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는 초대교회가 처한 시대적 배경과 실제 생활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로마서가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서신이라면 고린도전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서신입니다.
고린도는 로마제국의 주요 거점도시 중의 하나였습니다. 행정적으로는 지금의 그리스가 위치하고 있는 아카이아주의 수도로 로마제국의 동쪽과 서쪽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였고, 지중해의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로 해상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고린도는 서기전 146년에 로마군대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려진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서기전 46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명령에 의해 새로운 도시로 재건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주민은 별로 없고 각지에서 모인 이주민들이 뒤섞여 혼합문화와 혼합종교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인구의 상당수는 노예였고 항구도시라 타락과 향락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고린도의 수호신은 아프로디테였습니다. 라틴어로 베누스, 영어로 비너스라고 말하는 아프로디테는 좋게 말하면 미와 사랑의 여신이지만 정욕의 신이기도 했기에, 아프로디테의 여사제들은 성행위를 종교적 헌신으로 생각하는 직업적 창녀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고린도전서는 이런 향락과 혼란의 도시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윤리관과 종교적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교회 내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도 바울의 권면이 담겨있는 서신서입니다. 54년경에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쓴 서신이라는 데에 학자들의 견해가 거의 일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