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들이 논이나 밭두렁에 앉아 옹기종기 봄나물을 캘 때가 되었지요? 추위에 얼었던 땅이 녹고 겨우내 숨을 죽이고 있던 새싹들이 하나둘 씩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올라오고 있지요.
이른 봄의 나물하면 역시 냉이가 최고지요. 허나 초보 주부들이 지칭개와 냉이를 혼돈하여 지칭개를 잔뜩 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잘못 캤다고 모두 버리는 경우도 많지요. 지칭개는 어쩌면 자연초 중에서 가장 억울한 녀석인지도 모릅니다. 꽃은 엉겅퀴와 닮고 새순과 이파리는 냉이와 닮아 개성이 없고 어중간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니 얼마나 억울할까요?
지칭개는 말합니다.
"여보세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저는 진짜도 아니고 가짜도 아닙니다. 가짜 같은 진짜라구요." "진짜? 네가 어떻게 진짜가 되지?" "저는 모방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치장했을 뿐 오해는 당신들이 한 거에요. 저는 원래부터 지금 이 모습이었고 이렇게 자라 이렇게 꽃을 피웠을 뿐이라고요. 저는 당신들이 보는 쓸모 없는 녀석이 아니라구요. 저의 효능을 보면 놀라실 거에요.""
그렇습니다. 지칭개는 알고 보면 재주꾼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지칭개를 알아보시고서 지혈제로 또는 치통의 염증을 다스리는데 쓰셨습니다. 그리고 항암의 억제작용이 있고 간을 풀어 해독을 하므로 피곤하고 나른할 때는 이 지칭개를 나물이나 끓여 차로 드셨지요. 지칭개는 간을 풀고 열을 내리며 부기를 빼주고 어혈을 풀어주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음식을 먹고 얹혀 체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지칭개를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고 체증을 가라앉히기도 했답니다. 치통이 있을 때는 지칭개의 이파리를 뜯어 꽉 물고 있었지요. 조금 지나면 치통이 사라지거든요.
이녀석의 효능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항암(폐, 신장, 결석, 전립선)의 능력이 있고 암세포의 억제작용이 있어 암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민들레와 궁합이 잘 맞는데요. 각종 부스럼에 민들레와 반반씩 섞어서 달여 마시면 좋고요. 흔히 삐었다고 하는 골절상(발목이나 손목 등)을 당하면 지칭개를 짓찧어서 통증부위에 붙이고 붕대로 감아주면 신통하리만치 빨리 통증이 가라앉지요.
이른 봄의 어린 잎은 끓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맛도 괜찮습니다. 된장에 박아 넣거나 간장에 담가 장아찌로 먹을 수도 있고 소금물에 절궜다가 김치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살짝 올라온 줄기와 이파리로 물김치를 담아 여름에 먹으면 시원한 감칠맛이 그만이지요.
※팁인데요. 엉겅퀴와 닮은 꽃을 말려 분말을 만들면 그 색깔이 고와 식용색소로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