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22,1-19; 마태 9,1-8
오늘은 성녀 마리아 고레띠 동정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마리아 고레띠 성녀는 1890년 이탈리아에서 6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여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남의 집에서 소작농으로 살았는데, 아버지는 아홉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를 여읜 후 다른 가족들이 들에서 일하는 동안 마리아 고레띠 성녀는 집에서 청소와 요리, 바느질 그리고 갓난아기인 여동생을 돌보는 일을 하였습니다. 학교에 갈 기회가 없어서 읽고 쓰는 법은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열두 살이 되어 첫영성체를 하였습니다. 당시 조그만 집으로 이사하여 살던 성녀의 집에는 열여덟 살 된 알레산드로라는 청년과 그의 아버지가 얹혀살고 있었습니다. 7월 5일 집안에서 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던 마리아 고레띠 성녀를 본 알레산드로는 너무도 나쁜 생각을 하였고, 칼을 들고서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였습니다. 마리아 고레띠 성녀는 “이것은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라며 저항했고 알레산드로는 칼로 성녀를 열네 번 찔렀습니다.
쓰러져 있던 성녀를 발견한 어머니는 성녀를 업고 인근 병원으로 갔지만 상태가 너무 심각했습니다. 의사가 “마리아야, 하늘나라에 가서 나를 생각해다오.”라고 부탁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날인 7월 6일, (121년 전 오늘입니다) 노자성체를 주기 위해 찾아온 사제가 “십자가에서 원수들을 용서하신 예수님처럼, 너를 이같이 참혹하게 만든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겠니?”라고 묻자, 마리아 고레띠는 “예, 신부님. 저도 그 사람을 용서하고, 그 사람도 죽은 후에 하늘나라에서 제 옆에 올 수 있게 기도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성체를 영하고 나서 성모님 상본을 바라보며 선종하였습니다.
알레산드로는 체포되었는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형되었습니다. 3년 동안 회개하지 않던 알레산드로는 어느 날 밤, 마리아 고레띠가 백합꽃을 모아서 자신에게 가져다주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날 찾아온 사제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습니다.
복역을 마친 후 마리아 고레띠의 어머니 아순따를 찾아가 용서를 청했고, 아순따는 ‘내 딸이 이미 용서했으니 나도 용서한다’고 말하며 다음날 함께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모셨습니다. 그후 엘레산드로는 매일 마리아 고레띠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였고, 프란치스코회 재속회원이 되어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봉사하며 살았습니다.
1947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 성전에서 거행된 시복식에서 비오 12세 교황님은 아순따에게 다가가 “축복받은 어머니, 행복한 어머니, 복녀의 어머니”라고 불렀고 두 분은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1950년 시성식에서 교황님은 마리아 고레띠를 “20세기의 성녀 아녜스”라고 불렀고, 아순따는 남은 네 명의 자녀와 함께 시성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시성식에는 25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는데, 그중에는 예순여섯 살이 된 알레산드로도 끼어 있었습니다.
오늘 독서 말씀은 아브라함의 제사 이야기인데요, 지난 사순 특강 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은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의 예표라고 많은 교부들이 해석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당신의 가장 귀한 것을 내주십니다. 김대건 신부님도 그렇고 마리아 고레띠 성녀도 그러합니다. 숭고한 희생 안에는 하느님의 자기 희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이제 당신께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용서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중풍 병자가 치유되자 군중은 두려워하며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라고 복음은 맺습니다. 예수님께서 용서하시고 치유해 주셨는데 왜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이라며 복수형이 나올까요?
예수님께서 세우신 직무를 통하여 그 용서의 권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죄를 용서받았습니다.”라고 말할 권한을 교회에 주셨기에 교회는 고해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말씀을 반복하게 됩니다.
용서의 권한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용서할 때 하느님을 가장 잘 닮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용서를 실천하신 마리아 고레띠 성녀님께 우리도 용서의 사람이 되도록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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