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멋진 문장을 만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조조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머리가 맑아지고 머리가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필은 문장이 그 문학성을 결정짓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따라서 창작에 앞서 문장 수련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정확한 글의 표현, 바른 맞춤법 사용도 포함하는 말이다.
글을 쓰면서 잠시 창밖을 올려다보니, 어제의 한가위 보름달이 나에게는 오늘 밤 자정이 지나서야 환하게 웃고 있다. 저 달에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문득 이어령 교수의 말이 더욱 밝고 뚜렷하게 떠오른다. 명문을 쓰려면 우선 '달이 밝다'와 '달은 밝다'의 그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은'의 조사 하나가 다른데도 글의 기능과 그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달이 밝다'는 것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달이 환히 떠오른 것을 나타내는 묘사문이다. 그러나 '달은 밝다'는 달의 속성이 밝은 것임을 풀이하고 정의하고 있는 설명문이다.
이태백의 시에 "내 어릴 적 '달'이라는 말을 몰라 이름 지어 부르기를 '백옥의 쟁반'이라고 했느니."라고 노래한 시구가 있다. 묘사문은 마치 달이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가 달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쓰는 글이다.
'달처럼 보이다가 별처럼 보이다가, 나비처럼 보이다가 티끌처럼 보이다가 염치고개를 넘어간다.'
춘향이가 이 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을 읊은 판소리의 한 대목이다. 멀어져 갈수록 점점 작게 보이다가 고개 너머로 사라져 버리는 이 도령의 모습이 불과 네 개의 단어로 선명하게 그려진다.
정확한 문장, 쉽고 간결한 문장, 이름다운 문장, 품위 있는 문장, 개성 있는 문장, 진실한 문장 등 좋은 수필이 요구하는 문장의 요건은 다양하다. 제재, 주제, 구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아름답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력이 부족하면 좋은 수필이 될 수 없다. 문장력은 글쓰기의 기본이며 문체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출처 《대구문학》110호 (20214년/9월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