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고등학교 1학년 문시윤
나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 의사가 되고 싶었다. 태어난 지 백일도 되지 않아 천식에 걸렸던 나에게 5살 어린이였던 때부터, 미래 성장했을 때 까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살뜰히도 돌봐 주셨던 의사 선생님들은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나는 내가 순수한 열정으로 얻은 지식과 기술로 누군가의 소중한 이들을 돌봄으로서, 환자와 그 주변인들 모두에게,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중학교를 거치면서, 내 어린 꿈에 의문을 품었다. 내가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왜 다른 직업과 꿈을 생각해 보지 않는지, 의사로서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와 같은 의문들이 생겨났다. 십여 년간 당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탓에 나는 스스로에게 던져진 질문들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의미를 찾아 내지 못했던 나는 마침 미국 공부할 기회를 잡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갑자기 던져진 방대한 자유 시간에 갈피를 잡지 못해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이런 내가 불안하고 짜증났다.
그 때, 나는 어머니로부터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지역 한글학교에서 재미동포 2세 어린이들과 성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보조교사로 봉사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딱히 할 일 도 없었기에 처음에 나는 열없이 하겠다, 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4살, 5살의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 어린이들의 삶에 내가 정말 극히 일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내가 아이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데도 기여하고, 내가 그들에게 정말 좋은 유년 시절 추억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생각지도 못하게 정말 큰 에너지와 기쁨을 얻었다. 다시금 나는 내가 내 힘으로 남을, 특히 어린이들을 돕는 것에 큰 에너지와 기쁨을 얻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 삶의 방향을 움켜질 수 있었다.
내가 내 삶의 큰 방향을 간신히 잡게 된 것을 알아채셨는지, 한글학교 원장선생님은 불쑥 나에게 이태석 신부님의 일생에 관하여 쓴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라는 책을 건네셨다. 이태석 신부님이 톤즈에서 의료봉사를 하신일, 악단을 만드신 일, 소년병 아이를 만나고 치료하신 일, 신부님께서 쓰신 편지등을 자세히 수록한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 인생 이 시기에 이 책과 신부님을 알게 된 것에 나에게 건네어진 축복을 하늘에 감사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태석 신부님처럼, 정말 빈곤하고 아파도, 우리 한글학교 아이들처럼 해맑음을 감추고 있을 빈곤아동들을 위해 살겠다는 꿈을 세울 수 있었다. 나는 반드시, 이태석 신부님처럼 의료봉사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교육기회를 보급하여 미래 그들이 자국의 자주적 개발 주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헌신하고 싶다는 비전을 세웠다.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을 읽고, 이태석 신부님은 나에게 참된 꿈을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셨기에 나에게 신부님은 큰 분이시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 돌아온 후 우연히 이태석 기념 청소년 아카데미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기필코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태석 기념 청소년 아카데미는 시작하기 전 내가 품었었던 큰 기대가 보잘 것 없게 보일 정도로 몇 안 되는 중요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돼 주었다. 그만큼 알찼다.
울지마 톤즈를 시청한 후, 조별로, 또 아카데미에 참가한 친구들과 Who are you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 보는 이들과의 어색함을 푸는데 30초도 걸리지 않는 독특하고 신기한 프로그램이었다. 자신에 대한 3개의 키워드를 공유하면서, 흥미롭지 않았다 생각했던 나는 13명의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후, 톤즈에 태양전지 설치에 참여하셨던 도칠훈 박사님의 강연이 있었다. 직접 태양전지를 설치하신 이태석 신부님뿐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는 평생 연구원의 삶을 살고 싶다 하시는 도칠훈 박사님이 나는 신기했다. 소소히,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시는 분들을 처음 뵌 것도 있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박사님의 진심이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도칠훈 박사님께 나는 박사님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미래 큰 포부를 가진 봉사인이 되겠다고 약속드리고 싶다.
이후. 손바닥 필름 기획, 촬영이 있었다. 정말 이번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조는 “선교는 종교를 믿으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셨던 이태석 신부님의 말씀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랑의 실천”이라는 주제로 필름을 기획하고 촬영했었다. 울지마 톤즈의 영상을 보고 “실천파”와 “안실천파”로 나누어 보여주며, 결국은 “안실천파”도 교훈을 얻고 다 함께 봉사를 하러 떠난다는 내용이다.
