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교수님의 한학기 강의를 들으며 나는 직관적인 사람인가, 합리적인 사람인가를 참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결과 나는 '직관'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삶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할 때 대부분 직관적 선택을 하였고, 지금까지 후회한 결정은 없었고, 또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당시 다른 친구들은 많은 고민을 할 때 나는 그저 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직관적으로 의상디자인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 아동복 디자이너로 일을 하였다. 옷을 디자인하며 회사의 막내여서 동대문에서 천을 구하러 다니면서 디자이너의 삶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교회에서 만난 아이들, 회사를 통해 만난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어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뒤 유아교육회사로 이직을 하게되었고, 일과 병행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교에서 아동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한 결정이고, 하고 싶은 공부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아동학을 공부를 마칠 때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결정인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남편 또한 '직관'에 충실한 사람이여서 우리는 결혼 준비도 힘들지 않게 모든 것을 잘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직관경험 에세이 과제를 받았을 때 어떤 것을 쓰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신혼여행이었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로 가자!" 라고 하여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고 바로 뉴질랜드로 여행지를 정하였고, 남편과 나는 여행 계획을 짜서 시간에 맞추어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여행 전날까지 비행기표, 호텔, 렌트카만 예약해 놓고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날씨가 조금 반대일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6월에 결혼하였기에 초가을 날씨에 맞추어 옷을 준비해갔다. 공항에 가면서 그제서야 날씨를 검색해본 결과 날씨가 완전 한겨울이었다. 우리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그럼 도착해서 패팅을 사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뉴질랜드 북섬, 또 남섬 중 퀸즈타운이라는 곳과 크라이스트 처치라는 곳에 가기로 정했고 차로 이동하면서 음식점이 나오면 먹고, 바다가 나오면 바다를 즐기고, 양떼목장이 나오면 양과 소를 구경하는 등 자유롭게 여행을 하였다.
여행 중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뉴질랜드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퀸즈타운에 도착하여서 렌트카를 타고 패러글라이딩을 타러 이동하는 중 길을 잘못들어서 1시간 정도를 빙빙 돌게되었는데 잘못든 길에서 바라본 경치가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는 패러글라이딩 시간을 오후로 바꾸는 직관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1시간정도를 더 즐기게 되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날 밤에는 다음날 제트보트를 타려고 예약을 하였고, 밤에 호텔 주변을 걷다가 우연히 호텔 한국인 매니저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날 탈 제트보트에 대해 재미있냐고 물어보았는데 이 길은 절벽길이어서 투어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며 둘이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만약 그 분이 아니였으면 둘이서 절벽길을 차로 이동했을 것이다..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트처치라는 곳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역시나 우리는 계획은 전혀 하지 않았고 도착했을 때 그곳이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해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고, 다시 재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는 곳마다 주황색으로 길을 막아논 곳도 많았고 유명한 건축물들고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는 대학생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서 대지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학생은 지진이 일어나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다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은 이곳이 너무 좋다고 하였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이곳을 여행하면서 자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열심히 살아가는 현지 사람들을 보니 직관적으로 결정했던 크라이스트처치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북섬의 오클랜드에서 우리는 매번 비슷한 호텔보다는 홈스테이를 하자! 라는 직관된 결정을 또 하게되었다. 물론 호텔보다는 시설은 좋지 않았지만 홈스테이 부부와 4살된 여자아이와의 시간을 보내어 그 나라에 대한 문화와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신혼여행이었는데... 이불이 호랑이 이불이었다..ㅎㅎㅎ)
여행을 다녀온 뒤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유아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일을 하면서 교육대학원에 가고자 하는 직관적 결정을 또다시 하게되었다. 되돌아보면 의상디자인과에서 배웠던 디자인 프로그램들로 인해서 아이들을 위한 교재교구를 만들 때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었고, 유아교육회사를 다니며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과의 상담들을 통해서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교사로서 일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결정들로 인해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 이것이 직관의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