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상거래는 몇개의 쇼핑몰이 독식하는 게 세계적인 현상인데, 러시아는 아직 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단계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인터넷 쇼핑몰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러시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인 기업 중국 알리바바와 이베이, 그리고 의류 쇼핑몰 '와일드베리', IT제품 전문 '엠비디오'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이라고 한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판매 전용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가 러시아 온라인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지만, 시장점유율 11.8%에 불과하다.
앞으로 러시아 온라인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주요 전자상거래 및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합작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니, 향후 몇년간이 전체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소형 가전과 의류이며, 구매 쇼핑몰을 결정할 때에는 상품 가격과 신뢰도, 다양성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일드베리와 엠비디오가 사실상 단일 분야의 품목을 취급하면서도 온라인 시장에서 우뚝 선 이유다. 하긴 아마존닷컴도 도서전문 쇼핑몰로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된 품목은 휴대폰·컴퓨터 등 소형가전으로 2,735억 루블어치가 거래됐다. 의류와 신발(2,582억 루블) 미디어 콘텐츠(1,093억루블)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 인터넷 쇼핑몰의 또다른 특징은 넓은 국토와 낙후된 물류 인프라로 인해 소비자가 직접 지정된 장소에 가서 물건을 수령하거나, 무인 택배 보관함을 이용하는 독특한 배송 방식이다.
러시아 해외 직구족이 외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 한국 제품은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뒤지는 데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언어 장벽 등에 부딪혀 러시아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전자상거래시장 진출은 활발하지 않다. 2018년 우리 기업의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은 3조5,777억원. 해외 직접판매액을 처음 집계한 2014년에 비해 5.3배 성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기타’ 지역으로 구분돼 별도의 판매액이 집계되지 않는다.
더욱이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 중 상당수가 현지 수입업자로 파악된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 현지 전자상거래시스템이나 관련 제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러시아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전자제품과 휴대폰 등 IT기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으로, 중소기업의 소비재 판매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삼성과 LG, 현대, 롯데, CJ 등 대기업 브랜드 정도만 널리 알려져 있다. 온라인 판매가 많은 소비재 품목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몇년 들어 화장품 등 뷰티제품의 러시아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2018년 1억2,934만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앞으로는 현지 유명 쇼핑체인에 입점하는 방식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가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러시아 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늘어나는 한류 팬 공략 ▲차별화된 상품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통한 가격 경쟁력 극복 ▲이베이 등 오픈마켓 입점 및 번역기능 활용 등을 제안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독특한 배송 방식은 현지 유통체인과의 협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오픈마켓 입점(이베이, G마켓, 11번가 등)과 자체 쇼핑몰 운영이 실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내 오픈마켓 중 해외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오픈마켓은 G마켓과 11번가 등 글로벌사이트다. 이들 글로벌 사이트는 우체국 국제 특송(EMS)을 통해 러시아 등 전세계로 상품을 배송한다.
글로벌쇼핑몰인 이베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국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소비자들도 매력적인 상품 정보와 높은 평가점수, 우호적인 구매 후기 등을 통해 구매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