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생면(契酒生面)의 작태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요즘 여수는 한창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도심은 승용차가 다닐 수가 없다.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시당국에서 자제를 시키고 있어서다. 그 대신 대안으로 시내버스를 투입해 무료 운행을 하고 있다.
한데,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원활한 교통소통을 들 수 있지만 단점은 볼 일이 있어도 마음대로 어디를 다닐 수 없는 점이다.
그렇다고 차량 운행을 전적으로 강제하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는 허용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치가 보여서 그리 하지는 못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너나없이 버스를 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종종 기분을 상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로 먼저 자리에 앉겠다고 밀치며 실랑이는 벌리는 것이다. 하나, 그것은 사소한 애교에 속하고 애교로 봐줄만 하다. 그런데 게중에는 사람들이 짐짝처럼 쟁여서 실려서 가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리면서 마치 그 자리가 자기 것인양 다른 사람을 불러 앉히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 이만저만 속이 상하고 양미우면서 몰염치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속이 심히 상한다.
그것도 내릴 사람이 한구간이라도 미리서 일어선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하면 모르겠는데, 자기는 끝까지 앉아서 타고 가다가 마지막에 내리면서 '여기 앉으라'고 특정인을 지정 하는 걸 보면 그 행동이 여간 주제넘어 보이지 않는다.
어제 겪은 일도 그러했다. 박람회를 구경을 일찍 마치고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데 앞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던 한 여인이 내리기 위해 엉덩이를 떼더니만 어느 할머니에게 “ 이 자리 앉으세요.”라고 했다. 바로 코앞에서 일어난 일이라 나는 적이 당황했다. 그가 일어나면 내가 앉으려고 해서가 아니다.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푼다는 것이 얄밉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꼴불견을 지켜보면서 문득 어떤 말이 생겨난 연유를 떠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계주생면(契酒生面). 계모임에서 남이 낸 술을 가지고 마치 자기가 낸것인 양 생색을 내며 "내 술 한잔 받게" 라고 가소로운 짓을 하는데 좌석을 인계하는 것을 것도 마치 그것과 진배가 없다.
그런 일은 버스가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면서 많이 일어난다. 안내방송멘트에서 “이번에는 중앙시장입니다. 다음은 대한생명입니다.”하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어느 날도 내 앞에서 느긋하게 앉아있던 젊은 여인이 내리면서 멀리 있는 사람을 지명하면서 자리를 물려주었다.
지켜보자니 어처구나가 없었다. 한데 이런 광경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다. 다른 때는 나와 떨어져 있거나 내가 의자에 앉아 있어서 그냥 무심결에 그러는가 보다 했는데 막상 내가 앉아갈 차례를 가로막고 나서는 것을 보니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선의로 생각한다고 해도 몰상식을 넘어 몰염치의 극치가 아닌가.
나는 이런 것을 보면서 요즘 내가 사는 고장에서 세계적인 국제행사인 박람회가 열린 것은 자랑할 만하고 좋은데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공연히 민도가 탈로 날까봐 어쩐지 자꾸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치가 않다.(2012)
첫댓글 契酒生面의 작태는 공연 관람석에서도 드러남니다.
자리가 없어 쩔쩔 매고 있는데, 자기만 편하게 관람하고 싶어
넓게 자리를 차지하여 "자리 있어요" 하고 저 혼자 넓게 앉아 보는 꼴불견 족도 있지요.
요즘 열심히 버스를 타고 구경다니다 보니 꼴불견을 더러 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엑스포장에 갈 때나 올 때나 버스 속은 언제나 콩나물 시루 같더군요!
특히 전기간권을 비롯하여 지갑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정말 조심해야겠더군요. 차에 오르면 잠짝이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국제적인 문화행사 중인데 시민의식은 못 따라오는 거 같네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어 보입니다. 선진국기준이 경제지표만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별별일을 다 겪어 보았습니다. 얌체족들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