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귀한 약이라고 하면 으례 인삼이나 녹용, 웅담 등을 떠올린다.
또한 심산유곡에서 자라는 희귀한 풀이나 재배가 아주 까다로운 외래 약초들이
약성이 높고 몸에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싼 것일수록 효용가치가 더 클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 지구상의 존재질서에는 우연이란 없다.
많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
바꾸어 하면 우리 주변에 흔한 것은 그만큼 인간을 비롯하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필요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보면 흔한 것이 오히려 값진 것이요, 절대로 필수적인 물질인 것이다.
공기와 물이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 주변의 산과들에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는 산야초야말로
그 강인한 생명력과 풍부한 영양소로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환우들이 힘든 고통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불을 밝혀주는 천혜의 보약인 것이다.
산야초는 우리가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수시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요, 약품이다.
따라서 산야초로 뒤덮인 산과들은 곧 그 자체가 약국이요,
병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산야초인가 ?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 중에는 같은 채소라 할지라도 재배환경과 재배방식에 따라 영양가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노천야지에서 재배한 채소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채소에 비해 각종 영양소 함유량이 월등하게 높다.
또 같은 야지에서 재배한 채소라 할지라도
비료와 농약을 뿌려 재배한 채소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는 영양가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소위 무공해채소보다도 몇 배 더 뛰어난 채소가 있는데,
산과 에 무진장 자생하고 있는 산야초가 바로 그것이다.
산야초는 재배채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영양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야초의 가치는 뛰어난 생명력에 있다.
산야초는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늘 부딪치며 살아간다.
때로는 긴 장마에 시달리기도 하고 오랜 가뭄을 견디어내기도 하며 혹심한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해충과도 부단히 싸워야 하며 다른 식물과의 치열한 영역다툼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산야초의 생명력은 이와 같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길러진다.
그래서 재배채소는 뜯은지 2~3일이 지나면 시들어버리지만
산야초는 그 끈끈한 생명력 때문에 1주일이 지나도 싱싱함을 유지한다.
야생동물들은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특정한 풀을 뜯어 먹거나
잎사귀에 몸을 문지르는 등의 자가처방으로 건강을 회복하거나 상처를 아물게 한다고 한다.
독사에 물린 산짐승이 쥐방울덩쿨을 뜯어먹는다든가
상처를 입은 꿩이 부리로 상처 부위에 송진을 찍어 바르는것 등이 좋은 예이다.
산야초에는 뿌리의 삼투압작용과 잎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흡수한
대지의 생명력과 태양에너지가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산야초가 좋은 이유, 산야초가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고 회복시켜주는데 큰 힘을 발휘하는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야초의 선택
옛날 인도의 어떤 명의가 오랫동안 가르친 제자들을 의사의 길로 내보내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과제를 주었다.
일정기간 말미를 주어 약이 안 되는 풀을 한 가지씩만 뜯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무도 이 과제를 풀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약이 안 되는 풀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산야초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므로 일반인들의 생활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흔한 풀을 택하라
흔한 풀이란 우리 풍토에 잘 적응하여 치열한 생태계 생존경쟁에서 승자의 위치에 선 풀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몸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 환경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어
왕성하게 번식한 풀들은 우리 체질과도 잘 조화될 수 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구태여 생소하고 희귀한 풀을 뜯으러 애쓸 필요가 없다.
우리 눈에 익은 흔한 풀들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
◈ 사람과 친한 풀을 택하라
과수원의 과일은 사람 눈길을 자주 받는 길가 쪽의 것들이 안쪽의 것보다 훨씬 크고 맛도 좋다고 한다.
길가 쪽의 과일은 소음이나 먼지 등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농장주 또는 행인들의 관심과 애정을 자주 받기 때문에 빨리 자라고 질도 좋아진다고 한다.
산야초도 울타리 곁이나 길가 등 사람의 눈길을 자주 받는 곳에서 자라는 풀들이 좋다.
수분의 함량이 64%에 불과하고 섬유질과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여 각광받고 있는 짚신나물은 유독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속 길가에서만 자란다.
왜 길가에서만 자라는지 그 원인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사람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풀임이 틀림없다.
이같이 사람과 친한 풀들이 인체에도 유익하다.
◈ 생명력이 강한 풀을 택하라
산야초 중에는 어떤 환경, 어떤 여건에 놓여도 꿋꿋이 잘 자라는 풀들이 있다.
산야초를 채취할 때 가능하면 이처럼 생명력이 강한 풀들을 택하도록 한다.
온갖 공해로 오염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의 기운을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세균이 체내에 들어와도 살지 못하도록 강한 체질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같이 강한 체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생명력이 강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명력이 강한 대표적인 식품, 그것이 바로 산야초이다.
우리 주변에 흔한 산야초 중에서 생명력이 강한 대표적인 풀들을 들면
쑥, 민들레, 질경이, 망초, 칡, 달맞이꽃, 쇠비름, 소리쟁이 등이 있다.
이러한 풀들은 대부분 한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어 채취가 가능하다.
