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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볼 때는 그런 과거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개강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모두 방학을 했네요. 그간 크고 작은 일이 겹쳐 잠시 중단하였던 사진으로 배우는 한자를 다시 짬짬이 올려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소재가 떨어질 때까지... 이번에 알아볼 글자는 고기와 관련된 글자입니다. 고기는 영어로는 meat도 되고 fish도 됩니다. 한자로는 육(肉)과 어(魚)의 훈이 모두 '고기'입니다. 우리 말로는 고기라 하면 위 영어와 한자와 같은 구별이 없습니다. '고기를 먹는다', '고기를 낚는다' 하면 그냥 앞의 고기는 肉(meat), 뒤의 고기는 魚(fish)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태여 우리말로 구분을 하려면 육고기와 물고기 정도가 될까요? 원래 한자 '고기 육(肉)'자는 살코기 덩어리를 표현한 모양에서 나왔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육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깃덩어리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지요. 현대인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육류는 모양으로 보면 덩어리이고, 자세히 보면 육질이 보입니다. 일종의 근육질인데 무늬, 곧 결이 있지요. 한자 '고기 육(肉)'자는 바로 이 모양을 표현한 것이지요. 고기 육(肉) 갑골문-금문대전-소전 고기 육(肉)자의 갑골문의 형태는 '저녁 석(夕)'자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다가 '달 월(月)'자를 닮은 형태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에 肉자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肉자는 간략한 형태로 표현을 할 때는 夕이나 月의 형태를 띠게 된 것 같습니다. 고기가 두 덩어리임을 표현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肉자를 좌우로나 아니면 아래 위로 배열을 하면 되겠죠. 사진은 어떻게 보면 아래위로, 또 어떻게 보면 살짝 좌우로 놓인 고깃덩어리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아직 상형의 요소가 기본 골조를 이루는 한자는 같은 형태를 2개, 3개 그려놓으면 많다는 뜻을 지니게 됩니다. 남들은 고기를 한 개만 가지고 있는데 나는 2개나 가졌으니 얼마나 많다고 생각을 하였겠습니까? 그리고 한자에서 2개를 표현한 것은 단순하게 정말 숫자 2를 표현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多, 곧 많음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많을 다(多) 갑골문-금문-소전 '많을 다(多)'자는 肉자가 夕자 같은 간략한 형태로 바뀐 모양을 아래 위로 배열한 모양입니다. 최소한 남의 두 배는 가졌으니 정말 많다는 생각을 가질만도 했을 것입니다. 한편 肉자의 다른 간략한 형태인 月은 보통 '육달월'이라고 하는데 주로 부수(部首)로 많이 쓰입니다. 앞에서 손을 나타내는 글자를 이야기할 때 나온 적이 있습니다. 왼손으로 고기를 잡고 있는 한자의 모양이 바로 '있을 유(有)'자라고 했지요. 이런 경우는 실제 '고기'를 나타내고, 부수로 쓰이는 육(肉, 月)은 주로 인체의 부분을 나타낼 때 쓰입니다. 등(背)이나 허리(腰) 등 인체의 일부분은 물론 간(肝)이나 신장(腎) 같은 오장육부(五臟六腑) 같은 데도 모두 육달월을 붙입니다. 그러나 이런 글자들은 이미 모두 조자(造字)의 단계로서는 마지막 단계인 형성자(形聲字)이기 때문에 해당 문자에서 형체소를 나타낼 뿐입니다. 육류섭취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것은 아마 물고기, 곧 생선(生鮮)일 것입니다. 생선은 먹거리로서 부르는 말이고 보통은 물고기라고 부르게 됩니다. 물고기는 크기와 모양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머리와 몸통, 그리고 꼬리 부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다른 동물들과 가장 많이 다른 부분은 아마 유선형의 몸체와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어서 물속에서 헤엄치는데 용이하게 생겼다는 점이겠지요.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원래 물고기는 옆으로 놓아야 하는데 '고기 어(魚)'자와 비교하기 위해서 세로로 길게 세워 보았습니다. 고기 어(魚) 갑골-금문-금문대전-소전 특이하게도 후대에 나온 글자인 금문이 갑골문보다 실제 물고기에 더욱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금문이 보다 장식성이 강한 형태의 글자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어쨌던 두 글자 모두 머리, 비늘과 지느러미를 가진 몸통, 그리고 꼬리 지느러미까지 완벽하게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 그림인지 문자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해서까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편 魚(yú)자는 중국어 발음이 여(餘: yú)자와 같습니다. 餘자는 훈이 남는다는 뜻도 있고 또 풍족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물고기 세 마리가 있으면 한자로 뭐라 그럴까요? 당연히 삼어(三魚)라고 그러겠지요. 