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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탐라 금강 불교대학 원문보기 글쓴이: 자비심
물질 물질 아끼는 검약의 미덕 살려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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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할 때 부족함 장마와 불볕더위가 함께 시작됐습니다. 불쾌지수는 높고, 줄줄 흐르는 땀에 너도나도 에어컨만 찾습니다. 요즘 도시에 사는 가정은 거의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농어촌보다 도시에서 더위를 견디기가 더 힘든 이유는 인구가 밀집해 있고 자동차가 많은 탓도 있지만,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열기가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너나할 것 없이 나만 시원하면 된다는 생각에 에어컨을 사용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하면서 실내온도가 26도 보다 낮은 대형건물에 대해서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8월 낮 시간에 한해 냉방기를 50분 켜면 10분은 끄도록 했습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강제조항까지 신설한 이유는 올 여름 전력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질 경우 아파트와 상가에 대한 송전을 끊고, 제한송전을 하겠다고 하니 전기로 인해 때 아닌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풍족하다는 생각에 부족할 때를 대비하지 못하면 고생을 하게 됩니다. 이제라도 빈 방에 형광등을 켜놓지는 않았는지,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지 않은지 주의를 기울입시다. 절약할 것은 에너지만이 아닙니다.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도 향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란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3년 이후 물부족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 계산을 하다 보니 통계에 맹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낭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불교는 예로부터 절약을 미덕으로 삼아 왔습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고, 설거지 할 때 물을 아낄 수 있도록 발우공양을 했으며, 가사(분소의, 똥 묻은 헝겊을 주워 모아 지은 옷)도 남들이 버리는 조각 천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자연의 만물을 자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다보니 자연에서 얻게 되는 모든 물질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루었던 것입니다. 불교에서 물은 정화(淨化)를 의미합니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때 봉행하는 관불의식도 삼독심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예불문〉에 나오는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我今淸淨水 辯爲甘露茶)……’도 감로의 차를 대신해 맑은 물을 올린다는 뜻에서 나타나듯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천수경》〈사방찬〉에도 ‘일쇄동방결도량 이쇄남방득청량(一灑東方潔道場 二灑南方得淸凉……’이라며 물로 도량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도 바이샬리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제자들과 함께 갠지스 강에서 물을 떠와 사람들에게 뿌려주며 많은 생명을 구한 바 있습니다. 이 귀한 물을 함부로 낭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습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불이든, 장작불이든, 뭐든 간에 낭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석유·가스·나무 등은 모두 인류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런 인식 아래 일부 사찰에서는 태양열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야전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대부분은 수세식 화장실 대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해 물과 에너지 절약에 나섭니다. 뭇 생명에 대한 부처님의 사랑은 결국 세상 만물에 대한 사랑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측면에서라도 근검절약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절약의 미덕을 갖추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비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