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인 나는 청바지를 좋아한다. 대학생때도 청바지를 제일 많이 입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편하게 입는 옷이다. 친척 중 한 분이 작년에 "40대에도 50대에도 순경이만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고 말씀하셔서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주 입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 나이가 60대여도, 70대여도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청바지 입기를 포기하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강의하는 날에도 청바지를 입고 갈 때가 있다. 매주 청바지를 입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바지를 번갈아 입다보면 한달이나 한달 반 정도에 한번은 자연스레 청바지를 입게 된다. 나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정형화된 옷차림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학생들이 내 옷을 기억하기보다 토론에서 내 말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은 내가 청바지를 입고 간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청바지를 입고 갈 용기를 갖게 된 것에는 유학 시절 경험이 한 몫했다. 우리 학과에는 청바지에 티를 입고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강의실로 들어오는 교수님들이 제법 많았다. 양복이나 정장을 입고 강의하러 온 교수님은 거의 없어서 신기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공부하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나이와 직업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모든 교수님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있는다는 느낌이 들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도 귀국해서 강의를 하게 되면 편안한 옷차림으로 강의실에 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나이와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원하는 옷을 편히 입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나는 소망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옷입기'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이길 바란다.