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과 텃세로 사유화되는 파크골프장
- 골프 저널 김태연 기자
지자체에서 파크골프장을 짓고 시민들이 좀 더 간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파크골프장에 대한 독점과 텃세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간편 골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서 공을 쳐서 홀에 넣는, 공원에서 즐기는 간편한 골프다. 장비가 시간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장소에 대한 부담도 없는 가벼운 골프로 현재 홋카이도에는 600여 개의 파크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도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파크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골프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골프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각종 장비나 골프장 이용권 가격이 부담스러워서기도 하고, 긴 시간을 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이유로 정식 골프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자체들은 파크골프장을 짓고 시민들이 좀 더 간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파크 골프장 건설의 부작용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장 건설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누구나 접근이 쉽다는 것이 파크골프의 매력중 하나인데,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파크골프장을 독점하고 텃세를 부리면서 사유화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많은 파크골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북 구미시의 파크골프장은 일부 특정단체가 사유화한다는 지적에 결국 유료화라는 강수를 뒀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시비 45억원, 국·도비 33억원을 투입해서 만들어진 파크골프장은 국가가 관리하는 낙동강 수변 하천 부지에 건설됐다. 이곳은 지금까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일부 특정단체가 텃세를 부리면서 결국 유료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특정단체 회원들이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회비를 받고, 불법 컨테이너를 설치하거나 비회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횡포를 부려왔다.
결국 구미시 본의회는 ‘구미시 낙동강 파크골프장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낙동강 수변의 7개 파크골프장에 대해서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구미시 체육시설관리과 관계자는 시 예산과 국·도비를 투입해서 만든 파크골프장을 유료화해서 특정단체의 사유화를 막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회원제로 둔갑한 공공시설물
구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주에서도 특정단체들이 연회비를 내지 않는 시민들의 파크골프장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었다. 20여 개의 동호회가 지정된 날에 이용하는 홀짝제로 사용하고, 골프채에 동호회 소속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붙여야 이용할 수 있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은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시민들이 파크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호회에 회비를 내고 가입해야 한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 목적으로 조성된 시설물이지만 특정 단체가 본인들의 시설처럼 사용하면서 시민들에게 사실상 동호회 가입과 회비 납부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들은 “정식 위탁이 아니지만, 파크골프장 점용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청주시 도움 없이 관리하려면 연회비를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협회 측에 “가입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고, 일반 시민 이용을 막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울산시가 지자체 예산을 들여서 7곳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는데 각 구·군의 파크골프협회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쉽고 간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시설이지만 협회 회원이 아닌 사람들은 이용을 배척당하고 있었다.
협회 가입을 권유하거나,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면서 내보내는 일도 빈번하다. 협회 커뮤니티는 공공 시설물을 ‘회원제’라고 안내하면서 텃세를 부리고 있다.
협회는 지자체에서 정식으로 위탁 관리를 위임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공식 위탁 관리 업체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파크골프장을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가 전면 개방을 강조하면서 비회원 배척 행위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려고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로운 곳은 유료로 운영 중인 울산대공원 파크골프장뿐이다.
선의가 낳은 부작용의 아이러니
공공시설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생활의 복지증진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지자체가 건설한 파크골프장은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물이다. 무료로 시설을 운영하기로 한 방침은 분명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의였겠지만, 그 선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료’라는 것이 사실상 ‘지자체 차원의 관리 부족’이 되어서 결국 특정 단체가 파크골프장을 사유화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료 운영으로 전환한 구미시의 대책이나, 울산에서 유일하게 사유화 논란이 적은 곳이 유료 파크골프장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마 지자체들은 무료로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기로 한 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리와 감시, 그리고 자정작용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크골프장의 텃세와 사유화 문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이제 자발적 자정작용과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지자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유료 전환이나 이에 상응하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관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엄격한 관리와 감시가 없으면 결국 파크골프장들은 특정 단체들만의 사유시설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 지어진 파크골프장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시설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GJ 글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