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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08
S#1. 드레스샵 D
커튼이 양쪽으로 열리면, 웨딩드레스 입은 장미가 서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신봉향.
장미 : (웨딩드레스 입고 신봉향을 바라보는 위로)
장미Na : 그분은 내 이름을 꽃처럼 불러주었다.
신봉향 : (다정한 눈빛으로 장미를 응시하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장미?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신봉향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오싹한 한기가 훅 끼쳐온다.
묘한 긴장감 속에 마주보는 두 여자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8회. 매리 미 이프 유 캔”
S#3. 기태 집 침실 (아침)
침대 옆 협탁에서 징- 징- 울리는 기태 핸드폰.
이불에서 쑥 나온 장미 손이 더듬더듬 핸드폰을 집어 전화 받는다.
장미 : (얼굴 위에 핸드폰 얹어놓은 채 눈도 못 뜨고) 네에.. 네...? 저는 주장민데요.. 전화하신 분은... (눈 번쩍!) 어머니...??
S#4. 기태 집 엘리베이터 앞 (아침)
엘리베이터 앞에서 통화하는 신봉향.
신봉향 : 기태 핸드폰에 걸었는데 주장미씨가 받네요? 같이 있는 모양이죠? 마침 잘됐네. 집 앞이에요. 들어갈게요.
(엘리베이터에 타면)
S#5. 기태 집 침실 (아침)
머리 산발해서 벌떡 일어나는 장미.
장미 : 지금요...? (하는데 전화 뚝)
멍한 얼굴로 황급히 고개 홱홱.
장미 : 내가 왜 여기서 잤지...??
S#6. 기태 집 거실 (아침)
소파에 몸을 꼭 붙인 채 잠들어 있는 기태와 여름. 담요 한 장을 같이 덮은 채, 여름이 기태를 등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기태가 바닥에 이불 펴고 여름 재웠는데 여름이 어느 틈에 기어 올라온)
장미 : (황급히 침실에서 나오다가 흠칫!) 이 남자들....!
너무 다정하게 잠든 모습이라 섣불리 깨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툭툭..
장미 : 저기.. 공기태! 한여름! 일어나 봐...!
먼저 눈 뜨는 기태. 자기 몸에 감겨있는 여름의 팔뚝에 헉!
기태 : 뭐야!! (여름을 확 밀어내며) 이 자식 너 또!!!
여름 : (바닥으로 쿵 떨어지고)
장미 : (헐..) 또...?
여름 : (부스스 일어나며) 어? 형이었어요? 이상하다? 주장미랑 자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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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장미를 안아서 침실로 옮기는 기태, 침대에 던지듯 쿵! 장미 내려놓고 손 툭툭 턴다.
여름 : 형님이 우리 갈라놨구나? (배시시) 질투?
기태 : 질투는 무슨! 그럼 여자를 밖에 재우나?
여름 : 몸도 편찮으신 분이 자기 몸 던져가면서.. (기태 이마 짚어보며) 그래도 내가 꼭 안아줘서 열은 좀 내렸네?
기태 : (여름 손 탁 쳐내며) 치워!!
장미 : 잠깐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밖에 누가 왔는지 알아??
삑삑삑삑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장미 : 어머니 오셨어...!!
기태 : (헉!!!)
여름 : (헉!!!)
여름, 후다닥 침실로 도망가 숨는 것과 동시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서는 신봉향.
기태 : 한동안 뜸하시더니.. 초인종이라도 좀 눌러주시죠.
신봉향 : 들어오면서 전화했잖니. 안 그래요 주장미씨?
장미 : (어색하게 흐 웃으며 꾸벅 인사)
신봉향 : 이제 아주 같이 지내기 시작했나 봐요?
장미 : 아니요.. (하는데)
기태 : (장미 어깨에 팔 두르고) 네. 한 시도 떨어지기 싫어서요.
신봉향 : (무표정. 더 이상 기태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는 반응. 주방 쪽으로 가면)
싱크대 설거지통에 그대로 담겨있는 그릇들과 빈 들통..
신봉향 : 엉망이구나.
장미 : (헤..)
기태 : 장모님께서 삼계탕을 보내주셔서요. 그 덕에 아픈 것도 싹.. (하는데)
신봉향 : (자르고) 아픈 사람한테 술 먹였어요? (와인잔 들어 보이며 장미 보면)
장미 : 아플 땐 푹 자는 게 최고니까 푹 자라구.. (흐..)
신봉향 : 그런데 잔이 왜 세 개지?
장미 : (뜨끔)
기태 : (태연하게) 먹다보니까 잔이 좀 더러워져서. 제가 위생적으로 예민하잖아요, 어머니 닮아서.
신봉향 : (침실 쪽으로 성큼성큼) 침실 좀 보자.
장미 : (헉! 거긴 여름이 숨어있는데!)
기태 : 거긴 왜요!
S#7. 기태 집 침실 (아침)
문에 붙어서 바깥 동태를 살피던 여름, 후다닥 드레스룸에 숨으면
안으로 들어서는 신봉향, 그 뒤로 기태가 따라 들어온다.
기태, 드레스룸에서 살짝 흔들리는 옷자락 본다.
매의 눈으로 방안을 슥 훑는 신봉향, 정리되지 않은 침대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더니.
신봉향 : (외면하듯 고개 돌리고) 침구 새로 마련해야겠다. 매트리스도 교체하는 게 좋겠고.
장미 : (뻘쭘) 네에..
기태 : 장미가 알아서 할 거예요. (장미 툭 치면)
장미 : (얼른) 아 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봉향 : (여름이 숨어있는 드레스룸 쪽으로 시선 주며) 수납공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니? 화장대도 있어야 하고.
여름 : (드레스룸 안에서 헉...! 숨죽이고)
기태 : (슬쩍 드레스룸 앞을 막아서며) 그것도 장미가 알아서 해요.
장미 : 네, 제가 할게요. (흐 웃고)
신봉향 :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두 사람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서.
기태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침부터 들이닥쳐 이러시는 건 좀 오버죠, 장미도 있는데!
신봉향 : (핸드백에서 장미 핸드폰 꺼내서 건네며) 어제 일은 내가 사과하죠.
어제부로 나, 두 사람 사이 의심하는 거 그만두기로 했어요.
장미 : ...? (핸드폰 받고)
기태 : (의심하는 걸 그만 둬...?)
신봉향 : 주장미씨, 아니, 이제 편하게 부르는 게 좋겠지.. (부드러운 음성) 장미야?
장미 : 네...?
신봉향 : (부드러운 미소) 공기태?
기태 : ... (보면)
신봉향 :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라는 듯, 서늘하게 미소 지으며) 결혼해라......!
기태 : !!!
장미 : !!!
여름 : (드레스룸 안에서) ...!
신봉향 :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구나, 두 사람 결혼. (카리스마 눈빛으로 두 사람 보며) 주말에 상견례부터 하자.
장미 : !!!!!!
기태 : !!!!!!
S#8. 달리는 공미정 자동차 D
공미정 : (운전하며) 진심 아니죠?
신봉향 : 진심이에요.
공미정 : 정말 두 사람 결혼시키려구요?
신봉향 :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당사자 두 사람 몫이고.. 나는 그저 두 사람 결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거예요.
내가 진심이 되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 한다는 거, 알죠?
공미정 : (신봉향의 의중을 깨닫고) 알죠.. 그 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잘 알고..
신봉향 : (픽 웃고) 진짜 무서운 건 결혼이 현실이 됐을 때죠.
공미정 : 그러니까,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봐라?
신봉향 : ... (서늘한 미소)
S#9. 기태 집 거실 D
장미 :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이제 어떡할 거야! 진짜 결혼하라는데!
여름 : (옆에 와 앉으며) 결혼 승낙 떨어지는 게 무슨 사형선고 같이 들리더라. 분위기 쎄하던데?
장미 : (머리카락 마구 헝클며) 내가 내 무덤 팠지...! 가면 갈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야,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구...!!
기태 : ... (말없이 주방 쪽에서 커피를 내리고)
장미 : 공기태! 어떡할 거냐구우!!
기태 : ...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장미 : 상견례는 진짜 아니잖아. 우리 엄마 아빠 가슴에 헛바람만 잔뜩 들고, 나중에 그 뒷감당 어떻게 해!
우리 거기까진 가지 말자 어?
기태 : ... (싱크대에 놓인 빈 들통을 바라보며 무겁게 입 여는) 그래.. 알았다..
