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정액을 자신에게 주사해본 적이 없다면,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1889년에 브라운세카르 박사가 이미 해봤다.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되고 71년 뒤,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은, 저자 메리 셸리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메모했을 법한 기이한 자기 실험에 세 페이지를 할애했다. 그 실험은 동물의 고환에서 ‘젊음의 샘’을 찾으려한 시도였다. 이 기묘한 연구의 중심에 있던 C.E. 브라운세카르Brown-Séquard는 막 태동하던 내분비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남성이 고환으로부터 얻는 활력과, 거세된 남성에게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던 활기活氣에 매료되어 있었다.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성관계와 자위행위를 안하는 남성들이 ‘비정상적이지만 강렬한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동반하는 흥분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72세로 쇠약 해져 있던 그는, 젊은 동물의 고환 속 미지물질에 노화의 치료제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팔과 다리의 지방층에 건강한 개, 기니피그의 고환에서 얻은 물질과 같은 추출액을 주사했다. 정액, 으깬 고환에서 추출한 즙, 고환 정맥에서 뽑은 혈액까지 스스로에게 주사했다. 첫 실험 다음 날 그는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팔 힘이 강해졌고 소변 줄기가 길어졌으며,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느낀 것은 다름 아닌 '배변 능력'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실험 첫날 이후, 나는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배설 기능에서 현저한 향상을 경험했다." 그 당시 변비의 해결책은 식이섬유가 아니라 으깬 개의 고환이었던 셈이다.
브라운세카르가 실제로 겨냥했던 것은 바로 '테스토스테론'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동물의 추출물에는 이 호르몬이 충분히 들어 있지 않았고, 그의 실험은 이후 재현되지 못했다. 테스토스테론은 1935년에 실험실에서 분리되었고, 2년 뒤부터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 일부 환자에게 투여되기 시작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인체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성인 남성의 경우, 대부분이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조절을 받아 고환에서 생성되고, 소량은 신장 위에 있는 부신에서 생성되는 전구물질로부터 만들어진다. 이 호르몬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단백질 생성을 돕고, 성욕, 남성화, 근육량, 골밀도, 기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수치는 서서히 감소한다.
나이가 좀 든 남성이라면 로우 low T라는 말을 들어봤을 수도 있는데, 로우 T는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하는 막연한 불편감이다. 한때 남성 갱년기andropause로 불리며 폐경에 대응하는 개념처럼 홍보되었지만, 의학계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로우 T의 해결책은 있는가? SNS에서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TRT)이 답이라고 외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 조 로건 익스피어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의 진행자 조 로건은 37세에 테스토스테론 보충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 에피소드에서 그는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당시 60세)이 영화 '로키 발보아'(2006)에서 30대처럼 보였다며 TRT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테스토스테론 부스터’를 검색해보면 젊음을 약속하는 남성용 보충제가 끝없이 등장한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테스토스테론 처방이 네 배로 증가했다. 2013년 정점에는 30세 이상 남성의 3% 이상이 TRT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미국 FDA의 경고와 심혈관 위험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들이 나온 후 시장은 약간 식었다. TRT는 정말 젊음의 샘일까?
그렇지 않다. TRT는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상태인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원인은 고환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뇌에서 조절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의사는 증상 문진과 함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한다. 수치는 하루 중 변동이 있으며, 아침 기상 직후 가장 높다. 따라서 공복 상태에서 여러 차례 아침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렇다면 ‘정상 수치’란 무엇인가? 합의된 기준은 없다. 한국 내분비학회는 남자 20~50세 미만은 249~836 ng/mL, 50세 이상은 193~740 ng/mL를 정상범위로 제시한다. 범위가 매우 넓다.
고령 남성이 성기능 저하를 이유로 TRT를 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코크란 협력 연구는 43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 TRT가 발기부전이나 성생활의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인지 기능(사고력·기억력) 개선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근력, 활력, 기분, 혈당 조절에 일부 긍정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논쟁 중이다. 브라운-세카르가 말한 ‘급진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TRT는 젤, 패치, 알약, 잇몸 부착 정제, 주사, 이식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또한 TRT를 받는 동안 정자 수가 감소해 불임이 될 수도 있어서, 아이를 원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우려되던 전립선암 및 심혈관 질환 위험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지만, TRT가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없다. 초기 연구에서 뇌졸중·심근경색 위험증가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대규모 트래버스TRAVERSE 연구에서는 유의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폐색전증, 급성 신손상, 심방세동 같은 특정 부작용은 더 많이 보고되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TRT는 바보의 금(황철석pyrite)으로 가득한 금광이다. 진짜 성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 TRT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고, 일부 고령 남성에게도 이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와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남성노화의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한다. 더 큰 문제는 처방약이 아닌, 일반 건강보조식품 형태의 '테스토스테론 부스터'다. 로디올라, 은행잎, 아슈와간다, 페누그릭, 음양곽 같은 식물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의무도 없고 실제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염과 불순물 문제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TRT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부작용이 있으며, 모든 남성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피로와 성욕저하가 있다면 식습관, 운동, 흡연 여부 같은 생활습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처방 전에 설문, 반복 혈액검사, 지속적인 의학적 추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오늘 좀 나아진 것 같네. 테스토스테론 덕분이겠지"와 같은 이용 후기는 전체 이야기를 다 전해주지 않는다.
요약
• 많은 고령 남성이 정상 수치임에도 TRT를 처방받고 있다.
• 고령 남성에서 TRT의 이점은 여전히 논쟁 중이며, 성기능 개선 효과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 테스토스테론 부스터는 테스토스테론이 아닌 식물 추출물이며, 효과를 입증할 의무가 없고 오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