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농협 단독으로 좁아진 정조준 압수수색 다음날 청와대 정상화 주문 농협법 9건 농해수위 소위에 동시 회부 농민·조합장 2만명 결집한 결의대회 강호동 회장 사법리스크도 수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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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당국이 연이어 농협을 들여다보고 있다. 회장 개인 수사와 회사 시스템 수사 두 갈래로 동시 사법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13일에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농협중앙회 본관을 압수수색했다. 이튿날인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협 정상화를 직접 주문했다. 농협의 사법리스크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다르게 거버넌스에 관련이 깊다는 특징이 있다. /편집자주
농협의 거버넌스 개혁 필요성을 두고 대통령과 국회, 농협 내부, 그리고 사법당국까지 저마다의 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며 서로 충돌 중이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았다. 사실상 농협을 직접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업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농협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합원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지배 구조를 조속하게 개선하고, 민주적 통제 강화 등 정상화 조치 역시 차질 없이 신속하게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농협중앙회 본관 준법지원부를 압수수색한 다음 날 대통령이 농협 정상화를 직접 의제로 올린 셈이다. 강 회장 본인의 사법리스크 수사와 회사 시스템 수사가 같은 시기에 함께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농협법 개정 작업도 6·3 지방선거 이전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야당과 농협 내부에서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 시중지주 일반에서 농협 단독 정조준으로
20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33차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농업 대전환의 선결 과제로 농협 정상화를 꼽았다. "농촌과 농업의 대전환은 우리 농업 곳곳에 자리한 구조적 병폐를 바로잡는 데에서 먼저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대통령은 농협을 두고 "농민의 권익을 지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 일부 임직원의 비리 때문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농민의 땀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농협을 한시바삐 농민의 품으로 온전하게 되돌려 드려야 한다"는 표현도 더했다.
발언의 무게가 이전과 달라진 지점은 농협을 단독 의제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2025년 12월 19일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서 자기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돌아가면서 계속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20년 해먹고 그러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시중지주 전반을 겨눈 발언으로 해석된 내용이다.
반면 5월 14일 발언은 농협을 단독 정조준하면서 "조합원 직선제 같은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달라"고 특정 정책 방향까지 명시했다. 다섯 달 만에 시중지주 일반을 향한 비판이 농협 단독 정조준으로 좁혀진 셈이다.
대통령 발언은 정부·여당의 농협법 개정 작업과 직접 연결된다. 정부는 2026년 3월 11일 첫 당정협의에서 1단계 농협 개혁안을 발표했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날과 4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4월 17일 농협개혁추진단 6차 전체회의에서 경제사업 활성화·조합 제도·농협 지배구조 3개 분과를 구성하고 6월까지 2단계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일정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6·3 지방선거 이전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는 분석이 농업계 매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 농림축산법안심사소위 회부된 농협 관련법만 9건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5월 12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9건이 입법공청회와 함께 회부됐다.
윤준병 의원이 3월 11일과 4월 1일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이 당정안이다. 정부 1단계 개혁안의 핵심인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농협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농식품부 지도·감독 권한 확대가 골자다. 자산규모 500억원 이상 지역농협 외부 회계감사 주기 단축, 임원 공개 모집 원칙, 도시농협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화, 농지비 부과율 상한 2.5%에서 3.0%로 인상 등도 포함됐다.
여당 안과 결이 다른 야당 안도 함께 회부됐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4월 10일 대표발의한 안은 농협중앙회가 자체 마련한 농협개혁위원회 혁신안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독립이사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외부 견제 장치를 강화하되 정부 감독권 확대는 거부하는 구조다. 김 의원 외에 김상훈·송석준·김성원·안철수·송언석 등 국민의힘 의원 14명이 공동발의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4월 21일 대표발의한 안도 별도로 회부됐다.
같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접근 방식이 갈렸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4월 13일 대표발의한 안은 대의원과 조합장 등으로 구성된 별도 회장선출기구를 만들자는 선거인단제를 담았다. 조합감사위원회 정원을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고 인사추천위원회 추천과 총회 선출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이 3월 5일 대표발의한 안은 농협중앙회 지역본부를 시·도 단위 연합회로 전환해 '지역조합-광역시·도 연합회-농협중앙회' 3단계 계통구조를 구축하는 지역분권 방향이다.