장미 : ? (의외로 선선한 반응에 응?) 알았다고...?
여름 : ? (역시 의외라는 듯 쳐다보면)
기태 : 나도 니 부모님까진.. 더 이상 끌어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장미 : 그럼.. 공기태 넌...?
여름 : (기태를 흘끗 보고)
기태 : ...... (조용히 커피 마신다)
장미 : (기태가 걱정되는 한편 드디어 벗어난 건가...? 싶기도 하고 얼떨떨..)
S#10. 봉 위켄드 D
턱 괴고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기태. ‘장모님’ 연락처 띄워놓고 통화버튼 누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멈추자.. 고민 끝에 통화버튼 누르면.
S#11. 장미네 안방 D
나소녀 : (핸드폰 들고, 반가운 얼굴로) 공서방! 몸은 좀 어떤가? 아유 다행이네!
날도 푹푹 찌는데 불 앞에서 삼계탕 끓인 보람이 있네! 감사는 무슨, 당연히 챙겨줘야지. 이제 정말 우리 사윈데..
방금 어머니께 연락 받았어. (활짝 웃음) 주말에 상견례 하자고 하시네?
S#12. 봉 위켄드 D
기태 : ! (핸드폰 들고 멈칫) 아.. 벌써 연락 받으셨어요...? (어두워지는 얼굴) 안 그래도 그 문제로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괜찮으시면 제가 좀 찾아뵈려고 하는데..
나소녀E : 바쁜 사람이 뭐 하러 여기까지 와. 내가 병원으로 가지 뭐.
기태 : 아니 제가.. (가겠다고 말하려는데)
나소녀E : 그럼 이따 봐! (뚝)
기태, 끊어진 핸드폰 착잡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그 앞에 생과일주스 내려놓는 여름,
여름 : (맞은편에 앉아서) 잘 생각하셨어요.
기태 : ...?
여름 : 주장미 맘 약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거 보기 좀 그랬는데,
이쯤에서 형이 끊어주시는 게 맞죠. 고마워요 형.
기태 : (뚱하게) 누가 너더러 고마워하래? 니가 무슨 상관인데.
여름 : 고맙죠. 대놓고 데이트할 수 있으니까.
기태 : 뭐...?
여름 : 그동안 주장미랑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는데요. 남들처럼 영화도 보고, 같이 자전거도 타고, 길에서 손도 잡고..
기태 : (뭘.. 잡아...?)
여름 : 생각난 김에 바로 약속 잡아야겠다. (핸드폰 꺼내 장미에게 전화 걸더니 보란 듯이) 어 나야. 주말에 영화 보자!
이제 남 눈치 안 봐도 되잖아.
기태 : (여름을 빤히 노려보는 시선에서) ...
S#13.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마주 앉은 기태와 나소녀.
기태 : ...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
나소녀 : ...? (왠지 심상치 않은 기태의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할 말이 있다더니...
기태 : (주저하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나소녀 : (걱정스러운) 무슨 일인데? 괜찮으니까 속 시원하게 말해 봐요 음?
기태 : (보고)
나소녀 : (보고)
기태 : (보면)
S#14.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심란한 얼굴로 서있다.
장미 : 다 알고 나면 엄마 가만 안 있을 텐데... (핸드폰 만지작거리는데)
현희 : (옆으로 와서) 상견례는 언제 해요?
장미 : 어? (괜히 흠칫 놀라서) 왜, 왜?
현희 : 결혼준비 잘 되가나 해서.. 왜요? 나한테 말해주기 싫어요?
장미 : 아니, 그게 아니라..
현희 : 내 눈치 보느라 그러죠? 나 괜찮아요. 행복한 티 팍팍 내도 된다구.
(섭섭한 얼굴로) 난 언니가 나한테 거리 두는 게 더 속상하니까..
장미 : 현희야... (미안한 마음) 내가 그동안 너한테 못한 말이 있는데..
현희 : ? (보면)
그때, 장미 핸드폰에 메시지 온다.
장미 : !!! (핸드폰 보고 놀라서)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휙 가버린다)
현희 : ...?
S#15.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장미 : (쿵! 문을 밀고 들어오며) 공기태!
기태 : (보면)
장미 :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 한 거야?
기태 : (태연하게) 별 짓 안 했는데?
기태 코앞에 핸드폰 들이미는 장미. 나소녀의 메시지. “병원으로 데리러 와. 엄마 오늘 수술해.”
장미 : 엄마 얼굴에 칼 댔어?
기태 : 눈 밑 지방만 살짝 제거했어. 20분밖에 안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야.
장미 : 갑자기 수술은 또 왜 했냐고! 우리 가짜 결혼 그만둔다며!
기태 : 내가 언제 가짜 결혼을 그만 둔대? 상견례만 막으면 되는 거잖아.
장미 : ??? (이건 또 무슨 꿍꿍이야?)
S#16. 공기태 성형외과 회복실 D
눈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소녀.
장미 :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여다보는) 엄마 괜찮아?
나소녀 : (눈에 붕대 감고) 장미 왔구나? 니 덕에 엄마 호강한다. 공서방이 큰 행사 앞두고 내 얼굴 좀 손봐주겠다고.. 호호호..
기태 : 자 그럼, 붕대 풀어드릴게요.
일어나 앉는 나소녀. 스르르 붕대 풀리고..
장미 : (나소녀 얼굴 보고 변하는 표정) ...!
나소녀 : (기대에 차서) 예쁘게 잘 됐나?
기태 : 워낙 미인이셔서, 눈 밑만 살짝 밝혔을 뿐인데 결과가 아주 좋으시네요.
결혼식 날 하객들이 장미 언닌 줄 알겠습니다. (손거울 건네고)
나소녀 : 공서방도 참.. (부푼 가슴으로 손거울 보자마자 헉!!!!) 이게 뭐야....!
눈 밑이 붓고 멍이 들었다.
기태 : 아 걱정 마세요. 붓기는 금방 가라앉아요. 멍도 금방 빠지고.
나소녀 : 얼마나 금방??
기태 : 냉찜질 하시고, 레이저도 받으시고, 그럼 적어도 일주일이면..
나소녀 : 일주일??? 그럼 상견례는???
기태 : (깜빡했다는 듯 능청) 아 참! 그게 있었죠!
나소녀 : (속상한) 아유 어쩜 좋아! 이 꼴로 어떻게 상견례를 나가!!
기태 : 어쩌죠? 상견례를 좀 미뤄야겠는데.
장미 : (그럼 그렇지! 쉽게 물러선다 했더니만.. 이런 꼼수였냐? 기태 째려보면)
기태 : (이제 됐지?? 씩 웃고)
코디 : (똑똑똑 안을 들여다보며) 원장님, 상담 환자분 기다리세요.
기태 : 잠시만요. (나가면)
나소녀 : 상견례 같은 중요한 약속을 함부로 미루고 그러는 거 아닌데..
초장에 벌써 싫은 소리 하면서 괜히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되잖아..
장미 : (끙..) 내가 말씀드릴게요.
나소녀 : 뭐라고 말하게? 성형수술 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 알았지?
장미 : 나도 그 정도 센스는 있거든요.
S#17. 공씨네 거실 / 장미 방 D
신봉향 : (핸드폰 들고 썰렁한 얼굴로) 치질......?
장미 : (핸드폰 들고) 네.. 통증이 너무 심하셔서 수술을 미룰 수가 없었거든요.
신봉향 : 세상에..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장미 : 그래서 말인데요, 상견례는 다음으로 미루시는 게..
신봉향 : 물론 그래야지. 그런 형식적인 절차보다 어머니 건강이 우선이니.. 내가 병문안이라도 가봐야겠구나.
장미 : (헉!!!) 아니에요! 오지 마세요! 엄마 창피해 하실 거예요!
신봉향 : (장미의 오버스러운 반응에 살짝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래.. 어쨌든 알았다. (전화 끊으면)
장미 : (휴.. 겨우 급한 불은 껐지만, 왠지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
S#18. 호프집 N
선글라스 끼고 치킨을 튀기는 나소녀.
주경표 : (주문서에 뭔가 휘갈겨 턱 내밀면)
나소녀 : ? (보면)
주경표E : 꼴값.
나소녀 : (흥! 선글라스 한번 치켜 올리고 치킨 튀기는데)
신봉향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나소녀 : (어머나! 흠흠! 목소리 가다듬고) 네 사부인!
신봉향E : 걱정돼서 전화 드렸어요.