삼어는 삼여(三餘)와 같은 뜻입니다. 삼여(三餘)는 한가하여 여가가 있는 때를 말합니다. 『삼국지』「위지·왕숙의 전기(魏志·王肅傳)」의 배송지(裴松之) 주석에서 인용한 위나라 어환(魚豢)의 『위략(魏略)』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말인데, 잠깐 해당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우는 자가 계직인데 성질이 어눌하고 학문을 좋아했다. …… 좇아서 학문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으면 동우는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마땅히 제자백가의 글을 먼저 읽어야 한다.'라 하고는 말하기를 '제자백가의 글을 다 읽으면 뜻이 절로 밝아진다.'라 하였다. 배우고자 하는 자가 말하기를 '피곤하고 지쳐서 여가가 없습니다.'라 하니, 동우는 말했다. '세 나머지 시간에 하면 된다.' 그 중에 누가 세 여가의 뜻을 물으니 , 동우가 이르기를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며, 밤은 한낮의 나머지이며, 장마철은 농사를 짓는 때의 나머지이다.'라 하였다.(董遇字季直, 性質訥而好學.……人有從學者, 遇不肯敎而云, 必當先讀百篇. 言, 讀書百篇而義自明. 從學者云, 苦渴無日. 遇言, 當而三餘. 或問三餘之意, 遇言, 冬者歲之餘, 夜者日之餘, 陰雨者時之餘)" 이러한 나머지 시간에 공부를 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름에는 장마와 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에 밤이 있으니 가장 공부에 매진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물고기 세 마리가 있는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을 다잡기도 했습니다. 이는 현대의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삼어도(三魚圖) 위의 여(餘)는 보통 학자들이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 각오를 다질 요량으로 표현한 그림이고 일반인들은 풍족하다는 뜻의 여(餘)자를 더욱 좋아하였습니다. 당연히 그림이 없을 수가 없지요. 보통 중국음식점인 반점 같은 데를 가보면 크다란 족자에 물고기를 한 마리 그린 그림이 있는 것을 간혹 볼 수가 있습니다. 식당 주인이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일 것입니다. 이런 여(餘)를 나타내는 물고기(魚)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거의가 보면 9마리의 물고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숫자가 구(九)인데 이는 '오랠 구(久)'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입니다. 오래오래 풍족해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구어도입니다. 간혹 중국에 가면 3동 짜리 호텔에 묵을 때가 있는데 1동은 8(發)로 시작하고 2동은 9(久), 3동은 6(留)으로 시작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구어도(九魚圖)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먹을 수 없는 물고기는 화중지병(畵中之餠), 즉 그림의 떡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물고기를 낚을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하였고 이런 점은 중국인도 예외가 아니었죠. 오히려 세계의 어느 나라 보다도 중국 사람들이 훨씬 일찍부터 어로에 뛰어들었습니다. 플라이 낚시는 낚시의 고수가 아니더라도 얕은 물에서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낚시입니다. 물론 예술의 경지까지 오른 낚시 실력을 보여주는 <흐르는 강물처럼> 같은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플라이 낚시에서 물고기를 낚아올린 모습입니다. 물고기가 가짜 미끼에 낚여서 온 몸을 뒤틀며 물 위로 끌어올려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은 '고기잡을 어(漁)'자에 잘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고기잡을 어(漁)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물고기가 낚여서 물밖으로 끌어올려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금문대전은 밑에 손을 나타내는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아마 물위로 끌어올려진 물고기를 손으로 떠올리는 것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요즘 낚시를 하면 뜰채로 뜨듯이 말입니다. 단순한 글자지만 물고기는 물에서 잡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표현한 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
첫댓글 사월선생님!
잘 계신지요?
책이 나온다기에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산고가 클수록 건강한 아이가 나온다는 말로 이해 해도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늘 관심 가져주시어 고맙습니다. 편집 작업은 다 완료되었는데 이미지에서 제가 찍지 않은 쪽 문제를 해결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나오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