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좀 받아줘”
오늘에서야 내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가시거리 안에 들어와 있어도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은밀하게 때론 민첩하게 영화에서나 보던 숙련된 첩보원처럼 나만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하게 바라보며 곁에 있는데 여태껏 눈치채지 못한 것은 어쩌면 나의 뻔뻔함과 이기심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 인사를 나누는 그 순간부터 꿈나라 여행길에 들어서며 작별 인사 할 때까지 시종일관 한결같은 눈빛으로 사랑을 전하는 그 모습을 당연하다고만 여겼기에 그의 사랑을 알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를 흡사 스토킹(stalking)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나를 감시하듯 쫓아다니기도 하지만 정작 내가 느끼는 감정은 공포나 불안감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랑이 가득 담긴 그의 애잔한 눈빛만으로 사생활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인 스토킹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에게 오는 사랑을 당연한 듯 우쭐대고 거만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떠올렸던 성경 구절이 있는데, 잠언 3장 34절의 말씀으로 “진실로 그는 거만한 자를 비웃으시며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나니” 딱 지금의 내 모습을 두고 일깨워 주시는 말씀이었다.
세상 빛을 처음 본 지 63일째 되던 날에 우리 가족이 된 울 강아지 캔디는 지난 5월 21일에 네 살이 되었다. 나이 먹어갈수록 점잖아진 캔디에게 찾아온 변화는 화장지를 떼는 소리에 누워있다가도 일어나야 할 때를 구별하고 립스틱을 바르는 손놀림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는 반짝이던 눈망울에 이내 수심이 차오르며 얼굴을 덮었다. 기척 없이 곁에 와 있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반응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캔디의 단잠에도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외출복을 꺼내 드는 순간 체념하는 듯한 그의 표정을 발견한 것 또한 얼마 되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을 장시간 보고 있어도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어도 고개를 돌리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는 캔디. 스치듯 지나는 짧은 순간의 눈 마주침조차 흘려보내지 않는 캔디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꼬리로 행복한 감정을 전해 준다.
“캔디야! 심심해? 엄마가 놀아 줄까?” 그 한마디에 껑충거리며 후다닥 장난감 하나를 물고 와서 내게 내민다. “그래그래, 으르렁으르렁 아이고 좋아라.” 캔디 입에 문 인형을 내가 뺏을 듯이 쥐면 뺏기지 않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연신 꼬리를 흔들어대는 행복한 캔디를 보며 ‘난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캔디처럼 노력하며 사는가?’ 뜬구름처럼 생각 하나가 몽실몽실 떠오르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내 모습을 지켜보고 내가 기쁘거나 즐거우면 덩달아 좋아서 펄쩍거리는 캔디. “어휴! 이게 뭐야?” 드라마를 보다가 언짢은 말 한마디만 던져도 화들짝 놀라서 무릎 위로 슬금슬금 기어오르며 애교를 떠는 캔디의 모습. 어쩌면 캔디는 내게 시선을 맞추고 쫓는 이유가 자기의 사랑을 받아 주기를 원하는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줄리아, 내 사랑 좀 받아줘라.” 마치 하나님께서 캔디를 통해 깨닫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의 부주의로 끓어오른 음식이 넘치려 할 때 그것을 감지한 캔디의 움직임 또한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이고 그래서 캔디를 통해 위험을 방지해 주신 것을 새삼 떠올린다.
사실 캔디에게 감시당하는 것을 느끼기 전에는 내 사랑으로 캔디가 행복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 또한 캔디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기쁨과 즐거움이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의 행동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보시는 것은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그 분의 참사랑을 놓치지 말고 온전하게 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네게 사랑을 주듯 너도 나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마태복음 22장 37절의 말씀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 주시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사랑 좀 받아 달라는 캔디의 간절한 시선처럼 나 역시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두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과 은혜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랑을 나누고 전하는 진정한 사랑꾼이 한 번 되어 보아야겠다.
-2024년 6월 2일 나만 쫓는 캔디의 사랑을 받으며 문득….
첫댓글 글을 읽으며
참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첨으로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글 속에서 실감나게 합니다.
점심 후 잠시
여유를 갖고 좋을 글을 대하는 시간
넘 좋으네요.
뉴욕은 무지 덥습니다.
안부전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미비한 글에 늘 따뜻한 말씀으로 격려와 위로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 날짜를 보니 뉴욕에 계신지 벌써 2주가 지나서 아직도 그곳에 계신지는 모르지만
언제 어디서건 건강에 유의하시고 정기 모임 때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