나소녀 : 네...?
신봉향E : 수술하셨다고..
나소녀 : 어머나...! 말씀드리지 말라니까 그 기집애가.. 아유 우리 장미가 거짓말에 영 소질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정직이 최고다 하도 바르게 키워놨더니..
S#19. 꽃집 / 호프집 N
병문안용 꽃바구니가 만들어지고 있고.
신봉향 : (핸드폰 들고) 몸은 괜찮으세요?
나소녀 : 괜찮아요, 그냥 좀 부어있는 정도예요..
신봉향 : 저런. 앉아계시기도 힘드시겠어요.
나소녀 : 아유 그 정도는 아니에요. 남 보여주기 민망해 그렇지.
신봉향 : 남을 보여주신다구요...?
나소녀 : 조금만 참으면 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겠죠 뭐.
신봉향 : 아.. 네에... (썰렁한 얼굴로) 저..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꽃집 : 다 됐습니다. (꽃바구니 내밀면)
신봉향 : (꽃바구니 들고) 지금 좀 찾아뵈려고 합니다.
나소녀 : 지금요?? 아우 좀 그런데.. 영 흉해서..
신봉향 : 걱정 마세요. 제가 그 부위를.. 굳이 들여다보기야 하겠어요? 댁이세요?
나소녀 : 아니요, 저 가게 나와 있어요.
신봉향 : 몸이 불편하신 와중에도 일을 다 하시고.. 정말 정신력이 대단하세요. 가게가 어디죠? 제가 그리 가겠습니다.
나소녀 : (헉! 가게로 온다고??) 아니요! 오지 마세요! 저 정말 괜찮거든요!
신봉향 : 결혼이라는 중대한 일 앞두고 몸이 불편하신 게 영 마음에 걸려서요..
웬만한 일 아닌 이상 상견례라는 자리를 차일피일 미루진 않으실 텐데..
나소녀 : 네에.. 그렇죠오..
신봉향 : 혹시 제 아들이나 저희 쪽에서 뭐 실수라도 한 건지..
나소녀 : 아우 그런 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신봉향 : 아무튼 좀 섭섭하네요. 상견례도 미루시고, 병문안도 극구 거절하시고..
나소녀 : (어쩌지...?)
신봉향 : 따님 결혼에 큰 뜻이 없으신가 봅니다.
나소녀 : (에라 모르겠다!) 아 알겠어요! 하죠! 상견례!
신봉향 : 괜찮으시겠어요? 무리하시는 거면..
나소녀 : 아니에요. 하기로 한 날 그냥 합시다. 제가 뭐 남부끄러운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대신 좀 보기 거북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신봉향 : (빙긋 웃으며) 그 점은 염려마세요.
S#20. 장미네 집 마당 D
선글라스 끼고 집을 나서는 나소녀. 득달같이 따라 나와 붙잡고 매달리는 장미.
장미 : 아 엄마아!!! 정말 이러고 가려고???
나소녀 : 너야말로 옷차림이 그게 뭐야? 빨리 안 갈아입어?
장미 : 엄마! 상견례야! 선글라스가 말이 되냐고!
나소녀 : 어차피 저쪽에서도 나 눈 수술한 거 다 아는데 뭐.
장미 : 다 안다고?
나소녀 : 지가 다 뽀록냈으면서.. 아 몰라! 아들이 성형외과 의산데 이 정도 쯤이야 쿨하게 이해해 주겠지!
주경표 : (모처럼 양복차림. 아끼고 아끼던 유행 지난 옷을 꺼내 입어 좀 촌스럽다. 대문 밖에서 들여다보며 재촉)
왜 이렇게 꾸물거려!
장미 : 아빠! 엄마 좀 말려 봐요!
주경표 : 내가 말리면 말려질 사람이냐? 빨리 나오기나 해! 시커먼 색안경 낀 주제에 시간 약속까지 못 맞추게 생겼잖아!
나소녀 : 알았어요! 가요 가! (나가고)
장미 : (아 돌겠네...!)
장미 핸드폰 벨 울린다. 여름에게서 걸려온 전화.
장미 : (받자마자) 어 미안! 나 지금 상견례 때문에..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 뚝)
S#21. 극장 D
한손에는 팝콘 한손에는 콜라 들고 어깨에 핸드폰 끼고 선 여름. 썰렁한 얼굴로 서있다.
여름 : 끝난 거 아니었어......?
S#22. 한정식집 방 D
미리 와서 자리 잡고 기다리는 신봉향, 공수환, 노점순, 공미정. 평소와 같은 편안한 차림이지만 단정하고 기품이 넘치는 모습들..
시계를 들여다보며 눈썹 꿈틀 찡그리는 신봉향. 심기 불편하다.
문 열리면, 일제히 문쪽으로 쏠리는 시선.
서둘러 달려온 듯한 기태가 들어선다.
기태 : 어떻게 된 거예요?
신봉향 : 늦었구나.
기태 : 상견례 미뤄진 줄 알았는데요.
노점순 : 일단 좀 앉아라.
기태 : 무슨 상견례를 당사자랑 상의도 없이 잡으세요!
신봉향 : 넌 나보다 장미랑 소통하는 게 편하잖니. 장미한테 들었을 줄 알았지.
기태 : 일어나세요. 상견례 다음에 하시죠.
공수환 : (조용히 나무라는) 기태야, 할머님도 계시는데.
공미정 : 그러게. 상견례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신봉향 : 혹시, 결혼하기 싫어진 거니?
기태 : (끙.. 말문 막히는데)
똑똑똑 노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네 가족들.
캐주얼한 차림의 장미, 유행지난 양복차림의 주경표, 그 뒤로 선글라스를 척 끼고 들어서는 나소녀...!
노점순 : (이건...!)
공수환 : (대체...!)
공미정 : (뭐지...!)
신봉향 : (눈썹 꿈틀.. 그래도 침착하게) 어서 오세요..
주경표 :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정중하게 꾸벅하는데)
나소녀 : (선글라스 한번 추켜올리며) 안녕하세요. 장미 엄마예요.
노점순 : 아 네.. (썰렁하게 보다가 그래도 웃으며) 나는 기태 할미예요.
공수환 : 에비 되는 사람입니다.
공미정 : 고모예요.
공수환 : 앉으시죠.
마주보고 자리 잡는 기태네 가족과 장미네 가족.
장미와 기태 서로 시선 교환하며 죽을상. ‘어떡할 거야!’ ‘나도 몰라!’
나소녀 : (막 앉으려는데)
신봉향 : 아 사부인? 잠시만요.
나소녀 : (멈칫)
신봉향 : 여보세요? (직원에게) 부탁드린 방석 좀.
직원1 : (가운데 구멍 뽕 뚫린 방석을 가져다 나소녀 자리에 깔아준다)
나소녀 : 이건...?
신봉향 : (상냥하게) 괜찮으니까 앉으세요.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구요.
나소녀 : (이게 뭔 소리야...? 얼결에 일단 앉으면)
장미 : (아.. 혼자만 그 방석의 의미를 알아채고)
노점순 : 그런데.. 깜깜하지 않으세요?
나소녀 : 괜찮습니다. 다 보여요.
노점순 : 보는 사람 입장에선 좀.. 눈이 안 보이니까 깝깝하네요. 실례가 아니라면 좀 벗어주셨으면..
나소녀 : (살짝 난처한) 사부인께서 말씀 안 하셨나 봅니다. 저 눈 수술 한 거..
공씨네 : (눈 수술???)
신봉향 : 눈 수술... 하셨어요?
나소녀 : 공서방이 눈밑 지방제거.. (멈칫) 모, 모르셨어요?? (장미 홱 돌아보며) 그럼 장미 너 뭐라고 말씀드린 거야?
장미 : (대답 못하고 흐.. 웃으면)
나소녀 : (뭔가 짚이는 게 있다.. 헉!! 엉덩이 밑에서 구멍 뚫린 방석 빼들고) 너! 설마...!!
(얼굴 화끈! 억울해서) 저 아니에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그쪽은 아주아주 건강하답니다!
장미 : (민망해 고개를 못 들고)
주경표 : (머쓱해서 웃으며)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서..
공씨네 : (썰렁하게 허허허.. 웃는)
기태 : (풉.. 웃는다)
장미 : (웃음이 나오냐? 째려본다)
시간 경과>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들.
공수환 : 이거 맛있네요. 당신도 좀 들어요. (신봉향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준다)
다정한 공수환과 신봉향의 모습을 흘끗 보는 나소녀. 옆을 돌아보면 주경표는 자기 먹느라 정신이 없다.
