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송아지 ‘영풍그룹’
- 4번째 해고를 당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 -
정현철(시흥안산지역지회 지회장)
영풍그룹을 생각하면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되지 못한 것이 엇나가는 짓만 한다는 뜻이지요. 영풍그룹은 정말 못된 짓만 합니다. 영풍그룹은 “환경파괴, 노조파괴를 일삼으면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나쁜 기업”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산업재해 다발기업으로 등극하였습니다. 영풍그룹의 주력업체인 석포제련소에서는 환경오염문제가, 고려아연에서는 산재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환경을 파괴하며, 노동자를 죽여가며 기업을 키워왔습니다. 거기에 시그네틱스를 비롯한 영풍전자, 코리아서키트, 인터플렉스 등 회사에서는 생산직에 정규직이 하나도 없는 비정규직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각착취를 통해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고 있는 것이지요. 영풍문고의 노조파괴와 시그네틱스의 노조파괴를 통해 헌법적인 가치조차 무시하고 있습니다.
영풍그룹은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나라 재계 22위의 재벌그룹입니다. 어떻게 이런 말썽꾸러기 기업집단(재벌)이 우리나라 재계 22위가 됐을까요.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게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화두가 된 지 오래됐고,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대하는 노동존중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설정됐습니다. 거기에 환경문제와 생명존중의 노동안전 문제는 최근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3년전 저는 매일노동뉴스에 3번째 정리해고 선고를 앞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영풍자본을‘무노조 경영’과‘비정규직을 양산하는’적폐덩어리라고 했는데, 3년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말입니다. 영풍자본은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을 4번째 해고했습니다. 똑같은 회사에서 4번째 해고를 하는게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난 20년간 4번이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시그네틱스는 요즘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영풍그룹의 이러한 막장 행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영풍계열사의 고려아연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명의 노동자가 영풍계열사 고려아연에서 사망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2명의 노동자가 화상이라고 되어 있으니 불에 타서 죽은 것이겠지요. 2018년에는 2명의 노동자가 부딪쳐 죽고, 끼여죽고, 2019년에는 1명이 떨어져 죽고, 2020년에는 또 한명이 끼여죽었습니다. 올해 2명이 질식하기 직전에는 1명의 노동자가 부딪쳐 죽었습니다. 이렇게 맨날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유력한 대권주자인 민주당 김부겸 총리의 사돈기업이라서 가능한 것일까요?
영풍그룹은 이 문제를 덮으려고 신문사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과문을 게재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데 문제가 해결될까요?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기에만 급급한데, 문제가 해결될까요?
국가권력인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똑같은 해고를 4번이나 반복하고 있는데, 문제가 해결될까요?
제가 괜히 영풍자본을 못된 송아지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개 자본이 노동자도 무시하고, 노동조합도 무시하고, 국가도 무시하면서 망나니 짓을 하는데, 우리사회가 이를 용납해도 될까요?
영풍그룹은 무소불위의 권력입니까?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도 형식적인 복직 후 또다시 해고하는 영풍자본의 행태는 법원의 권위도 사회의 이목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법자의 태도입니다. 이런 막무가내 행동이 사회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나 규제를 받지 않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 구조는 바뀌어야 합니다.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이 영풍그룹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빨리 가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더디 갑니다. 고통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군대에서 얼차려 받을 때 1분의 시간이 그렇게 긴 줄 몰랐습니다. 20년을 고통받고 있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한 시간은 우리의 한 시간과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꾸역 꾸역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20대에 입사해서 50대가 되도록 싸우고 있는 이 노동자들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영풍자본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일하게 해야 합니다. 회사는 수십억씩 흑자가 나고, 지금도 도급직 노동자를 뽑는 광고를 내고 있는데,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고 싶은 노동자에게 일을 시켜야 합니다. 즉각 파주공장으로 복직시켜야 합니다.
시그네틱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에게도 일상의 시간을, 보통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못된 송아지 영풍자본이 거저 해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