같은 민주당 안에서 직선제(윤준병)·선거인단제(문금주)·지역분권(임미애) 세 갈래가 동시에 회부된 상황이다. 그 외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임호선 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도 같은 소위에 함께 회부됐다.
◇ 농민 2만명 결집 vs 정부·갤럽 조사 대치
농협 측은 정부·여당의 농협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앞에서 농민·농축협 조합장 약 2만명이 참석하는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서 비대위는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 즉각 중단 ▲법적 안정성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로 협동조합 정체성 수호 ▲비효율적 감사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가지 요구사항을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전남 목포농협 조합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개입"이라며 "속도전식 입법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호동 회장도 직접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강 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죄송스럽다. 정부의 개혁안이 지향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농협이 70~80년대로 후퇴하면 안 된다"며 "개혁 거부가 아니라 자율성과 독립성, 그에 따른 책임이 주어지는 올바른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9~10일 자체 설문조사 결과도 결의대회의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자 871명 가운데 96.1%가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반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에 96.8%,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에 96.4%가 각각 반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설문조사는 농협중앙회 자체 실시 조사이므로 결과 해석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갤럽 조사에서 조합원 94.5%, 일반 국민 95.1%가 농협 개혁에 찬성한 결과와 정반대 결과다. 응답 모집단과 질문 문항 설계 차이가 결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농협 측 입장에 가세했다. 한기호·이양수·김선교·김형동·정희용 의원 등은 농민 결의대회에서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과 조합장들이며 농협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 절차 충돌 속 공청회 단독 진행
농협법 개정안 심사 절차를 둘러싼 충돌도 이미 시작됐다.
4월 2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윤준병 의원 발의안 2건이 통상적인 상임위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에 직접 회부됐다. 통상 법안은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상세 심사를 위해 소위로 회부되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 절차 없이 소위로 곧장 부쳐졌다.
야당은 "졸속·관치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이처럼 중대한 법안은 공청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며 "졸속 입법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월 12일 농림축산법안심사소위 입법공청회에는 국민의힘 농해수위원들이 불참한 채 진행됐다. 어기구 농해수위원장은 4월 23일 전체회의에서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절차를 보완하고 현안질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의 절차적 반발은 5월 12일 공청회까지 이어졌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별도로 대구(영남권), 충북(충청·제주·호남권), 경기(강원·수도권) 3개 권역에서 농협법 개정안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각 권역 설명회에는 조합장·농업인 약 400명이 참석했다. 다만 설명회에서도 "농민 실익이 빠진 채 구조만 손본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 30년 거버넌스 분기점에 선 농협
정부·여당이 6·3 지방선거 이전 농협법 개정 마무리를 목표로 잡았다는 점은 향후 일정의 핵심 변수다.
5월 14일을 기준으로 지방선거까지 약 3주 남았다. 5월 12일 농림축산법안심사소위 공청회 이후 다음 농해수위 회의 일정은 국회 공식 일정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정부·여당의 시간표대로라면 5월 중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소위 심사 결과를 토대로 위원회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6월 3일 지방선거 전에 본회의 통과까지 마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도 5월 중 마무리되어야 하는 일정이다.
3월 11일 1단계 개혁안과 별개로 농협개혁추진단이 6월까지 2단계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일정도 있다. 2단계 개혁은 경제사업 활성화, 조합·조합원 제도, 지배구조 3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6월 2단계 개혁방안 발표 시점이 지방선거 직후와 맞물려 있다.
같은 시기 강호동 회장 본인의 사법리스크 수사도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강 회장의 1억원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 중으로 강 회장은 4월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같은 광역수사단 산하 금융범죄수사대는 5월 13일 농협중앙회 본관 준법지원부를 압수수색했다. 임직원 변호사비 3억2000만원 공금 대납 사건의 강제수사다.
종합하면 이번 농협 사태는 사법당국 수사와 대통령 의지, 정부 개혁안, 국회 입법, 농협 반발 다섯 축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시에 가동되는 상황에서 진행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988년 이래 일곱 차례 반복된 농협중앙회장 사법리스크 패턴이 강호동 회장 임기에서 멈출 수 있을지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6·3 지방선거 전 통과 여부, 2단계 개혁방안의 6월 발표 내용, 강 회장 본인 사법리스크 수사의 진척 상황이 동시에 결정할 영역"이라며 "농협 거버넌스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뜨겁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