로 유인하기 위한 말이었습니까?”
“아닙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구원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 땅에서 감옥에 갈지라도 그것은 한시적인 것이고 영원한 하늘나라의 천국 티켓은 유효한 것 아닙니까?”
이때 젊은 목사는 지금은 기도 시간이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그렇다면 긴 대화의 결론은 무엇입니까? 플래카드는 철회 하는 것입니까?”
“장로님, 그것은 기도해 보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하고 돌아섰다.
원로 장로는 자기도 어떤 우주인의 메모를 읽다 왔는데 400마일 상공에서 지구를 바라보니 너무 조용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는 내용이었는데 좀 더 읽어볼 생각이라고 자리를 떴다. 그들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201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