선글라스 때문에 시야가 침침한 나소녀, 선글라스 살짝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더듬더듬 음식을 집어오다가
식탁 위에 줄줄 다 흘리고..
주경표 : (민망해서) 거 참.. 애들처럼 흘리기는.
나소녀 : (그런 주경표가 원망스럽고)
장미 : ...
신봉향 : 제가 무리해서 상견례를 잡는 바람에 사부인을 난처하게 만들었네요. 실은 저희가 결혼이 좀 급해서요.
(똑바로 보며) 두 달 내로 날을 잡았으면 합니다.
기태 : (헉!!!)
장미 : (헉!!!)
나소녀 : 아니, 두 달이면 결혼준비하기 좀 빠듯한데요. 하나뿐인 딸이라 전 좀 차근차근 제대로 절차를 밟고 싶은데..
신봉향 : 사부인께선 아무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나소녀 : 네...?
신봉향 : 집은 기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면 둘이 살기에 충분할 거고, 가구나 가전제품은 거의 다 새것들이에요.
그 외 필요한 건 제가 장미 데리고 준비시키겠습니다.
나소녀 : (그 말에 혹해서) 어머, 그러시게요??
주경표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딸 보내는 입장에서 우리도 뭐라도 좀..
나소녀 : (쿡! 찌르는데 너무 세게 찔렀다)
주경표 : (자기도 모르게 터지는 비명) 아!
신봉향 : (짐짓 미소) 귀하신 따님을 보내주시는데요 뭘. (장미 똑바로 보며) 그걸로 충분하죠. 안 그러니 장미?
장미 : ...! (똑바로 바라보는 신봉향의 시선 왠지 섬뜩하다. 기태를 돌아보면)
기태 : ...
S#23. 공수환 자동차 안 N
집에 돌아가는 신봉향, 공수환, 노점순, 공미정..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한 가족들.
노점순 : (순간 풉...! 혼자 웃음이 터지고)
공미정 : (픽.. 따라 웃고)
공수환 : (허허.. 웃고)
한번 웃음 터지자 걷잡을 수 없는 세 사람.. 큭큭큭! 깔깔깔! 웃는다.
신봉향 : (혼자만 웃지 않고 싸늘한 얼굴) 뭐가 그렇게들 재밌으세요?
노점순 : 참 좋은 사람들이다. 우리 식구들 얼굴 맞대고 웃은 게 얼마만이냐.
신봉향 : 전 안 웃었는데요.
공수환 : (봉향의 손에 손 포개며) 그러지 말고.. 당신도 재밌지 않았어요?
신봉향 : (차갑게 손 빼며)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공수환 : (허공에 뜬 손 어색하게 회수한다. 흠! 헛기침하며 웃음 멈추고)
노점순 : 에미가 앞으로 수고 좀 하겠구나..
공미정 : 장미도 고생문이 훤히 열린 거고..
신봉향 : (서늘한 시선에서)
S#24. 장미네 거실 N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네 세 식구.
나소녀 : (좋아서) 우리 장미 앞날이 그냥 훤하게 열렸네!
주경표 : (꺼림칙한 기분) 좀 이상하지 않아? 갑자기 너무 서두르는 것도 그렇고 뭐든 다 해준다는 것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나소녀 : 장미가 예뻐서 기꺼이 모셔가겠다는 거지! 다 자기처럼 계산기 두드리고 사는 줄 알아?
저쪽 집 사람들 딱 봐도 품격이 다르잖아!
주경표 : 그러게 다르긴 다르더라! 몸짓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점잖고 기품이 넘치는 게! 누군 애들처럼 줄줄 흘리기나 하고..
나소녀 : 그러게 옆에서 좀 챙겨주면 안 돼? 사돈어른은 다정다감한 게 매너가 몸에 뱄드만! 누군 자기 입에 들어가기 바쁘더라!
상견례 먹으러 나갔어??
주경표 : 상견례에 눈 째고 시커먼 색안경이 더 기막혀! 어이구! 망신망신 개망신!!
나소녀 : 왜 망신이야? 뭐가 망신이야?? 공서방이 해준 거야!! 우리 공서방이!!!
점점 더 언성 높아지며 대판 싸우는 부부.. 손으로 두 귀를 틀어막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장미.
S#25. 장미 방 N
문 걸어 닫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장미.
장미 : ......
왠지 모를 설움에 울컥하는데 핸드폰에 기태 문자 온다.
기태E : 잠깐 나와 봐.
장미 : ...? (보면)
S#26. 장미 집 대문 밖 N
장미, 대문 열고 밖으로 나오면,
기태 : (한우선물세트 불쑥 내밀며) 이거.
장미 : (뚱하게) 뭔데...?
기태 : (미안하고 머쓱한 마음에 시선 피하며) 상견례 선물. 부모님께 전해드려.
장미 : (칫.. 받아들고) 미안하긴 한가 보네?
기태 : 집안 분위기는 어때? 괜찮아?
장미 : 괜찮으면 이상하지. 들어오자마자 대판 붙었지 뭐. (씁쓸한) 진짜 상견례도 아닌데.. 나까지 괜히 기분 이상해..
기태 : ... (진심으로) 미안하다.. 대신 어머니 주름살은 평생 내가 책임지고 펴드릴게.. 약속한다.
장미 : (피식 웃으며) 그래! 아주 고오맙다! (한숨)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또 어떤 후폭풍이 몰려올지...!
그때 장미 핸드폰 벨 울린다. 신봉향이다.
장미 : (멈칫) 어? 어머니셔..!
기태 : !
장미 : (받고) 네.
신봉향E : (부드러운 음성) 장미?
장미 : (살짝 긴장하는 얼굴 위로)
장미Na : 그분은 내 이름을 꽃처럼 불러주었다.
S#27. 백화점 침구매장 D
하얀 원단에 푸른색 꽃자수가 은은하게 수놓아진 침구가 확 펼쳐진다.
신봉향 : 어떠니?
장미 : (유니폼 차림으로 근무 중에 빠져나온. 시계 보며 건성으로) 글쎄요.. 좀 전에 본 거랑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요?
신봉향 : (이해할 수 없는 얼굴) 원단의 차이가 안 느껴진다고?
명품을 판매한다는 애가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눈썰미가 그리 무뎌서야.
장미 : (끙..) 저기요 어머니, 저는 그냥 세탁기에 막 돌려도 되는 이불이 편하고 좋거든요.
저희가 쓸 이불이니까 저희가 알아서 준비할게요.
신봉향 :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어 그러는데.. 호의를 받아주면 안 되겠니?
점원 : 어머나, 세상에 이런 시어머니도 다 있네요? 보통은 혼수 제대로 해오나 안 해오나 눈에 불을 켜고 보는데..
(장미에게) 시집 참 잘 가시네!
장미 : (끙..)
신봉향 : (짐짓 미소)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카드 내민다)
점원 : (카드 받아서 가면)
신봉향 : (얼굴에서 미소 싹 지우고 낮은 목소리로) 공씨집안 자손이 만들어질 소중한 잠자린데, 좋은 침구를 써야지...!
장미 : (헐... 오싹...!)
S#28. 백화점 직원식당 D (*다른 날)
장미 : (식판 놓고 자리에 앉아서 막 한 수저 뜨려는데 울리는 핸드폰) 네.
신봉향E : (다정한 음성) 장미?
장미 : (또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지? 수저를 툭 내려놓으면)
S#29. 백화점 돌침대 매장 D
돌침대에 멍한 얼굴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장미..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신봉향 : (내려다보며) 어떠니? 누워보니 확실히 다르지?
장미 : (머쓱해서 부스스 일어나며) 뜨끈뜨끈 좋긴 한데요, 그런데 돌침대는 왜..
신봉향 : 아들 장가보내면서 큰 선물 바라는 시어머니는 그닥 되고 싶지 않다만,
나 외에 집안 어른들께 드리는 예단만큼은 제대로 준비해줬으면 해서.
장미 : 예단이요...?
신봉향 : 할머님은 물론이고 고모들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나야 너희들 편이지만, 고모들은 니가 제사상을 뒤엎은 덕에 여전히 심기가 불편하거든.
장미 : 죄송하지만 저한텐 무리예요. 못하겠습니다.
신봉향 : (짐짓 반가운 얼굴로 돌아보며) 결혼 못하겠다는 거니?
