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 일요일 22.7km
산토도밍고 델 라 깔사다
-그라뇽 6.9
-레데시아 델 까미노 4.0
-까스뗄 델가도 1.8
-빌로리아 델 리오하 2.0
-비야마요르 델 리오 3.1
-벨로라도 4.9
산토도밍고 델 라 깔사다 알베르게에서 어제 얻어둔 닭죽을 데우고, 모듬 야채에 식초 소금을 치고 곽종하 권사(여자분이며 개신교 권사)가 준 초장을 쳤더니 환상적인 아침식사꺼리가 되었다.
맛있게 먹고 남은 야채 절임은 전자레인지 그릇에 담아 배낭에 넣었다.
벨로라도에 숙소 예약을 못했기에 서둘러 출발을했다.
6시30분
해뜨기 전 아직 밖은 어슴프레한데, 광장에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산토도밍고 축제를 저렇게 열광적으로 즐기는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며칠째 같은 마을에 묵으면서 길동무가 된 곽권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같이 걸었다.
30분 거리에 그라뇽 마을이 보인다. 다리 밑을 통과한 후 간식을 먹으려고 잠시 멈췄다. 토마토를 하나씩 먹고 출발하려는데, 까미노 표시도 보이지 않고 순례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왔던길로 되돌아 가서 가만히 살펴보니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라는 표시가 보인다. 이야기하면서 걷다가 까미노 표시를 놓친거다. 한참 돌아서 갈뻔 했다.
레데시아 델 까미노 마을에서 커피 한잔과 길양식으로 가져온 삶은 달걀과 과일을 먹었다. 우리는 매일 달걀 6개를 반숙으로 삶아 잘 먹고 있다.
바오로씨는 길 양식을 짊어 지고 오는 것에 강력한 반대를 한다. 마을이 총총 있는데 굳이 무겁게 길 양식을 지고 오느냐는 거다. 나와 체칠리아씨는 매일 동키로 무거운 짐을 보내고 가볍게 배낭을 꾸려서 이정도 길양식은 무겁지 않다고 강력히 주장을 했다.
ㅋㅋㅋ
내일부터 바오로씨 길양식은 챙기지 말까???하고 두 여자가 은밀히 모의를 했다.
벨로라도로 가는 길은 메세타지역을 연상하게 한다. 거의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고 넓은 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땡볕 아래 한참 걷다가 가끔 만나는 키큰 나무가 그늘이 되어 주는 곳에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간다.
벨로라도에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가 보인다. 우리는 며칠째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나이에 선착순으로 들어 가는 공립 알베르게에 며칠씩 들어 간다는 것에 자축하면서.
그림을 보니 숙박비가 1인당 12유로인데, 14유로를 내면 3명이 한방에서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주인이 부부는 한방을 쓸 수 있고, 남자와 여자는 다른 방을 써야 한다는거다.
바오로씨는 남자들 방에 들어가서 1층 침대를
나와 체칠리아씨는 여자 방에 들어 가서 각각 1층 침대를 차지했다.
여자는 남자들 방에 무시로 출입하는데, 남자는 부인을 만나려면 노크를 해서 불러내야한다.
샤워를 하고 옷을 빨아 널어 놓고 곽권사를 만나 샐러드와 맥주 콜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우리는 '산 후안 데 오르데까'까지 가기로 했고 곽권사는 한 마을 더 가서 아헤스에 숙소 예약을 했단다. 오늘이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 식사비 20유로도 곽권사가 냈다.
그리고 은수자의 동굴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바위 산으로 올라갔다. 800년~900년쯤에 만들어진 요새의 유적이었다. 내려다 보이는 벨로라도 마을이 참 예쁘다.
7시쯤 길양식으로 가져온 연유에 우유를 섞고 거기에 물로 희석 시킨 다음 씨리얼을 타서 가볍게 저녁 식사를 했다. 쟁겨온 길양식을 다 먹었다. 바오로씨 의견을 존중해서 내일은 길 양식 없이 가기로 했다. 마을이 총총 있어서...
침실로 돌아오니 내 침대 위에 얹혀 있던 매트리스가 없다. 살펴보니 외국인 순례자가 매트리스를 바닥에 내려 깔고 있다. 'Good Idea'하고 '엄지 척'을 해주었다. 사실 내 침대 위에 있는 이층 침대는 올라가는 사다리도 망가져 있고 대들보가 바로 옆에 있어 불편해보였는데,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감탄 감탄
자려고 누워있는데, 외국인 순례자가 모포로 침대 위를 쒸워서 천막처럼 해준다. 감사^^
9시가 되어서 그분이 불를 끄자 문간에 있던 다른 순례자가 불 껐다고 화를 내며 불을 다시 켠다.
불을 끈 분이
몇시에 불을 끌거냐고 묻자 10시 라고 대답한다.
내일 몇시에 일어날거냐? 하고 물으니 그분이 또 10시라고 대답한다.
몇시에 일어날 거냐고? 4시? 5시? 6시? 하고 물어도 고집스레 10시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서로 큰 소리로 욕을 하는 것 같다.
조금 후 불이 꺼지고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