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충봉아부패병 발생건수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많아
아까시나무 개화 불량 원인 꿀벌 굶겨 면역력 저하 지적도
농약중독 피해 사례도 늘어
신경계 마비로 꽃가루 채집↓ 생식력 떨어져 집단 폐사까지
농가 사양관리 철저히 해야‘
올해 유난히 꿀벌 바이러스병과 농약중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윤상 농림축산검역본부 기생충곤충질병연구실 연구관은 최근 경기 수원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열린 ‘2018 양봉산업 발전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조 연구관의 ‘꿀벌 바이러스 질병과 대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양봉업계는 유난히 많은 바이러스 질병에 시달렸다. 특히 ‘꿀벌 구제역’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발생건수가 250건을 넘으며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왕벌흑색병바이러스와 노제마병의 피해도 지난해의 2배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피해의 원인을 국내 밀원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카시아(아까시나무)에 꽃이 피지 않아 벌들의 영양상태가 불량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꿀벌의 면역력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꿀 수확량을 늘리려고 일부 농가에서 꿀벌을 일부러 굶기기도 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벌을 굶기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농약중독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꿀벌이 농약에 중독되면 신경계가 마비돼 날개 진동 횟수, 꽃가루 채집량 등이 줄어들고 생식능력이 저하된다. 심하면 봉군 붕괴와 집단폐사에 이른다.
조 연구관은 “2016년에는 30건에 불과했던 농약중독검사 의뢰건수가 올해는 9월까지 접수된 것만 60건 이상”이라며 “이중 절반 이상이 양성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농약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농약중독 급증 원인 역시 면역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항공방제가 증가한 것도 꿀벌의 농약중독이 늘어나게 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논란이 있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처럼 꿀벌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는 농약의 지속적인 사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4월 꿀벌의 집단 폐사를 부른 것으로 의심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함유한 살충제 3종의 야외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해당 성분이 든 살충제 5종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조 연구관은 “문제의 농약은 저농도일지라도 꿀벌의 면역력과 질병저항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질병과 농약피해를 줄이려면 꿀벌의 영양상태 점검 등 사양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