장미 : (끙..) 그게 아니라.. 저희 두 사람 결혼인데, 두 사람 마음만 맞으면 되지,
집안 어른들 마음까지 맞춰주고 달래줘야 한다는 게..
신봉향 : (서늘하게) 다 두 사람을 위해서야. 두 사람 마음만으로 우리집안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미 : (헐...!)
S#30. 백화점 화장실 D (*다른 날)
장미, 변기에 앉아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장미 : (헉! 또 뭐야.. 받으면)
신봉향E : (다정한 음성) 장미?
장미 : 저 지금은 쫌..
S#31. 백화점 가구 매장 D
신봉향 : (화장대 보여주며) 어떠니?
장미 : 어머니, 저 일하는데 자꾸 찾아오시면.. (하는데)
신봉향 : (자르고) 일은 언제 그만둘 거니?
장미 : 네...?
신봉향 : 나는 오늘 당장이라도 환영이다. 요리도 살림요령도 가르쳐야 할 게 산더미야.
(서늘하게) 설마, 공씨집안 종손며느리로 사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장미 : (헐...!)
S#32. 종합병원 로비 D (*다른 날)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장미.
장미 : 병원엔 또 왜 부르신 거지...? (어정쩡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는 위로)
장미Na : 그분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신봉향 : (저만치에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장미?
장미 : ...? (불길한 예감으로 돌아보면)
신봉향 : (지그시 미소 지으며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
장미Na : 그분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장미 : (주춤주춤 신봉향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장미Na : 나는 그분에게로 가서..
S#33. 종합병원 산부인과 진료실 D
아랫도리에 펑퍼짐한 고무줄치마를 입고 썰렁하게 서있는 장미. 산부인과 진료의자를 뜨악한 얼굴로 바라보며.
장미Na : 엿... 됐다......!!!
S#34. 종합병원 복도 D
펑퍼짐한 고무줄치마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오는 장미.
장미 : 어머니!
신봉향 :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태연하게) 벌써 끝났니?
장미 :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은데요!!
신봉향 : (보면)
장미 : 제가 무슨 알 낳는 암탉도 아니고! 송아지 낳는 암소도 아니고!
신봉향 : 사람이니까, 그러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거 아닌가?
장미 : 태어날 사람만 생각하시고.. 다리 벌리고 앉아야 되는 저는요!! 제 인권이 땅에 패대기쳐진 기분이라구요!!
신봉향 : (태연한 얼굴로 갸웃) 산부인과 검진은 결코 수치스러운 게 아닌데..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산부인과 검진 한번 안 받아본 모양이구나? 어머니께서 따님 건강에 좀 소홀하시네.
장미 : (엄마 공격에 멈칫.. 그래도 밀리지 않고) 산부인과 검진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엄마랑도 안 오는 산부인과를
어머니 손 붙잡고 왔다는 게 뜨악한 거죠! 그것도 결혼도 하기 전에요!!
신봉향 : (조곤조곤 속사포) 결혼하면 바로 아이부터 가져야하니까. 둘째와 셋째 각각 두 살 터울로 서른다섯 이전에
모든 출산을 끝마쳐야 해. 산모가 35세 이상이면 고위험임신에 해당한다는 건 알고 있지?
결혼하고 뒤늦게 안 생겨서 검사하고 시술하고 그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구.
장미 : 제가 왜 어머니 계획대로 살아야 하는데요! 제 몸은 제 겁니다...!!!
신봉향 :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오면서 그런 이기적인 태도는 용납할 수 없구나...!
장미 : (부글부글.. 폭발 직전!)
신봉향 : (여유 있는 눈빛으로 빙긋)
S#35. 유명 족발집 N
사람들로 북적대는 식당.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여름.
직원이 물컵과 메뉴 가져다주면.
여름 : 일행 오면 시킬게요. (장미에게 전화 걸면)
S#36. 한의원 N
한의사에게 손목 맡긴 채 썰렁한 얼굴의 장미.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장미 가방에서 징- 울리는 핸드폰.
장미 : (전화 받으려는데)
한의사 : (나이 지긋한 노인. 맥 짚으며 엄하게) 가만!
장미 : (움찔)
한의사 : 기의 운행이 울체 되고.. 혈이 부족하니.. 밭이 차고 메말랐구나..
장미 : (끙.. 흘끗 뒤를 돌아보면)
신봉향 : (조용히 미소 짓는) 어떠니? 인권회복은 좀 됐니?
장미 : (다시 앞으로 고개 돌리고 힝..)
S#37. 유명 족발집 N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있는 여름. 문밖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S#38. 한의원 치료실 N
침대에 누워 침 맞는 장미.
장미E : (꼼짝 못하고 누워 핸드폰 메시지 보내는) 미안.. 좀 늦을 것 같아.
한의사 : 핸드폰 놓고. (핸드폰 한쪽에 치워버리고 장미 손에 침놓는)
장미 : (으.. 따끔!)
S#39. 유명 족발집 밖 N
식당 밖에 쪼그리고 앉아 턱 괴고 장미 기다리는 여름.. dis.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장미. 양손에 묵직한 한약 박스 들고 낑낑.
영업 마감하고 셔터 내려진 식당 앞에 여름이 쪼그리고 앉아있다.
장미 : (숨 헉헉거리며) 문 닫았어??
여름 : (일어나서 굳은 표정으로) 어.
장미 : (숨 헉헉) 어떡해.. 많이 기다렸지...?
여름 : (여전히 굳은 표정) 어.
장미 : 진짜 미안...
여름 : (얼굴 풀고 씩 웃으며) 포장했지! (감춰뒀던 족발 포장 들어 보이면)
장미 : (진짜 화난 줄 알았는데.. 조금 안도하고)
여름 : 그건 뭐야? (장미 손에 들고 있는 한약 박스 가리키면)
S#40. 기태 집 거실 N
쿵! 한약 박스 내려놓고.
장미 : 차갑고 바짝 메마른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나 뭐라나!
기태 : (어이없는 표정) 그래서, 낼름 받아왔단 말이야?
장미 : 이것도 나름 투쟁해서 타협한 거거든!
기태 : 저것들도 다 타협한 결과고? (가리키면)
거실 한쪽에 신봉향이 사준 침구세트가 덩그러니, 그 옆에 화장대도 자리 잡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놓여있다.
장미 : 아 몰라...! 어머니한테 이상한 초능력 같은 게 있나 봐. 정신 차려 보면 나도 모르게 당하고 있다니까. 진짜 묘해...!
(가방에서 영수증 꺼내 내밀고) 이건 비용처리 해줘..
기태 : ? (보면, 돌침대 5개 값이 찍혀있다. 헉!!!) 뭐야.. 돌침대??
장미 : (눈치 힐끔) 예단..
기태 : 제정신이야?
장미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초능력에 당한 거라구..
기태 : (빤히 보더니) 한여름.
여름 : (주방에서 족발 포장 풀다가) 예?
기태 : 주장미 나랑 진짜 결혼하고 싶은가 보다.
여름 : ...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장미 : (꿍얼) 알았어.. 환불하면 되잖아... (영수증 도로 집어넣고)
여름 : (식탁에 족발 다 차리고) 족발 먹어. 형도 와요.
기태 : 냄새피우지 말랬지!
장미 : (식탁에 가 앉으며)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일주일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셔서
(신봉향 흉내 내며) 장미? 장미? (고개 절레절레) 와...! 데이트는커녕 일상생활도 힘들었다고!
화장실 볼일도 맘 편히 못 봤어! 이 놈의 가짜 결혼 때문에 내 진짜 인생이 엉망이 됐다고!!
(말하면서 족발 쌈 크게 싸서 입에 앙 문다)
여름 :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와서 장미 옆자리에 앉으려는데)
기태 : (그 자리에 먼저 턱 앉아버리고) 누가 끌려 다니래?
여름 : (쳇.. 맞은편 자리로 가고)
기태 : 주장미 주특기 어디다 팔아먹었어? 진상 부려!
장미 : (입에 족발쌈 한 가득 물고) 아우웅 아우어우웅..
기태 : (윽 드러워)
여름 : (캔맥주 따서 장미에게 건네면)
장미 : (꿀꺽꿀꺽) 앞으로 절대 안 끌려 다녀! 확 들이받을 거야!
기태 : 진작 그래야지!
장미 : 요리고 살림이고 그 딴 거 못한다! 결혼하면 다 공기태한테 맡기겠다!
기태 : 그거지!
