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숙소, 베이스 캠프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나중에 제주도 와서 이 숙소에 다시 묵게 되거나 이 숙소를 지나는 길을 갈 때면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호텔 입실 시간 전까지 차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뭘 해볼지 고민했다.
처음엔 쇠소깍을 가자, 외돌개를 가자 했는데
비게이션으로 장소를 검색하는 동안 다 놓치고 말았다.
차라리 올레길 코스를 찾아봐서 걷자고 했다.
그러다 새섬으로 갈 수 있는 새연교가 보이자 그곳에 주차해 새섬을 걷게 됐다.
선생님께선 마지막으로 걷기를 해보자고 이곳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올레길 코스가 아니었다.
자갈길과 데크길을 걸으면서
가볍게 몸을 푼다고 생각하고 짧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였다.
지난 올레길 걷기 때도 마지막 날엔 호텔에서 쉬었었는데
올해도 그 호텔을 오랜만에 가게 됐다.
개인 침대가 하나씩 있어 잠자리를 두고 서로 다툴 일도 없었다.
모처럼 집에서 잠자는 것처럼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됐다.
저녁 모임 때 제주살이 첫날부터 현재까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준 형은 일정도 바뀌고 어려운 일도 많이 생기고 들뜬 마음에 실수도 했는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광주 돌아가 가족들 보게 될테니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한라산 가기 전 물집이 생겨 걱정했는데 전날 보다 상태가 나아 출발했었다.
올라가다 보니 올라가 졌고 사람이 한번 다짐하면 못하는게 없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혁수는 잣성 가는 길과 한라산 가는 길이 가장 힘들었고, 올레길은 덜 힘들었다.
실수도 했지만 재밌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걷기'가 있어서 힘들었고
제주살이를 안 온것보단 괜찮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연습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서는 지금까지 쭉 돌아보면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데 남에게 도움 받을건 받아야 하니까
내가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한테는 친근하게 다가가서 도와줄까? 다정하게 물어보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스스로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제일 컸다.
옆에서 도와주고 애쓰는 마음에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내 역할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일을 경험하는 청년인데
제주살이를 돌아보면 일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되려 일을 만들고 크게 벌이는 짓을 많이 해서
도움이 별로 되지 못해 속상했다. 잦은 실수로 분위기를 망칠 때가 많았는데 모두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고 군말 없이 꿋꿋이 버텨왔다.
그동안 모두 고생 많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가 더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아 선생님은 제주살이 계획했을 때부터 걱정이 많았고
18일 동안 같이 살이를 한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 본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제주 올레길을 걸었을 때만큼 어렵진 않을거다 생각했는데 제주살이가 좀 더 어려웠다.
혼자 인솔하니까 힘들었지만 그래도 변화가 보이니 좋다.
서로 감내하는 일을 쌓으면 내 마음도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좋은 제주살이였다. 경석이 일꾼으로 왔는데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가르치기보다 화부터 내게 된다.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셨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정들을 차례대로 나열해 과정들을 읊고 나서.
서운했던 마음도 털어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했더니
제주살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실감이 느껴졌고
내일이면 제주도를 떠나게 되어 아쉬운 여운이 남았다.
모두가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잘해보자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