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대신 1등급 돼지목살 사용…돼지 향미 살리는 특제 육수·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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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채의 돼지고기 샤부샤부 한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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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들야들한 식감 별미인 수제 면발
- 생수 대신 더덕 달인 약차로 '힐링'
팔팔 끓는 육수에 얇게 썬 쇠고기를 살짝 담가 익혀 먹는 음식 샤부샤부. 육수에 데친 각종 채소와 해물, 쇠고기를 달콤새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은 추운 겨울이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날 법하다.
샤부샤부의 기원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칭기즈칸이 대륙을 정벌할 당시 전투 도중 물을 끓여 채소와 양고기를 데쳐 먹던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같이 먹는 방식은 아시아 유럽 등지에 전파됐는데 일본의 한 식당이 양고기 대신 쇠고기를 써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샤부샤부라는 음식이 널리 알려졌다. 샤부샤부라는 말도 살랑살랑이란 뜻의 일본말이다. 간혹 다른 고기를 쓰기도 하지만 쇠고기는 샤부샤부에 절대적 존재다. 그런데 샤부샤부에 쇠고기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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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육수에 담긴 돼지목살 |
부산 동래구 사직동 '그루채'는 쇠고기 없는 샤부샤부를 내놓았다. 이곳에서 쇠고기를 대신하는 건 돼지고기다. 끓는 육수에 살짝 익혀 먹는 샤부샤부 특성상 바싹 익혀 먹어야 하는 돼지고기는 왠지 맞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루채 우주석 대표는 "오사카에 유명 돼지고기 샤부샤부 집이 있는 데서 착안해 일본식 돼지고기 샤부샤부 메뉴를 만들었다"며 "돼지고기로도 쇠고기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집은 돼지고기를 위한 육수와 소스를 별도로 개발했다. 육수는 각종 채소와 돼지고기의 풍미를 살릴 수 있는 특제 양념으로 여러 번의 공정을 거쳐 냈다. 맑은 육수와 매운 육수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매운 육수는 맑은 육수에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추가해 만들었다. 데친 고기와 채소를 찍어 먹는 소스도 특이하다. 일반 쇠고기 샤부샤부 집은 주로 칠리소스나 땅콩소스를 내놓는다. 이에 비해 그루채는 집에서 직접 만든 가쓰오소스와 폰즈소스 두 가지를 준다. 감칠맛 나는 양념장인 가쓰오소스는 가다랑어포를 가공해 만든 가쓰오부시를 활용했다. 폰즈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은 어린이와 여성이 좋아할 만하다.
우주석 대표는 "손님들이 쇠고기도 메뉴에 넣어달라는 요구를 하는데 육수부터 소스까지 전체 음식 구성이 돼지고기에 맞게 개발된 것이라 쇠고기가 들어가면 맛의 균형이 깨진다"며 "쇠고기 샤부샤부 전문체인점이 돼지고기 샤부샤부 메뉴를 내놓기도 하는데 육수와 소스는 (쇠고기와) 같은 걸 쓰기 때문에 그 맛을 못 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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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분으로만 만든 이 집의 수제 면발. |
돼지고기는 고가인 국내산 1등급 암퇘지 목살만 쓴다. 도축장에서 급랭해 3일 내 가져와 두툼하게 썰어 낸다. 1등급 암퇘지를 사용해 돼지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신선함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고기를 두껍게 썰어 내서인지 일반 쇠고기 샤부샤부 집보다 고기 씹는 맛이 한층 더 하다.
별미는 또 있다. 고기와 채소를 끓인 육수에 넣어 먹는 면이 그것이다. 그런데 모양이 특이하다. 일반 칼국수같이 매끈하거나 길지 않고, 수제비같이 넓적한 수제 칼국수 면이다. 보통 면을 만들 때 강력분과 중력분을 섞는데 이 집은 중력분만 사용한다. 야들야들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면을 젓가락으로 들면 툭툭 끊어질 정도로 부드럽다. 가쓰오소스에 찍어 먹으면 마치 일본식 소바를 먹는 듯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단 배추 겉절이는 데친 고기와 곁들여 먹기에 좋다. 새콤달콤한 맛이 폰즈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힐링 음식'을 표방하는 식당답게 식전 물도 색다르다. 일반 생수나 보리차 대신 더덕 달인 물을 준다. 더덕을 우려낸 약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가격은 1인분 1만2000원. (051)503-1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