장미 : 애도 안 낳겠다고! 딩크족이 로망이라고! (맥주 들고)
기태 : (짠! 건배하고) 그렇지!
장미 : 예단은커녕 아예 시댁과 연을 끊고 살겠다고! (맥주 꿀꺽)
기태 : 그래! (맥주 꿀꺽)
장미 : 저 한약은 니가 먹어!
기태 : 알았어! (하고 맥주 마시다가 쿨럭!) 뭐...?
장미 :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전투적으로 족발 먹고)
기태 : 에이.. (맥주 흘린 거 닦으려고 행주 가지러 가면)
말없이 족발 먹으며 두 사람 쳐다보던 여름, 쿵짝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슬쩍 소외되는 기분.
여름 : 어째 둘이 좀 신나 보이네? 샘나게?
장미 : 신나긴.. (작게 속삭이는) 내일 백화점 휴점일이야. 그 다음날은 휴가고.
여름 : (이마 맞대고) 오케이. 우리 도망치자. 아주 멀리.
기태 : (행주 가지고 돌아와서) 무슨 얘기했어?
장미 : 아무것도.
장미와 여름, 은밀히 시선 교환하며 빙긋 웃고
기태, 그런 두 사람 힐끗 본다. 신경 쓰인다..
S#41. 봉 위켄드 주방 D
샐러드, 과일, 샌드위치 등으로 도시락 싸는 여름.
엄셰프 : (들어오다가 멈칫) 너 뭐해! 이 새끼 너 또..!
여름 : 직원 복지차원에서 이 정도쯤은 해먹어도 되잖아요.
엄셰프 : (기막혀) 이제 아주 대놓고..!!
여름 : 정 뭐하면 사장님한테 이르시든가. 형이 빼돌린 식재료에 비하면 껌값인데 뭐.
엄셰프 : 빼돌리긴 누가!! (확 주먹 치켜들면)
여름 : (도시락 챙겨서 쪼르르 도망가고)
엄셰프 : 너 이 새끼 거기 안 서!!
여름 : (해맑게 손 흔들며) 저 오늘부터 휴가예요! 고생하세요!!
S#42. 봉 위켄드 앞 D
피크닉 떠나는 차림으로 자전거 앞에 서있는 장미.
도시락을 들고 가게에서 나오는 여름, 장미에게 다가간다.
웃으며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그 사이로 쑥 기태가 끼어든다.
장미 : !
여름 : !
기태 : (두 사람 번갈아 보며) 둘이 뭐야? 어디 가?
장미 : (삐쭉) 무슨 상관이야..
기태 : 벌건 대낮에 둘이 붙어 다닐 일이냐고, 결혼 앞둔 예비신부가!
장미 : 결혼 앞두고 스트레스가 하도 심해서 스트레스 좀 풀려 그런다!
여름 : (장미에게 도시락 건네고) 이거 가지고 있어. 내 자전거 가져올게. (가면)
기태 : ... (뚱하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어!! 어머니!!!
장미 : (거의 노이로제.. 흠칫!!) 어디어디? (고개 홱홱) 안 보이는데?
기태 : (장미 자전거에 올라타며 긴박하게) 빨리 타!
장미 : 어...?
기태 : (재촉하는) 아 뭐해! 빨리 타라구!!
장미 : (얼떨결에 도시락 끌어안고 기태 뒤에 타면)
기태 : (쌩 출발하고)
여름 : (자전거 끌고 오다가) 어? 뭐야! 주장미! 어디가!!! (벌써 저만치 멀어져버리는 기태와 장미 쳐다보는) 허...!
망연자실 서있는 여름에게 턱! 어깨동무하는 훈동.
여름 : ! (보면)
훈동 : (목소리 쫙 깔고) 한여름, 나 좀 보자.
S#43. 거리 D
장미를 뒤에 태우고 달리는 기태.
장미, 한 손으로는 도시락 안고 한 손으로는 기태 옷자락을 잡고.
장미 : (뒤 돌아보며) 이제 그만 가도 될 것 같은데? 아무도 안 쫓아와.
기태 : (계속 페달 밟으며) 안 돼. 아직 어머니 사정권 안이야.
장미 : 근데.. 왜 도망치는 건데?
기태 : 스트레스 받는다며.. 꽉 잡아. 전속력으로 달릴 거야.
장미 : 웬일이래? 내 생각을 다 해주고? (여전히 헐렁하게 옷자락 붙잡는데)
기태 : (장미 손 끌어다 자기 허리에 꽉 고정)
장미 : (어머...?)
기태 : 간다. (힘차게 페달 밟고)
장미 : (슬쩍 좀 어색해져서) 야.. 대체 어디까지 가려구...!
기태 : (더 세게 페달 밟고)
장미 : 한여름 기다린단 말이야!!
기태 : (그 말에 더 세게 페달 밟는다. 지구끝까지 달려버릴 기세)
장미 : (기태 등에 매달려서) 아 좀 세워! 내릴래!! 내려달라구!!!
그때 하필 기태 앞을 가로막는 오르막길.
땀 뻘뻘 헉헉거리며 페달 밟아보지만 점점 느려지는 자전거. 결국 끽! 멈추고..
기태 : (땀범벅) 그래.. 정 내리고 싶으면.. (힐끔) 내릴래...?
장미 : (썰렁... 풉..)
S#44. 훈동 자동차 안 D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 나란히 앉아있는 훈동과 여름.
훈동 : (무게 잡고) 언제까지 주장미 헷갈리게 할 거야?
여름 : 제가요? 헷갈리게 한 적 없는데?
훈동 : 이 새끼.. 주장미 공기태랑 결혼하는 거 몰라? 언제까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거냐고!
여름 : 언제부터 두 사람 걱정을 그렇게 하셨대? 사장님 주장미한테 미련 있는 거 아니었어요?
훈동 : 하아.. (무거운 한숨) 나라고 장미 보내는 게 쉽겠어? 근데 어떡하냐.. 기태가 장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기태는 하나뿐인 내 베프고...!
여름 : 와.. 눈물겨운 우정이네요.
훈동 : 장미를 꼭 보내야 한다면 기태한테 보낼 거야, 넌 좀 빠지라고, 어?
여름 : 어쩌나? 사실은 지금, 사장님만 쏙 빠져계신 상황인데.
훈동 : 그게 무슨 말이야?
여름 : 기태형한테 들으세요. 베프라면서요.
훈동 : (뭐야... 빤히 보더니) 너 이 자식.. 장미랑 기태 사이 갈라놓는 걸로 모자라서 나랑 기태까지 이간질 시키려고??
여름 : (피식)
훈동 : (차키 툭 던져주고) 세차나 좀 해와! 니 마음도 좀 싹 씻어내고! (내리고)
여름 : (쳇..)
S#45. 거리 D
왔던 길을 돌아가는 두 사람. 기태는 자전거 끌고 장미는 도시락 들고.
기태 : 아 더워.. (자전거 세우고) 마실 것 좀 없어? (장미에게서 도시락 뺏는)
장미 : 어 뭐야...!
기태 : (도시락 자전거 짐칸에 올려놓고 마구 열어젖히더니 과일 집어먹는다)
장미 : 야!!!
기태 : 왜? 너도 먹을래?
장미 : 공기태 너 진짜...!!
기태 : (손으로 과일 집어 장미 입에 쏙)
장미 : (입에 과일 물고 부글부글...!) 너 진짜 나한테 왜 이래? 나는 너 때문에 내 일 내 연애 다 팽개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너는 내 진짜 연애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왜 훼방질이냐고!!
기태 : 진짜 연애? 한여름이 진짜 애인 맞아?
장미 : (멈칫) 뭐? (살짝 자신 없지만) 애인이지.. 그럼.
기태 : 사귀자는 말은 들었어?
장미 : (순간 주춤하지만 밀리지 않고) 유치하게! 오늘부터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 준비 땅!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니거든?
기태 : 그럼? 키스라도 했나?
장미 : ...!
flashback insert> 5부 봉 위켄드 주방,
장미에게 키스하던 여름..
장미 : (우물쭈물 말 못하면)
기태 : 했을 리가 없지. 한여름 같은 놈들 수법이 그래. 딱 금 밟고 서서 이쪽인가 저쪽인가 사람 헷갈리게 만든다고.
주구장창 썸만 타다가 끝날 걸?
장미 : (툭) 키스했는데?
기태 : ...! (순간 얼음) 했다고...?
장미 : (작게) 어..
기태 : 진짜...?
