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35〉재가자 위한 명상 프로그램 정립 필요
■ 실천 수행 불교의 진실
모든 존재는 변하게 되어 있어
열심히 정진해 수행 완성해야
부처님께서 열반하기 직전 몇 개월의 과정을 묘사한 <대반열반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 비구들에게 최후의 말씀을 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노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꼭 수행을 완성토록 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말씀하실 때도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다. 이렇듯이 불교는 실천의 종교, 수행의 종교라는 뜻이다. 초기불교 경전의 대부분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고, 전세계적인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되어 보편화된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도 수행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불교의 실천지향적인 면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까? 부처님께서 몇 번이고 언급한 그 정진을 종도들이 실행하고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일전에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서 ‘2013년 한국의 사회, 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수행의 종교’라고 자칭하는 불교의 재가자들 10명 중 7명이 수행을 하지 않으며, 이웃 종교인보다도 수행을 하지 않는다는 발표였다.
불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실천하고 있는 수행이나 기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29.6%만이 ‘수행법’이 있다고 답했고, 70.4%가 수행법이 없었다. 반면 타종교인들은 39.1%가 수행을 한다고 밝혀 불자들보다 수행면에 높은 치수가 나왔다는 점이다.
과연 이 조사에서 타종교인보다 수행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불자들을 탓해야 할까? 불자들이 수행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지만 1차적으로 스님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처님께서 입멸 전 말씀하신 진심(眞心)을 스님들이 잊은 것이요, 정법 구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1947년 성철스님께서 봉암사에 들어가 결사할 때에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취지로 칠성각이나 산신각 등을 없애고, 영가천도를 간략히 했다고 한다. 마침 이 무렵, 한 신도가 봉암사에 찾아와 49재를 지내겠다고 하자, 성철 스님께서는 “경만 읽어주고,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고 하였다. 신도는 “재도 지내지 않는다면 스님들께서는 뭘 먹고 살겠느냐?”고 되물었다. 스님은 그때 이런 답변을 하였다.
“산에 가면 솔잎 꽉 찼고, 개울에 가면 물 출출 흘러내리니 우리 사는 것, 걱정하지 마이소.”
물론 성철 스님으로 인한 깨달음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어른께서 젊은 승려들에게 내보였던 철저한 수행 정신과 중생들에게 깨달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의 삶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고독한 존재이다. 특히 근래 들어 상처받은 영혼에 ‘치유(힐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그 대안으로 명상을 찾고 있다. 자연스럽게 선(禪)이 부각되면서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명상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물론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명상과는 엄연히 다르지만 중생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불교 측에서 그 수요에 공급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불자들도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상황에 일반인들에게 어떤 방편을 활용해 명상법을 보급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금부터라도 재가자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정립해야 한다. 중생들에게 실천적인 명상을 보급시키는 일, 그 자체가 출가자로서 밥값을 제대로 하는 일이 아닐까?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삶과 수행이야기' 목차 바로가기☜
첫댓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