산야초의 효능
산야초에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각종 비타민과 효소, 무기질, 섬유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따라서 산야초를 오랫동안 고루 섭취하게 되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함은 물론 치료에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산야초는 무엇보다도 혈액 정화능력이 뛰어나다.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소가 장을 비롯한 내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여 피를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산야초는 대부분 이뇨와 통경 성분을 지니고 있으며 해독, 소염, 강장, 해열, 진통 등
마치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데, 이는 산야초가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영양소가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하여 효과를 발휘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요법에서 각종 임상실험과 체험을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산야초만 해도 50여 가지 이상이 되는데,
자주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바위솔, 번행초, 돌나물, 닭의장풀, 짚신나물,
쇠뜨기, 꿀풀, 뱀딸기, 까마중, 쇠비름, 수염가래꽃, 예덕나무, 참빗살나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산야초를 대할 때 어떤 산야초가 어떤 병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산야초를 약의 개념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산야초가 치병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와 섬유질이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체력을 보강함으로써 자연치유력이 강화된 결과이지,
산야초가 가지고 있는 어떤 성분이 약성을 발휘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함승시 교수가 이끄는 강원대 식품생명공학부는 산야초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연구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나는 각종 산야초가 강한 항암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함교수팀은 국산 산나물 21가지의 즙으로 발암물질인 Trp-p-1, B(a)P, 2-AF 등의 활성억제 효과를 실험한 결과
취나물을 비롯한 냉이, 곰취, 씀바귀, 잔대순, 쇠비름, 개미취, 민들레, 질경이 등 10 종류는
이들 발암물질의 활성율을 8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으니 놀랍죠?
하잘 것 없어 보여 천대하던 풀 나부랭이가 과연 그런가 싶지요?
이외에도 이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고들빼기, 방가지똥, 부추, 솔거지, 무릇,
개비름, 원추리, 참나물, 달래, 솜대 등도 상당한 항암효과가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산야초의 채취 및 보관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늘 미안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풀잎, 나뭇잎을 뜯거나 뿌리를 캘 때에는 항상 조심스럽고 삼가는 자세로 해야 한다.
아무리 흔한 풀이라 할지라도 남채를 해서 코끼리가 지나간 자리처럼 만들어서는 안되며,
촘촘하게 자란 산야초의 군락을 만났을 때에도 소중한 텃밭의 채소를 솎듯이 조금씩 돌려가며 뜯고,
나뭇잎도 가지가 상하지 않도록 이 가지 저 가지에서 조금씩 뜯도록 한다.
뿌리를 채취할 때에도 뿌리 전체를 몽땅 굴취하지 말고 다시 새싹이 돋울 수 있도록 일부분은 남겨두도록 한다.
◈ 환우가 직접 뜯는다.
가능하면 환우가 산과 들에 나가 직접 뜯도록 한다.
환우가 산과 들에 나가면 산야초 외에도 얻는 것이 아주 많다.
우선 산소가 풍부한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고 깨끗한 햇볕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땅에서 솟는 지기를 쏘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풀과 나무가 내뿜는 인체에 유익한 살균향 피톤치드도 흠뻑 마실 수 있다.
때로는 계곡에서 맑은 물도 얻어 마실 수 있고 향기로운 꽃내음과 고운 새소리에
가슴에 쌓인 응어리가 저절로 풀어져버리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을 보며 팽팽한 탐욕의 끈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볼 수도 있다.
산과 들을 헤매면서 흘리는 땀은 어떤 보약보다도 값지다.
환우와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가족들이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 잎 두 잎 뜯은
산야초는 정성과 사랑이 곁들여져 더욱 좋은 효능을 발휘함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
◈ 봄에 뜯는 것이 좋다
산야초는 봄에 채취한 것이 가장 좋다. 봄의 산야초가 유순하고 향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봄에 채취한 어린 싹은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먹기 좋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채취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면 새순 부위를 택하도록 한다.
그러나 계절이나 채취부위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어느 부위를 채취하든,
영양소와 향미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고유한 효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이 쌓이고 설한풍이 부는 한겨울에도 산야초는 채취할 수 있다.
한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는 냉이, 속속이풀, 지칭개, 꽃다지, 개망초, 질경이,
소리쟁이, 붉은 서나물, 쑥, 민들레, 달맞이꽃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풀들은 모두 생명력이 강한 풀로서, 겨울에 채취한 이 산야초들은
우리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데 매우 큰 효능을 발휘한다.
◈ 농약이 닿지 않은 곳에서 뜯는다
논과 밭 속에서 자라는 잡초나 농약이 닿은 논두렁 밭두렁에서 자라는 풀들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논과 밭은 농약과 비료로 인해 땅이 산성화되어 있고 지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자란 풀은
영양가도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중금속 오염과 같은 농약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산야초는 오염이 안된 기름진 부엽토나 황토밭에서 뜯는 것이 좋다.
◈ 신선할 때 사용한다
산야초를 채취하면 바로 복용하거나 묵나물 또는 차로 갈무리 해두는 것이 좋다.
산야초는 생명력이 강하여 재배채소처럼 쉽게 시들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되면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고 영양손실도 많아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다.
녹즙재료 등으로 보관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한 1주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보관할 때엔 신문지 등으로 잘 싸서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음지에 두거나 냉장고에 넣어두도록 한다.
◈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
풀과 나무는 먹지 못하는 것이 없고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초보자가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산야초 중에는 강한 독성을 지닌 풀들이 적지 않고
체질에 따라 여러가지 알르레기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초보자는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것만 채취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성식물로는
독미나리, 독말풀, 박새, 끼무릇, 반하, 자리공, 서울투구꽃, 초오, 박꽃, 천남성, 아기똥풀, 앉은부처, 물봉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