장미 : (크게) 어! 했어!
기태 : (순간 발끈!) 둘이 안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 무슨 여자가 아무리 쉬워도 이렇게 쉬워!!
장미 : 허! 너 자꾸 쉽다 쉽다 할래? 참아주니까 너 내가 진짜 쉽지?? (도시락 뚜껑 닫아 짐칸에 고정하고 자전거 올라타면)
기태 : (자전거 붙잡고) 야 어디 가!
장미 : 진도 더 빼러 간다 왜! (가려는데)
기태 : 어머니 아직 계실 텐데....!!
장미 : (홱 돌아보더니) 너! 어머니 오셨다는 것도 다 뻥이었지??
기태 : (말문 막히고)
장미 : (자전거 타고 쌩 가버린다)
기태 : ...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아 덥다.. (괜히 버럭 짜증) 더워...!!!
S#46. 봉 위켄드 앞 D
자전거 타고 달려오는 장미, 뭔가를 발견하고 끽! 멈춰 선다.
길가에 서있는 택시에서 신봉향 내려선다.
신봉향 : (다정한 눈빛으로) 장미?
장미 : (썰렁) 진짜 어머니다...!
신봉향 : 음?
장미 : 아, 아니요.. (흐 웃으며) 어쩐 일로..
신봉향 : 백화점에 갔더니 휴점일이더라. 느낌에 여기 있을 것 같아서.
장미 : 아 네.. (삐질)
신봉향 : 기태는?
장미 : 그게..
S#47. 헬스클럽 D
땀 뻘뻘 흘리며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기태. 잡생각을 떨치려는 듯 운동에 열중하고
한쪽 의자에 놓여있는 기태 핸드폰 징- 징- 울린다.
S#48. 택시 안 / 드레스샵 앞 D
장미 : (택시 안, 핸드폰 들고) 전화 안 받는데요..
신봉향 : (내리며) 먼저 들어가자.
장미 : ?? (여기가 어디지? 바깥을 내다보면)
쇼윈도에 진열된 웨딩드레스.
장미 : ...! (보면)
S#49. 드레스샵 D
화려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들. 안으로 들어오며 눈 휘둥그레 황홀해지는 장미.
장미 : 와...!
직원2 : (웨딩드레스 한 벌을 들고 보여주면)
신봉향 : 어떠니?
장미 : (꿈꾸는 표정으로 입 헤 벌리고) 예뻐요...!
신봉향 : 맘에 드니 다행이구나. 내가 골라뒀다.
장미 : !!! (그 말에 퍼뜩 정신 차리고) 어머님이.. 골라두셨다구요?
직원2 : 신부님 이쪽으로 오시죠. (장미 데려가면)
장미 : (얼결에 끌려가고)
커튼으로 가려진 피팅룸 안>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장미. 머리에 티아라 씌워지고 면사포 씌워진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장미. 꿈꾸던 결혼이 코앞에 와있는 기분에 정신마저 혼미하다.
그렇게 정신 줄 놓고 멍하니 서 있다가 퍼뜩!! 돌아오는 제정신.
장미 : (결의를 다지는 표정으로 중얼중얼) 아무리 드레스가 예뻐도 그렇지...! 정신줄 똑바로 잡아 주장미...!
이번에야말로 확 들이받는 거야...!!
직원2 : 네?
장미 : 아니에요 아무것도.
직원2 : 신부님 준비 다 되셨습니다.
커튼이 양쪽으로 걷어지고,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신봉향. 드레스 입은 장미를 매의 눈으로 훑더니, 그럭저럭 만족한 표정.
신봉향 : 나쁘지 않구나.
장미 : 전 좀 나쁜데요.
신봉향 : ...? (보면)
장미 : 제 취향이랑 거리가 멀어요. 쫌.. (도발하는) 지루해요.
신봉향 : (흔들리지 않고) 그렇구나. 그럼 니 취향은?
드레스 자락 걷어 올리고 피팅룸에서 내려오는 장미, 직접 웨딩드레스를 골라든다. 확 파인 튜브탑에 미니드레스다.
장미 : 이거네요! 날도 더운데 치렁치렁 보는 사람도 덥잖아요.
신봉향 : 세상에..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속살을 내보이겠다는 거니? 신부가?
장미 : 다른 사람이 뭐가 중요해요 제 결혼인데. 그 날만큼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 모습으로 서있을 거예요.
저는 제 종아리가 너무 좋거든요.
신봉향 : 어차피 결혼하면 니가 좋아하는 니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해.
장미 : 그럼 저는 더더욱 이 드레스를 입어야겠네요. 제가 좋아하던 저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루요!
신봉향 : 정 입고 싶으면 스튜디오 촬영 때 입어라. 본식엔 적합하지 않아. 경박해.
장미 : 아니요! 저는 꼭!!! 이 드레스를 입고 결혼할 겁니다!
신봉향 : (서늘하게 노려본다. 빠직!)
장미 : (속으로는 콩닥콩닥하지만 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팽팽한 두 사람의 모습에서.
S#50. 헬스클럽 D
거칠게 숨 몰아쉬며 기구에서 내려오는 기태.
세아 : (불쑥 고개 들이밀며) 왜 혼자야? 주장미는 어쩌고?
기태 : (멈칫, 보더니.. 대꾸도 없이 세아를 지나치고)
세아 : (따라와서) 미안해..
기태 : (눈길도 주지 않고 물 마시고 땀 닦는) ...
세아 : 내가 잘못했다구.. (외면하는 기태 얼굴 들여다보며) 나 좀 봐, 어?
기태 : (시선 외면한 채) 봐도 잘 모르겠거든. 뭐가 진짜 니 속마음인지.
세아 : ... (보더니) 그러게.. 너 요즘 좀 헷갈려하는 것 같긴 하더라. 누가 진짜 니 사람이고 누가 가짜로 니 옆에 있는 건지..
기태 : (그 말에 멈칫.. 세아를 보면)
세아 : (물끄러미 눈을 맞추며) 이제야 날 좀 봐주는구나...?
기태 :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다시 고개 돌리면)
세아 : 내 진짜 속마음은.. 너야. 너랑 화해하고 싶어. 같은 편이 되고 싶어.
기태 : (진심어린 세아의 말에 움직이는 마음)
세아 : 우리 같이 여행 갈래? 바다나 보고 오자.
기태 : ... (무뚝뚝) 휴가철에 바다는.. 나 사람 많은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슬그머니 피해버리는 기태, 남자 샤워실로 가버린다.
세아 : ...
의자에 남아있는 기태 핸드폰.
S#51. 드레스샵 D 피팅룸 안>
미니드레스를 입은 장미.
장미E : (회심의 미소) 좋았어...! 이 꼴로 사람들 앞에 세우느니 다 때려치우라고 하시겠지...!
커튼 양쪽으로 걷어지고, 장미 오버해서 섹시 포즈 취하고 서는데, 그 앞에 서있는 나소녀. 쿵...!
장미 : !!! (포즈 삐그덕 무너지며) 엄마......!!!
나소녀 : (좋아서 함박 미소) 장미야!!
장미 :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나소녀 : (해맑게) 택시타고. 길이 막혀서 좀 늦었어.
장미 : (피팅룸에서 내려와서) 아니, 왜 왔냐구...!
신봉향 : 당연히 오셔야지. 결혼은 너 혼자 너 좋을 대로 하는 게 아니잖니.
나소녀 : 우리 딸 너무 예쁘다! 그죠 사부인?
신봉향 : 사부인께서 워낙 미인이셔서 타고난 미모는 나무랄 데 없는데..
나소녀 : 그러게 말이에요.. (좋아하는데)
신봉향 : (이어서) ..후천적인 취향이 좀 키치하달까.
나소녀 : 네..? 키친...? (갸웃) 부엌?
신봉향 : (미소 지으며) 아무래도 좋은 걸 접해본 경험이 부족해서겠죠. 정말 좋은 게 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장미 : (끙..)
나소녀 : 잠깐만요, 그 말씀은.. (무시하는 건가?)
신봉향 : 앞으로는 좋은 것들만 갖게 될 거예요. 내가 그렇게 해줄 거니까.
좋은 옷, 좋은 집, 좋은 음식.. 우리 집 사람이 된다는 건 그런 의미죠.
나소녀 : (또 혹해서) 아 네에..!
신봉향 : 우리 집 사람으로서 처음 사람들 앞에 서는 날이니만큼, 웨딩드레스는 내가 선물해주고 싶어요.