나는 우리 조의 감독으로 임했었는데, 사실 우리 조 모두가 최고의 훌륭한 감독이었다. 기획을 할 때는 다 함께 이태석 신부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이 뭘까 하며 모두 소신 있는 아이디어를 말했고, 주제가 정해진 후 어떻게 그 주제를 잘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피웠었다. 필름을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자 하는 공통분모 덕택인지 멘토 선생님들과 조원끼리도 정말 친해졌고, 번호를 주고받으며 아카데미가 끝난 지금에도 서로 격려해주고 복돋아주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조원, 멘토 선생님 13명 모두 굉장히 진지하게 유서를 썼고, 서로 자신의 유서를 들려주면서, 서로의 소소한 마음과 꿈, 소중한 이들을 아끼는 마음에 공감하고 서로에 대해, 또 자신에 대해 배우고, 좋은 비전들을 얻어 갈 수 있었다. 지금 당장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친구들도 있었고, 100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여, 후세에 전해주고 싶은, 가치관을 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세상을 이롭게 할 최고의 기술자로서 후배들에 모든 인간에게 이로운 일을 한 기술자가 최고의 기술자라 전해주는 친구의 유서를 들을 때에는 우리 모두 엄숙해지기도 했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중요성을 두는지 알게 되었다.
그날 밤, 멘토 선생님과 조원들끼리 모여 우리는 불도 꺼놓고 가장 행복했던 시간, 또 덧붙여 가장 슬펐던 시간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개인적 행복과 웃음 찬 일도 많이 나오고, 친한 친구가 백혈병에 걸린 슬픔을 가진 친구의 눈물도 들어주며, 우리 조는 밤새 웃고 울었다. 서로의 가치관과 기억들과 아픔을 토로하며 우리는 모두가 함께한 소중한 추억하나를 품어 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전날 포스트잇에 썼던 리더십과 봉사정신의 황금비율에 대해 104명 모두 각자 써냈었던 주제 중 13개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하고 피드백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스펙을 위한 봉사, 바람직한가.>, <다양한 의견이 있을 때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 등 각 주제에 친구들과 토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각 논점에 대해, 내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고, 다양한 가치관들을 경험해 보며, 우리가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에서는 왜인지 모를 열정과 뿌듯함이 뿜어져 나왔던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우리는 Social Innovation Challenge,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태석 신부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들을 실제로 사회에 보여주고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중구난방의 아이디어들이 나와 우리 조는 먼저 우리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들을 모두 기록했었다. 우리의 아이디어들을 서로 통합도 해보고 겹치는 건 빼기도 하고, 살도 붙여가면서, 우리 조는 정말 멋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우리 조가 생각한 프로젝트는 <Buy 1 give 1 Book project>다. TOMS, 비프렌드와 같은 브랜드처럼, 우리는 책 한권을 사면 그 상당 가격의 책을 빈곤아동들에게 보급하는 서점브랜드를 기획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카카오톡등의 SNS에서 제공하는 “선물 서비스”의 브랜드로 런칭하여, 인건비와 각종 사업비용을 줄이고, 뜻있는 출판사들과 연계하여 조금이라도 싼 값에 책을 공급받는다. 시가 10000원의 책이라면 6000원에 공급받아, 그 두배 가격인 12000원에 빈곤아동의 교육혜택 보급에 참여한다는 뜻의 우리 서점 로고가 붙은, 책을 판다.
12000원에 판 책에서 나온 6000원의 마진을 모아 그 돈으로 빈곤아동을 위한 책을 구입하여 교육기회 보급에 앞정 서는 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렇게 우리가 프로젝트를 스스로 구체화 해 나가면서, 우리가 말로만이 아닌, 정말 미래 지구촌을 바꾸고 혁신시킬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1박 2일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져 아쉬웠던 우리는 각 조의 손바닥 필름을 보고, 감독과의 인터뷰에도 참가하며 1박 2일이라는 시간동안 우리가 배우고 품은 큰 교훈과 꿈, 비전을 되새기고 음미할 수 있었다.
부산사람 이태석기념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기획해주시고 투자해주신 모든 분들께 나는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아카데미를 수료한 친구답게 나는 앞으로 우리 국제사회에, 인류를 위한 큰 바람을 일으키는,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파닥이며 노력하는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다.
아카데미가 계속 되어 20회, 30회가 될 때에는 내가 이태석기념 청소년 아카데미를 후원하고 아카데미에서 강연할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후배들도 부산사람 이태석기념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하여 가치 있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태석기념 청소년 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번 2기 학생들에게도 계속 이렇게 강력한 동기와 열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열리기를 욕심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