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및 산문부문 심사평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문체를 읽는 기쁨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응모작품이 접수되었다. 수필은 물론, 그림을 곁들인 판타지와 동화, 1500매가 넘는 장편소설까지, 정성어린 작품을 심사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영화나 오락, 게임, 웹툰 등 즉각적이고 시각적인 많은 장르가 있음에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적인 문학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작품성도 예년보다 월등했다. 개성 넘치는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가 있는가 하면 진솔하고 깊은 사유로 심중을 울리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시분과 심사위원들과 논의 끝에 대상은 일반부 정승범 님의 장편소설 <락버스트>로 선정했다. 터널 건설현장의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조와 특히 깊이 있는 문체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문장에 공을 들이고 사유를 밀어 넣은 솜씨는 가히 프로급이었다. 당장 책으로 발간해도 많은 독자들의 호응이 기대될 만한 수작이었다.
<일반부>
김네나 님의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시인이 되어간다>를 일반부 장원으로 선정했다.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를 간병하며 매순간 한 줄 한 줄 시로 엮어가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엄마가 다시 보이게 된 것은 시인의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입방아처럼 노인네, 노인네 놀렸는데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흘러간 세월이 야속했다.” 솔직담백한 마음의 표현에 더욱 공감대가 깊어졌다. “나의 시상의 주인공인 그녀, 엄마. 오늘밤이 지나기 전 나는 그녀를 안아줘야겠다.” 글의 마무리를 이렇게 짓는 실력은 경지다.
4분간의 에어로빅 공연을 위하여 수고하고 애쓰는 마음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김미숙 님의 <어떤 날>은 문학적인 표현이나 꾸밈없이도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는 다른 모든 저자들에게도 남의 생활에 대하여 주워들은 이야기만을 하지 말고 자기 인생에 대한 소박하고 성실한 이야기를 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의 슬픔을 진하게 표현한 동화 한서연 님의 <나쁜 아이가 좋아>는 읽을수록 가슴 아픈 동화였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 본 나쁜 어른들의 세계를 읽으면 누구라도 부끄러워 질 것이다. 어른동화로 읽히기에도 충분한 동화였다.
<고등부>
김예은의 <푸른 하늘 위의 세상>을 고등부 장원으로 선정했다. 동료 직원의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여 타워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는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슬프면서도 단단하게 형상화했다. 절제된 문장과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 거리감은 학생답지 않은 원숙함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홀로인 듯 홀로가 아닌 아버지의 음성이 도심 속에 퍼져간다’는 마지막 문장은 압권이다.
최서희의 <외계소녀와의 우주여행전>은 놀라운 장편판타지소설이다. 14회에 매 설명까지 곁들이고 외전까지 완벽하게 장편으로 만들어낸 필력과 솜씨에 감탄했다. 소설은 시작보다 끝맺음이 힘든데도 완성하고 캐릭터들의 관계를 정리한 그림까지 그린 열정은 가히 대상감이었다.
고가인의 동화 <별을 삼킨 노란 코끼리>는 참신하고 아름답다. 상상력이 빛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동화에 적확한 산뜻하고도 아름다운 문체 역시 놀라움을 자아낸다. 앞으로 좋은 동화작가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등부>
최하랑의 <그곳, 그 자리>를 중등부 장원으로 선정했다. 현대판 편의점이 생기기 전, 어린 시절부터 들락거리는 동네의 슈퍼를 추억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썼다. 슈퍼아저씨와의 에피소드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대화와 문장이 맛깔나다. 그것은 잘 쓰려고 욕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진솔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김재영의 <열쇠>는 작은 에피소드를 표현해 낸 솜씨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1학년 글솜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나는 오늘도 열쇠로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에 한 발을 내딛는다.” 이런 결말을 낼 수 있는 학생이라면 문학에의 길을 가도 충분하리라.
박제희의 <노란 이별>은 우연히 같이 살게 된 병아리 이야기를 보여주는 솜씨가 심상치 않다. 첫 문장에서부터 마지막문장까지 나무랄 데 없는 전개와 대화와 맛깔스런 문장은 깜짝 놀랄 만큼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솔직함은 수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본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그게 소설이든 시든, 어떤 젊은이가 갑자기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면, 지금 그의 내면에서 불길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작가 김연수의 말이다.
그 불길, 그 빛의 세포 하나가 낮이건 밤이건 삶의 모든 깨어있는 순간에, 뇌와 마음과 기억에서 언제나처럼 빛날 것을 믿는 많은 응모자들에게 건필을 빈다.
심사 :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산문분과 회원들
심사평 : 이숙경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산문분과장)
제 21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락버스트 (정승범)
제 21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산문부 수상자
<중등부>
장원 : 최하랑(광남중학교 2학년) ‘그곳, 그 자리’
차상 : 김재영(장평중학교 1학년) ‘열쇠’
차하 : 박제희(동국대사대부속중학교 1학년) ‘노란 이별’
장려 : 박효진(서초중학교 3학년) ‘나에 대한 것’
장려 : 곽희서(광성드림중학교 2학년) ‘고야 출판사’
장려 : 권규린(철원여자중학교 2학년) ‘소중한 것들’
장려 : 홍성준(천안북중학교 2학년) ‘할머니와 걷는 산책길’
장려 : 신정연(화홍중학교 3학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다녀오다’
<고등부>
장원 : 김예은(고등학교 홈스쿨링) ‘푸른 하늘 위의 세상’
차상 : 최서희(경민IT고등학교 3학년) ‘외계소녀와의 우주여행전’
차하 : 고가연(대명여자고등학교) ‘별을 삼킨 노란 코끼리’
장려 : 박효진(계산여자고등학교) ‘핫팩’
장려 : 최수린(덕정고등학교 2학년) ‘우리 집을 나왔어요’
장려 : 이예빈(경민고등학교 1학년) ‘5월’
장려 : 이수은(양주백석고등학교 2학년) ‘키 크는 거인’
장려 : 김태웅(밀알두레학교 11학년) ‘누리시 연대기’
<일반부>
장원 : 김네나(경기 양주시)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시인이 되어간다’
차상 : 김미숙(경기 의정부시) ‘어떤 날’
차하 : 한서연(경기 부천시) ‘나쁜 아이가 좋아’
장려 : 김미숙(부산 해운대구) ‘비누향기 그녀’
장려 : 권덕은(경기 고양시) ‘가을 농사’
장려 : 이강선(경기 남양주시) ‘당신이 삶을 사랑하는 방식’
장려 : 김치주(대구 달서구) ‘하얀 민들레’
장려 : 김완수(전북 전주시) ‘휴가’
첫댓글 심사평도 하나의 작품이란 걸 보여주네요. 심사하시고 심사평 쓰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공모전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수상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늦은 시간까지 아낌없이 수고해주신
산문분과장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 수고하셨다는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