최고의 명품으로. 어떠세요?
장미 : 아니요 저는.. (하는데)
나소녀 : 어머나! 좋죠! 감사하죠!
신봉향 : 장미? 지금 입고 있는 키치적인 드레스는 좀 벗어주지 않겠니?
장미 : 저는 이 드레스가.. (하는데)
나소녀 : 그래 얘! 그 드레스는 쫌 키친스러워! 부엌데기 같아!
장미 : 엄마...!
신봉향 : (직원에게) 내가 골라둔 드레스들, 차례로 좀 보여줘요.
장미 : 어머니...!
나소녀 : 말씀 들어! (장미를 피팅룸으로 밀어 넣고)
장미 : 잠깐만 엄마아...! (등 떠밀려 피팅룸으로 올라서고)
나소녀 : (착! 커튼 닫아버린다)
피팅룸 안>
장미 : 아 돌겠네...!
직원2 : (장미 드레스 벗기려는데)
장미 : 잠깐만요, 저 전화 한 통만.. (기태에게 전화 걸고)
S#52. 헬스클럽 D
의자에서 징징 울리는 기태 핸드폰. ‘주장미’ 뜬다.
세아 : ...! (잠깐 망설이다가 받으면)
장미E : (낮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공기태 너 지금 어디야!!
세아 : 나 강세아예요.
S#53. 드레스샵 피팅룸 안 D
장미 : (멈칫) 어..? 둘이 같이..? 저기, 공기태는...?
세아E : 급한 일 같은데 무슨 일이에요? 내가 전해줄게요.
장미 : 그러니까.. 제가 좀 난처한 상황이라.. 빨리 좀 와줬으면 해서요..
세아E : 어딘데요?
장미 : 그게.. (머뭇) 웨딩드레스.. 어머니께서 골라주신다고 하셔서..
S#54. 헬스클럽 D
세아 : (웨딩드레스를...?) 알았어요. 나오면 전해줄게요. 좀 전에 씻으러 들어갔어요.
S#55. 드레스샵 피팅룸 안 D
장미 : 네......? (씻으러...?)
세아E : 그럼. (뚝)
장미 : ...... (왠지 썰렁해진 기분으로 멍하게 서있고)
S#56. 헬스클럽 D
세아 : (기태 핸드폰 들고) 아.. 오해했겠다...! (장난스럽게 픽 웃으면)
S#57. 드레스샵 D
장미 : ... (왠지 썰렁한 얼굴로 멍하게 서있는데)
핸드폰에 여름에게서 날아오는 메시지.
여름E : 어디야? 나랑 도망치기로 했으면서?
장미 : ...! (보면)
S#58. 세차장 D
세차를 마친 훈동 자동차에 올라타는 여름. 핸드폰에 장미 위치정보 날아온다.
여름 : 드레스샵...? (피식) 또 말렸네, 또 말렸어. (슬쩍 걱정스러운 얼굴)
S#59. 주차장 D
기태, 차에 타는데, 불쑥 옆에 올라타는 세아.
기태 : 뭐야.
세아 : (핸드폰 내밀며) 주장미씨가 급하게 너 찾는다.
기태 : ...!
세아 : 어딘지 내가 알 것 같아. (안전벨트 매며) 가자.
기태 : ...??? (또 무슨 속셈이야? 의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면)
세아 :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진짜 도와주려는 거니까. (카메라 메모리 내밀며) 말했잖아. 니 편이 되고 싶다고.
기태 : ...! (보면)
S#60. 드레스샵 D
커튼 열리면, 머메이드라인 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장미.
나소녀 : 세상에 우리 장미 몸매 끝내준다! (입 찢어지는데)
신봉향 : 장미? 생각보다 살집이 좀 있구나? 라인 드러나는 드레스는 안 되겠다.
나소녀 : (얼른 맞장구) 그죠? 라인이 좀 너무 드러나죠? 노골적으로?
장미 : (끙..)
커튼 열리면, 우아한 드레스 입고 서있는 장미. 점점 지쳐가는 얼굴.
나소녀 : 이건 좀 노티가..
신봉향 : (툭) 이 샵에 있는 드레스 중 최고가죠.
나소녀 : (얼른 말 바꿔서) 어쩐지! 딱 봐도 럭셔리한 게 귀티가 줄줄 흐르네요!
무조건 호호호 웃으며 신봉향에게 맞추는 나소녀..
신봉향 앞에서 소신을 못 펴는 엄마를 보며 장미 속상하다. 나 혼자면 모를까.. 엄마까지 이런 일을 겪게 하다니..
장미Na : 내게도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피팅룸 안>
드레스를 타이트하게 조이는 직원2.
장미 : ...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갑갑함을 견디는 위로)
장미Na : 영화처럼 거창한 걸 꿈꾼 건 아니었다. 소박한 드레스여도 괜찮았다.
직원2 : 괜찮으시죠? (더 타이트하게 꽉!)
장미 : (숨 막혀서 헉!!!!)
직원2 : 신부님 나오십니다.
커튼 양쪽으로 열리면, 지금까지 중 제일 아름다운 모습.
장미Na : 다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서있는 건 신봉향과 나소녀 두 아줌마.
신봉향은 영 못마땅한 얼굴이고 나소녀는 신봉향의 눈치만 살핀다.
장미Na : 예쁘다.. 그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이다.
신봉향 : 장미? 어깨 펴고! 턱 당기고! 골반 똑바로!
나소녀 : (얼른 맞장구) 그래 똑바로 좀 서 봐! 배 집어넣고!
장미 : (지적하는 대로 자세를 바꾸는데.. 숨 턱턱 막히는 얼굴 위로)
장미Na : 나는 여기.. 왜.. 누굴 위해 서있는 거지...?
신봉향 입에서 쉴 새 없이 지적이 이어진다.
장미? 생각보다 옷을 소화해내는 폭이 좁구나.. 장미? 스타일은 옷 그 자체보다 입는 사람의 에티튜드로 결정되지..
장미? 신체사이즈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자세와 몸가짐이지.. 조근조근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잔소리.
장미 귀에는 ‘장미?’만 들린다. “장미?” “장미??” “장미???”
호흡곤란으로 시야가 흐릿해지는 장미.. 더 이상 못 참겠다...!
장미 : 그만......!!!
신봉향 : ! (보고)
나소녀 : ? (보면)
장미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드레스를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가버리는 장미.
나소녀 : (당황) 어머머! 얘! 쟤가 왜 저래?
신봉향 : ... (차분한 얼굴)
S#61. 드레스샵 밖 D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도망쳐 나오는 장미,
저만치에 서는 기태 자동차. 차에서 내리는 기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장미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우뚝.. 멈춘다.
기태 : (예쁘다......!!!)
시간이 멈춘 듯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장미를 바라보는 기태, 가슴이 이상하게 쿵쾅쿵쾅 뛴다.
장미 역시 묘한 기분으로 기태를 바라보는데 기태 차에서 내려서는 세아.
장미 : ......!
웨딩드레스 입은 장미를 바라보는 기태..
세아와 함께 서있는 기태를 바라보는 장미..
기태의 흔들리는 눈빛을 감지하고 바라보는 세아..
감정들이 엇갈리며 교차하는 시선들..
그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가로막 듯 서는 훈동 자동차.
여름 : (차 안에서 부르는) 주장미!
장미 : ...!
기태 : ...? (멈칫..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진 보이지 않고)
드레스샵에서 나오는 나소녀.. 그리고 신봉향.
나소녀 : 장미야!!
신봉향 : (보면)
장미 : ! (엄마를 돌아보고, 신봉향을 보고, 여름을 보고, 다시 기태를 보면)
기태 : 잠깐만, 내가 그리로 갈게...! (다가서는데)
장미, 웨딩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훈동의 자동차에 올라타 버린다.
장미를 싣고 붕! 떠나버리는 차.
나소녀 : (기막혀서) 주장미!!!
신봉향 : ...?
기태 : (묘한 기분으로 서있는) ......!
S#62. 달리는 훈동 차 D
운전하면서 장미를 쳐다보는 여름. 장미, 말없이 정면만 응시한다.
여름 : (운전하며 툭) 예쁘다.
장미 : ...! (그 말에 갑자기 훅! 터져 나오는 눈물..)
여름 : ...! (살짝 놀라지만 아무 말도 묻지 않는다.)
S#63. 드레스샵 앞 D
장미를 싣고 멀어지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태.
기태 : ...... (시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